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기아에 투수 기부해 주나요?".. 김범수 이어 '헐값' 이태양까지 대활약

한화 이글스가 키운 투수들이 KIA 타이거즈에서 연달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겨울 FA로 떠난 김범수에 이어, 2차 드래프트로 넘어간 이태양(36)까지 대활약 중이다. 한화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투수 기부하는 팀이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올 만하다.

선발 조기 강판 위기, 이태양이 구했다

8일 광주 삼성전. KIA는 3회까지 12점을 뽑으며 크게 앞서갔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여유롭지 않았다. 선발 김태형이 3⅓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면서 최지민, 조상우 등 핵심 불펜이 일찍 투입됐기 때문이다. 자칫 큰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필승조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불펜 소모전'이 벌어질 위기였다.

이범호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던 6회,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6회부터 8회까지 3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3이닝 홀드였다.

투수 한 명 더 아끼려고요

2이닝을 던지고 돌아온 이태양에게 이동걸 투수코치가 선택권을 줬다. "한 이닝만 더 던지면 3이닝 홀드를 챙길 수 있다. 여기서 끊어가도 좋다." 하지만 이태양은 주저 없이 마운드로 다시 향했다.

이태양은 "3이닝을 던지면 투수 한 명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올라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 뒤에 투수 1명을 쓰는 것과 2명을 쓰는 것은 큰 차이"라고 했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생각하는 베테랑의 헌신이었다.

FA 25억 → 2군 → 2차 드래프트 4억

이태양의 커리어를 보면 한화 팬들은 더 허탈할 수밖에 없다. 2010년 한화에 입단해 2020년 SK(현 SSG)로 트레이드됐다가, 2022년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한화와 4년 총액 25억원에 재계약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퓨처스리그 27경기 8승 평균자책점 1.77로 북부리그 다승 1위를 찍었지만, 1군에서는 14경기 11⅓이닝에 그쳤다.

결국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KIA가 양도금 4억원을 내고 1라운드 지명했다. 25억원 FA가 4억원짜리가 된 셈이다. 이태양은 출국장 인터뷰에서 "베테랑은 항상 절벽 위에 서 있다. 기아가 나를 정말 잘 데려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는데,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김범수에 이어 이태양까지

한화가 보낸 투수들이 KIA에서 연달아 활약하는 모습에 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겨울 FA로 떠난 김범수도 KIA 불펜에서 제 몫을 하고 있고, 이제 이태양까지 가세했다.

이태양은 "KIA로 이적했을 때부터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앞으로 언제 어떤 상황에 등판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1군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범호 감독이 4억원을 흔쾌히 지불하며 1순위로 데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KIA의 2차 드래프트는 이미 '대성공' 냄새를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