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르웨스트. 실내 동선 초입부터 '컬리푸드페스타 2025'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이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 한 단계 진화해 ‘저택의 만찬 테이블’로 연출된 행사장은 소비자 반응을 둘러싼 새로운 유통 경쟁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21일 컬리에 따르면 연말마다 개최하는 컬리푸드페스타가 최근 업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CJ제일제당, 풀무원, 삼양식품 등 국내 식품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을 포함해 총 109개 파트너사, 160여 개 F&B 브랜드가 집결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올해 컬리의 핵심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지난해 약 200개였던 참여 브랜드 수를 120개로 줄이는 대신 부스 구성과 브랜드 선정을 한층 정밀하게 다듬어 전시 완성도를 높였다. 규모보다는 콘텐츠의 질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전시는 크리스마스 만찬 테이블을 중심으로 간편식, 신선·축수산, 그로서리, 베이커리·디저트, 음료·간식, 헬스 등 7개 테마 존으로 구성됐다.
또한 이들이 크리스마스 만찬에 초대받는다는 스토리텔링을 축으로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MD의 설명과 함께 취향별 쌀을 시식하는 ‘라이스 테이블’, 컬리 간편식을 활용한 전문 셰프의 쿠킹쇼가 열리는 ‘셰프 테이블’, 음식 모형으로 나만의 만찬을 꾸며보는 참여형 공간 ‘드림 테이블’ 등이다.
컬리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먹어보고 비교해보는 체험 중심의 구성을 통해 바이어 중심 일반 박람회와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여성 방문객의 비중이 높았고 금요일 이후로는 가족 단위 방문이 늘며 컬리푸드페스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전시 넘어선 '브랜드 실험실'
현장에서 본 컬리푸드페스타는 식품 박람회를 넘어 식품업계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실험이 집약된 현장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참여 기업들은 미공개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고유의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브랜드 실험실처럼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가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풀무원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고농도 두부’ 4종을 단독 선공개하고 방문객들이 제품의 차별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부스를 구성했다. 또한 고농도 두부를 활용한 미식 코스를 단계별로 제시해 제품 특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어묵 브랜드 오마뎅 역시 신제품 ‘빨간꼬치어묵&물떡’을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폰타나의 경우 유럽 정통의 맛을 그대로 담은 ‘폰타나 스프레드’를 컬리푸드페스타에서 오프라인 최초로 공개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탐색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삼양식품은 기존의 ‘불닭’ 시리즈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과 식물성 단백질 스낵 ‘펄스랩’을 전면에 배치했다. 건강과 미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컬리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가능성을 가시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마켓컬리를 애용한다는 20대 여성 A씨는 “단순한 시식 행사인 줄 알았는데 브랜드마다 부스에 세계관이 뚜렷해 마치 작은 전시회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온라인으로만 접하던 컬리의 다양한 제품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니 색다르고 인상 깊다”고 말했다.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세계관 마케팅도 한층 정교해졌다. CJ제일제당은 자사 콘텐츠에서 인기를 끈 캐릭터 ‘전자레인저’를 전면에 내세워 초간편 요리 소스 ‘백설 10분쿡’의 메시지를 시각화했다. 대상은 청정원의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 부스를 통해 지난해 선보인 ‘호밍스 디테일 요정의 집’ 콘셉트를 확장해 올해는 ‘호밍스 디테일 요정의 겨울 숲속’ 테마로 공간을 연출했다. 브랜드 세계관에 대한 방문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구성이다.
데이터로 움직이는 식품 전략
식품업계가 컬리 박람회에 주목하는 이유는 3040 핵심 소비층의 깊이 있는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보다 성분, 품질, 브랜드 스토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대중적인 유통 채널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트렌드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집단으로 꼽힌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취향을 세분화해 파악하려는 데이터 수집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확보해 차기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에 반영하려는 목적이다.


마니커에프앤지는 주력 제품인 ‘바사삭치킨’과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떡볶이, 치즈볼 등)에 대한 소비자 투표를 통해 선호도를 수집했다. 오마뎅은 ‘진짜부산떡볶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리(중국당면, 부산어묵 등)를 묻는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 취향을 보다 정교하게 분류했다. 가정간편식(HMR) 전문 기업 넥스트키친은 ‘로컬 맛집’, ‘셰프 레시피’, ‘건강한 끼니’ 중 어떤 콘셉트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통해 차기 제품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했다.
유제품 판매 부스를 운영하는 B씨는 “무지방 우유나 그릭요거트는 여전히 젊은 여성 고객층의 수요가 높지만, 컬리푸드페스타에서는 중장년층과 남성 소비자들도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여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컬리푸드페스타가 브랜드 정체성과 경쟁력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마케팅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수집된 고관여 소비자의 반응 데이터는 향후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