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점이 맞을까?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타로카드로 연애운을 보는 것은 기대심리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과 잘 해 보고 싶어서, 혹은 힘든 연애 관계를 해결해 보고 싶기 때문, 그것도 아니라면 현재 만나는 상대와 끝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연애운은 타로상담의 단골 질문이다. 타로상담의 90%이상이 연애 질문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로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연애담을 듣게 된다. 누군가의 연애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하나도 같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며칠 전 늦은 밤 카톡으로 상담요청이 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상담 가능한가요?” 라고 묻는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괴로우면 이야기할 곳을 찾아 헤매었을까 싶어 “괜찮습니다” 라고 답을 했다. 잠시 후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담을 시작했다. 다짜고짜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혹은 “궁금한 게 뭔가요?” 라고 묻는 것은 내담자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취조당하는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 처음 상담을 요청하신 분일 경우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타로상담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라면 공감력이 아닐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 “늦은 밤까지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이 많으신가봐요...” 라고 말을 건넨다.
아니나 다를까. 연애를 하면서도 힘든 문제들이 첩첩산중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현실적인 문제 혹은 앞으로 넘어서야 할 관계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음의 병이 깊어진 상태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왜 고통과 번민이 되는가. 상담을 시작하면서 두 남녀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카드는 11번 ‘정의’(justice)였다. 정의라는 이름의 카드이지만 정의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사실 어떤 상황에 대해 저울질을 한다는 것은 그것부터 계산적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유지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관계에 있어서 ‘정의’(justice)카드가 나왔을 때는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현실적인 문제로 재고 계산할 때가 있다. 사랑을 이성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며, 손해보려고 하지 않을 때도 많이 나온다.
알고 보니 내담자(여성)가 상대방(남성)에게 지나치게 헌신적이고 배려하는 관계였다. 만나는 약속을 항상 상대 쪽에서 할 때가 많으며, 평소에도 연락을 먼저 취하는 쪽은 내담자였다. 전화나 카톡은 다소 무미건조하고, 시시콜콜할 일상적 대화를 잘 나누지 않았다. 그렇지만 막상 만남을 가지면 태도가 180도 바뀌면서 다소 열정적인 행동을 하는 남자에게 안도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연애를 함에 있어서 자신의 삶의 영역들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유지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정의카드’의 모습이다. 아마 상대방은 저울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그것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는 이기심일 수도 있다.
연애상담시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은 연애 대상자에 대한 ‘속마음’이다. 과연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사람의 마음을 열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타로카드를 뽑아서라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걸까.
“만남을 이어가면서 왜 저한테 고백을 하지 않는건가요?” "상대방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짝사랑을 하는데 상대방은 저를 어떻게 느끼는 상태인가요?”
“제가 호감을 가진 것 만큼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나요?”
“저는 결혼을 원하는데 과연 상대방도 결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까요?” "상대의 어떤 부분 때문에 제가 끌리는 건가요?" "상대방의 마음은 어떤가요?"
"누가 더 좋아하는 걸까요?"
이러한 질문들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또 상황마다 다르다. 모든 연애는 개별적이고 고유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듣고 카드를 뽑은 다음 의미를 해석하고 조언을 하는 일이 타로 상담이다. 어떤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러할 수도 있다는 열린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외롭지 않으려고 사랑을 한다고 하지만, 왜 사랑을 할수록 외로워지는 걸까.
사실 모든 연애는 자기애적인 사랑이다. 자기애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상대에게 애정을 구하려 한다. 나 스스로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과 인정으로 채우려고 한다. 자신을 잘 알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할 때 자연스럽게 연애도 잘 굴러간다. 그래서 타로상담의 질문을 조심스럽게 바꿀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연애가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채워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연인과 잘 지내기 위해서 어떤 마음과 행동을 취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상담을 이어가고 싶은데, 어떠세요?”
이렇게 묻고 나서 타로카드를 뽑는다. 6번 연인카드가 나왔다. LOVERS 는 사랑이 충만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원만한 사랑도 있지만, 자신에 대한 자각과 이해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과 로맨스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스스로 내면의 진솔한 에너지를 확장시키는 모습이다. 더 나은 자기 사랑을 채워나간다면 충분히 연인과 행복한 관계를 이뤄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혹은 마음에 잘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사랑의 상처나 아픔이 있을 경우 그 고통을 떨쳐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진실된 사랑과 연애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랑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믿고 지지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상호작용을 통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연인 사이를 악기와 연주자와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피아노라면 연주를 잘 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당신에게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첼로라는 악기라면 연주를 잘 하는 상대를 만나야 멋진 첼로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발로 친다거나, 첼로를 북처럼 친다면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가 없다. 나라는 악기를 잘 사용해주는 상대를 만나야 하고,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악기를 잘 연주해주어야 한다.
연애상담에서 타로카드는 사실상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만든다.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알게 될 때가 있으며, 제3자의 관점을 갖게 된다. 모든 관계는 기다림이다. 첫 눈에 반하여 사랑할 수는 있겠지만 관계를 키워나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었다고 해서 생명체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세포분열로 한 개체가 만들어지는데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태어난 이후에 완전한 모습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연애를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타로카드를 뽑은 후 해석을 하기 전까지 약간의 정적이 흐른다. 가끔씩 의외의 타로카드가 뽑혔을 때 침묵으로 머무를 때가 있다. ‘지팡이 9번’이라는 카드가 나왔다. 한 남자는 부상을 당한 듯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고, 방어하듯 막대기를 들고 있는데 8개의 막대기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뜻하기도 하며, 불리하지만 끈질기게 인내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연애든 인생이든 지팡이 9번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 남에게 인생을 내맡기지 말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와 패배도 있지만 그것이 삶의 끝은 아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할 것처럼 여겨져도 잠시 숨을 고르고 불안함을 내려놓으면 된다. 사랑은 반쪽을 찾아나서는 일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다.
글쓴이 : 김소라 작가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여자의글쓰기』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사이판한달살기』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등 다양한 책을 썼습니다. 수원에서 작은 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며 타로카드로 마음 공부하는 글을 씁니다.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타로카드가 주는 의외의 기쁨과 성찰의 순간을 통해 위로받으며 쉼을 얻는 코너입니다.
이 글은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세상의 모든 문화>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매일(주중)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무료 레터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