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전세 사기'로 보증금 15억 원 가로챈 40대 징역 5년
대구지법 형사1단독,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5년 선고
A씨, 다세대주택 소유권 신탁회사 넘긴 뒤 소유자 행세
2018~2022년 임차인들 속여 보증금 15억 원 가로채
다세대주택 소유권을 신탁회사로 넘긴 뒤에도 소유자 행세를 하며 임차인 보증금 15억 원을 받아 가로챈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대구지법 형사1단독(박성인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대구 북구에 한 다세대주택 임차인들로부터 보증금 1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무자본으로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고 채무 담보를 위해 신탁사에 소유권을 넘긴 뒤에도 자신이 임대 권한이 있는 것처럼 속여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특히, 신탁 관련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주택이 내 소유다" "신탁이 돼 있어 더 안전하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재산에 편입된 주택은 신탁사 소유가 되므로 신탁회사 동의 없는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세입자는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없으며, 주택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 승계 같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마치 본인이 임대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상당 기간 범행이 반복적으로 행해졌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A씨에 대한 선고 공판 결과를 두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및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등은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 사기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법 제도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구 북구 '전세 사기범'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다. 징역 5년이 선고됐는데, 이 선고가 과연 그 죄질에 합당한 처벌인지 의문"이라며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의 인생을 망친 범죄자에게 고작 징역 5년이라는 처벌은 너무 약하고, 이는 범죄를 유발하고 방치하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수많은 가정이 삶의 터전을 잃고 경제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세 사기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 주길 경찰, 검찰, 법원 등에 촉구한다. 피해자들의 삶을 되찾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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