경찰, 박경석 전장연 대표 체포···전장연 “장애인 차별 현실 봐달라”

김세훈 기자 2023. 3. 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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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 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자신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경찰이 17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에 대해 전날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 대표를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를 벌였다.

박 상임대표는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니 잘 조사받고 오겠다”며 “경찰이 영장에 38건의 범죄사실을 명시했는데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 지속해서 장애인을 차별해왔던 사회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철창에 갇혀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22년간 외쳐왔고 303차례 지하철 선전전을 했다. 시민 여러분들은 우리를 단순히 출근길을 막고 시민 발목 잡는 자로만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부를 향해서는 “우리를 표적 조사하면서 협박하지 말아달라, 장애인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를 한번 돌아봐달라”고 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가 장애인의 현실을 위해 몸소 현장에서 투쟁해왔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2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장애인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 대표를 잡아가더라도 우리는 남아서 투쟁하고 정당한 요구를 해나가겠다”라고 했다.

이학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난달 28일부터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도했다. 지금까지 27곳의 경찰서를 방문했지만 대부분 경찰의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경찰은 조사를 인증받은 기관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장애인 자립 지원센터도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조사할 권한이 있다. 경찰서가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 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자신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남대문경찰서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강윤중 기자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오전 11시46분 경찰은 박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박 대표는 2021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서울지하철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경복궁역 등지에서 집회나 탑승 시위를 하며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기차교통방해, 업무방해)를 받는다.

기자회견 직후 박 대표는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따라 호송차를 타고 남대문경찰서로 이동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활동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박 대표님 힘내시라’ ‘장애인편의법을 위반한 서울경찰청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그간 박 대표에게 18차례 출석 요구를 했으나, 박 대표는 서울 시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약속하면 경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0일 “계속해서 출석에 불응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박 대표가 이날 오후 8시쯤 첫날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대표를 석방하지 않고 18일까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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