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짜글짜글~하게 끓인 '얼큰·달달' 짜글이 맛보세요
해장국 일번지, 오래된 맛집 곳곳에 많아 문전성시
충북지역 농가·산지 식재료로 만든 토착 음식 다양
대전시청에서 청주시청까지 직선거리로 34km에 불과하지만 두 도시의 음식문화는 사뭇 다르다.
청주는 충북의 수부 도시이고, 대전은 충청 서부의 중심도시이다. 지리적으로 청주 주변은 소백산맥을 위시한 산지가 많은 편이고, 대전은 경부선 상에 위치한 도시로 서쪽으로 차령산맥과 예당평야와 논산평야, 서해 바다를 곁에 두고 있다. 청주와 대전권에서 나오는 농수산물(식재료)이 다르고, 그래서 그런지 음식문화도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역사적으로도 청주는 통일신라 때 9주 5소경의 하나인 서원경으로 충청 내륙의 수도 역할을 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는 청주목으로 도지사인 관찰사보다는 조금 낮은 목사가 관할하는 행정 중심지였다. 1905년 경부선철도 개통 이후 급성장한 대전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인 셈이다.
대전은 미국의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칼국수와 빵, 콩을 가공한 두부두루치기 등이 등장했고, 닭을 활용한 닭볶음탕이 널리 퍼졌다. 식민지배를 하던 일제가 물러가고 한국전쟁 이후 미국 중심의 곡물 공급체계가 형성되면서 이들 식재료에 기반한 음식들이 탄생 혹은 유입돼 자리잡은 것이다.
□ 지역 식재료로 만든, 오래된 음식 많아
이와 달리 청주는 토착적인 음식이 꽤 알려졌다. 충북과 청주 사람들이 내세우는 짜글이, 올갱이국, 민물매운탕, 도리뱅뱅이, 뼈해장국, 버섯찌개, 염소탕, 삼겹살 등은 전통적인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와 버섯, 염소, 금강과 남한강에서 나오는 올갱이(다슬기)와 민물고기가 요리돼 밥상에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짜글이, 올갱이국, 삼겹살, 해장국 등을 꼽는다.
짜글이는 분명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나머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올갱이국을 파는 식당은 금강과 남한강권에 두루 퍼져 있다. 빅데이터 맛집 검색 사이트인 다이닝코드에 '올갱이국'을 치면 청주는 16곳이 나오는 데, 괴산도 33곳, 영동 17곳, 충주와 옥천도 각각 11곳이 나온다. 대전에도 17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대전의 인구가 청주보다 1.7배인 점을 감안하면 청주에 올갱이국 식당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인구 85만명의 도시에 올갱이국을 파는 곳이 16곳이면 시민들이 수시로 먹는 대표음식이라기에는 2% 미흡하다. 민물과 어패류로 만드는 올갱이국, 민물매운탕, 도리뱅뱅 등은 금강과 남한강 중상류 중소도시의 공통적인 특색음식, 별미음식 정도로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일각에서 청주 음식으로 해장국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다이닝코드에 해장국을 검색하면 청주 788곳, 대전은 1459곳으로, 해장국을 청주의 대표음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청주해장국' '남주동해장국' 등 지역 이름을 딴 해장국집이 많은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해장국집이 뛰어난 맛을 무기로 청주는 물론 인접도시에 분점을 내면서 청주=해장국이라는 인식이 퍼진 듯하다.
삼겹살집도 마찬가지이다. 청주의 삼겹살집이 784곳인데 비해 대전은 1460곳으로 오히려 대전이 더 많은 편이다.
삼겹살이 전국적인 음식인데도 청주가 삼겹살을 내세우는 것은 서문시장에 있는 삼겹살거리 때문이다. 이곳에는 현재 10여 개의 삼겹살집이 밀집돼 맛있는 삼겹살을 팔고 있다. 매년 3월3일 삼겹살축제를 여는 등 삼겹살 도시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내륙지방인 청주에서 돼지를 많이 기르고 소비하는 등 식육문화가 발달했고, 소금구이와 간장삼겹살이 청주에서 시작됐다며 삼겹살 원조 도시라고 자랑한다.
□ 대추나무집, 대운분식, 보글보글촌 등 유명
이들 음식보다 지역적 색채가 한결 뚜렷한 청주 대표 음식이 짜글이와 버섯찌개, 염소탕이다. 충북의 농가와 산지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타지역에 비해 음식점 숫자도 많은 편이다.
짜글이는 청주에서 비롯되고 널리 퍼진 청주의 대표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시내 짜글이집은 150곳으로 대전의 84곳에 비해 훨씬 많다. 곳곳에서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온 맛집들이 솜씨를 뽐내며 미식가를 유혹하고 있다.
짜글이는 국이나 찌개도 아니고 볶음이나 두루치기도 아닌 독특한 음식이다. 양념한 돼지고기에 감자와 양파, 대파 등을 넣어 자작자작하게 끓인 것을 말한다. 식당에 따라서 양념에 고추장을 넣고 식재료로 김치나 호박을 사용하기도 한다. 짜글짜글 자글자글하게 끓인다는 의미에서 '짜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물이 찌개보다는 적고, 제육볶음보다는 많아 술 안주로도 괜찮고 밥을 비벼먹어도 좋다.
청주시내 짜글이 대표 맛집으로 대추나무집을 꼽을 수 있다. 청원구 사천동에 위치한 식당으로 돼지고기에 양파와 대파 등을 넣은 정통 짜글이를 판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식당으로 얼큰하고 깔끔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늘 손님이 북적거리는 터에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와 더욱 유명해졌다.
서원구 개신동의 보글보글촌도 개성 넘치는 짜글이 맛집이다. 이 식당의 짜글이는 말린 호박을 넣어 끓이는 게 특징이다. 돼지고기와 호박, 버섯 등이 어우러져 달달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무말랭이, 계란말이, 멸치볶음 등의 밑반찬도 맛있다.
흥덕구 옥산면의 대운분식도 소문난 짜글이 맛집이다. 소고기버섯찌개, 콩나물밥도 파는데 짜글이김치찌개가 단연 맛있다. 김치가 푸짐하게 들어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흥덕구 봉명동의 낙원축산물짜글이도 손꼽히는 맛집이다. 간판에 '축산물 정육점'이라고 써있는 데, 질 좋은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짜글이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 버섯찌개 22, 염소탕 68개 식당 영업
충북은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국립공원을 품은 소백산맥이 영남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산지가 많고 여기서 생산된 양질의 버섯과 염소고기 등이 풍부하다.
그래서 청주시내에는 버섯찌개 맛집이 꽤 많다. 대전은 6곳이지만 청주는 22곳의 버섯찌개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상당구 서문동의 원조버섯찌개경주집은 1973년부터 장사를 해온 버섯찌개 터줏대감으로 웬만한 청주시민은 다 알 정도이다. 사골육수에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 국물이 칼칼하고 감칠맛 난다. 집에 가서 끓여 먹기 위해 포장해가는 고객도 많다.
청주에는 맛있는 염소탕집도 많다. 모두 68곳으로 대전의 17개에 비해 4배나 많다.
흥덕구 봉명1동 신사동염소탕은 오래된 맛집이다. 토종 암염소를 전통의 비법으로 요리한, 냄새가 없는 염소탕을 팔고 있다.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청원구 오창읍의 김산기염소탕(본점)도 산단 종사자와 동네주민들로 붐비는 맛집이다. 푸짐한 고기와 부추, 파가 들어간 염소탕이 시원하고 칼칼하다. 수육과 전골도 많이 찾는다.
청주의 짜글이와 버섯찌개, 염소탕집은 숫자도 꽤 되거니와 그 맛과 품질도 뛰어나다. 이들 3개 메뉴는 청주를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서 나오는 신선한 돼지고기와 버섯, 염소를 식재료로 자랑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청주에는 상당구 서문동의 원조고추만두국집, 서원구 죽림동의 우리베이커리의 초코케이크, 상당구 남문로2가의 쫄쫄호떡 등 지역주민들이 자랑하는 음식과 맛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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