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의 일본은 유독 흔들렸습니다. 자연이 들썩였고, 뉴스를 타고 전해진 예언은 낯설게 무서웠습니다. ‘7월 대지진설’부터 시작된 경고음은 사쿠라지마 화산 분화, 연이은 해저 지진과 맞물리며 일본 여행자들의 마음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결국, 그 주저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의 여정은 불안보다 설렘이 더 컸고, 실제로 기록은 다시 한번 ‘역대급’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있었지만, 티켓은 팔렸다

SNS에는 일시적으로 ‘이번 여행 괜찮을까?’라는 목소리가 번졌습니다. 일부 항공권 환불 사례도 등장했고, 여진이 이어질수록 여론은 출렁였죠. 그러나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집계한 숫자는 오히려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2025년 5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무려 82만 5,800명. 이는 작년 5월보다 약 11.8% 많고, 전월인 4월보다도 14.4% 증가한 수치입니다. 5월이라는 시기를 고려하면, 계절적 성수기인 벚꽃 시즌이 지났음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한 건 이례적이라 할 수 있죠.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말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큰 이슈였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여행자들은 정보에도 빠르고, 불안 요소를 감안해 선택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여전히 안전하게 느껴지는 나라죠.”
벚꽃이 지나도 식지 않은 일본의 매력

벚꽃이 진 자리에도, 일본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5월의 일본은 초록이 짙어지고, 각 지방 도시의 특색 있는 축제가 이어지는 시기입니다. 홋카이도의 신록, 도야마의 강변 벚나무, 규슈 지역의 온천마을까지. 꽃이 사라진 자리에 자연과 음식, 그리고 휴식이 차지한 거죠.
무엇보다 교통이 더 좋아졌습니다. 최근 신규로 취항한 청주–이바라키 노선, 오비히로 노선, 전세기로 운항된 인천–도야마 노선, 그리고 나리타행 정기편 증편 등은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보다 ‘더 빨리, 더 싸게 갈 수 있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압도적 1위’의 위상

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369만 3,300명. 이 가운데 한국인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뒤이어 중국(78만 9,900명), 대만(53만 8,400명), 미국(31만 1,900명) 순으로 방일 외래객 수가 많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독보적이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기록이 단순한 월별 상승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된 방일 한국인 수는 40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체 외래객 중 유일하게 400만 명을 돌파한 수치로, 2위인 중국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죠.
이 같은 흐름은 일본 내 관광업계에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 상점들은 이미 한국어 안내판을 강화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채널에서도 한국인 전용 프로모션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 왜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까?

한국인의 일본 여행 선호는 수년간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의 흐름은 조금 다릅니다. 단순한 ‘근거리 해외여행’이 아니라, ‘익숙한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이제 도쿄와 오사카만 찾는 것이 아니라, 후쿠오카, 가고시마, 도야마 같은 지방 도시들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혼잡한 대도시보다 한적한 거리와 로컬 음식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기존에 비해 짧은 일정으로 ‘딱 리셋만 하고 오자’는 심리도 확산됐습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는 주말을 이용한 일본 ‘짧은 비행’이 일상화되고 있죠.
한국보다 낮은 물가와 세일 시즌이 맞물려 쇼핑 여행으로서도 매력적입니다. 패션, 전자제품, 뷰티 브랜드 중심의 ‘저렴한 득템 여행’은 계속해서 인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행 불안 심리, 정말 사라졌을까?

이 질문에는 아직 물음표가 남습니다. SNS에는 여전히 ‘예보를 지켜보자’, ‘작년 지진 이후 무서워서 안 간다’는 글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다수의 흐름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행 전문 칼럼니스트 김수연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요즘 여행자들은 단순히 ‘위험하다니까 안 가야지’가 아니라,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판단합니다. 지진도, 화산도 늘 있는 일본의 자연 속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는 거죠.”
일본인들의 해외 여행도 기지개

한편, 일본인들의 출국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기준 일본인 출국자는 107만 6,800명으로 집계되었고, 이는 전월 대비 12%, 전년 대비 14.3% 증가한 수치입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곡선을 뒤집은 순간이기도 하죠.
다만 일본의 외래객 유치 속도에 비하면, 자국민 출국 회복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가입니다. 이는 여전히 높은 엔화 환율, 물가 상승, 국제선 운항 회복 속도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음 시즌은 어디로 향할까?

이제 시선은 여름으로 향합니다. 장마와 무더위가 겹치는 일본의 7~8월은 비수기로 여겨지곤 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또 다른 기록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홋카이도, 나가노, 아오모리 같은 북부 지역은 비교적 시원한 기후와 함께 계절 축제가 가득하고, 교토의 전통 여름 행사는 해마다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죠.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단발성이 아닙니다. 기후, 이벤트, 테마, 항공 노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정비되며 다음 여행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멈출 수 없는 여행', 그 중심에 일본이 있다

2025년 5월, 불안도 경고도 그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82만 명이 넘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다시 한번 일본으로 향했고, 그 발걸음은 기록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 흐름은 단지 숫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익숙한 곳에서 위안을 얻고 싶은 사람들, 짧은 시간에도 힐링을 원하는 이들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여행 심리 지도’인 셈이죠.
그리고 그 지도는, 앞으로도 일본이라는 이름을 꽤 오랫동안 중심에 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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