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앱만 골라 샀다”…40조원 잭팟 터뜨린 ‘IT 고물상’의 정체 [매일뉴욕]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6. 7. 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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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터넷 세상을 주름잡았지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지던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초창기 웹 서핑의 대명사였던 'AOL' , 전 세계 직장인들의 필수 메모 앱이었던 '에버노트' ,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였던 동영상 플랫폼 '비메오'까지.

성장세가 꺾이고 관리가 안 되는 디지털 서비스를 싸게 산다-> 뼈대만 남기고 전부 고친다-> 그리고 영원히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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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딩스푼스 편
AOL의 초기 서비스 화면
한때 인터넷 세상을 주름잡았지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지던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초창기 웹 서핑의 대명사였던 ‘AOL’ , 전 세계 직장인들의 필수 메모 앱이었던 ‘에버노트’ ,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였던 동영상 플랫폼 ‘비메오’까지.

‘퇴물’ 취급을 받으면서 죽어가던 이 낡은 앱들을 고물상처럼 주워 모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나스닥 시장에 등장해 단숨에 39조 원짜리 초대형 잭팟을 터뜨리며 세상을 놀라게 했죠.

바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너온 독특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기업, 벤딩스푼스(Bending Spoons)입니다.

역대급 나스닥 데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벤딩스푼스
지난 7월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벤딩스푼스의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폭발했습니다. 공모가인 주당 29달러로 시작한 주가는 첫날에만 무려 39.7% 급등하며 40.50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초 희망 공모가 밴드였던 26~28달러를 상회하더니, 첫날 급등으로 시가총액은 상장 기준 184억 달러에서 하루 만에 257억 달러(약 39조 8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는 지난해인 2025년 투자 유치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145억 달러)를 비웃는 성적표입니다.

이번 상장으로 벤딩스푼스가 손에 쥔 현금만 16억 8000만 달러(약 2조 6000억 원)에 달합니다. 올해 유럽 기업이 기록한 기술 IPO 중 단연 손에 꼽히는 규모입니다. IT 업계는 한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미국 소프트웨어 상장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매트릭스의 유명 장면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밀라노의 작은 앱 개발사로 출발했던 루카 페라리 CEO는 성공적인 IPO로 단숨에 글로벌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벤딩스푼스라는 독특한 이름은 1999년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의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탄생했습니다.

주인공 네오가 저항군 캠프에서 만난 소년에게 “숟가락을 구부리려 하지 마세요. 그건 불가능해요. 대신 오직 진실만을 깨닫도록 하세요. 사실 숟가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요(There is no spoon)”라는 선문답을 듣는 장면입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면 고정관념이라는 가짜 현실을 구부릴 수 있다는 이 철학에 매료된 페라리는 회사 이름을 아예 ‘숟가락을 구부리는 사람들(Bending Spoons)’로 지었습니다.

사모펀드와 닮았지만 ‘팔지 않는다’… 독특한 연금술 모델
에버노트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돈을 싸 들고 몰려간 이유는 벤딩스푼스만이 가진 독특한 사업 방식에 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을 사서 되파는 일반 사모펀드(PEF)도 아닙니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성장세가 꺾이고 관리가 안 되는 디지털 서비스를 싸게 산다-> 뼈대만 남기고 전부 고친다-> 그리고 영원히 보유한다.

벤딩스푼스는 에버노트, 비메오, 위트랜스퍼, 이벤트브라이트 등을 잇따라 인수한 뒤 , 방만했던 비용 구조를 칼질하고 제품 개발과 운영 방식을 자신들의 공통 플랫폼 시스템에 맞춰 완전히 재설계했습니다.

벤딩스푼스의 수많은 ‘수리 명단’ 중 시장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건 단연 2022년 말 단행한 ‘에버노트(Evernote)’ 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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