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남성 헤어 트렌드는 지저분함?!
한때 화려한 클로즈 크롭의 제왕이었던 에반 모크도 요즘은 리암 갤러거의 스타일을 참고하고 있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남자애들이 형광 녹색 버즈컷으로 자신들의 잠재적 유해성을 드러내던 것이 불과 어제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수년간 힙스터들의 선택을 받으며 인기를 끈 플루오로(fluoro) 헤어스타일은 마침내 트렌드의 고점을 찍었다. 이제 잿더미에서 부활한 새로운 (사실 오래된) 바넷(barnet) 스타일이 특유의 영국식 멋으로 두 번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인디 슬리즈(indie-sleaze) 트렌드를 거스르는 모든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고전 스타일, 모드 몹(mod mop)을 소개한다. 헤어 스타일이 마음 속으로부터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가? 그렇다면 백점. 그 향수가 위대한 영국식 자유에 대한 낭만적인 관념을 기반으로 하는가? 백만점.
이 헤어컷은 쥐새끼처럼 창백한 옆집 남자아이들이 등장해 초기 소셜 미디어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던 프라다(Prada)부터 제냐(Zegna) 런웨이에 이르기까지 2023년 가을-겨울 런웨이 전반에 널리 사용되었다. 물론 1990년대 후반부터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자주 선보인 만큼 이 헤어스타일이 런웨이에서 사용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스키니 벨트와 호피 무늬 테디 코트를 입은 모드 보이(mod boy)들은 초기 디올(Dior)부터 중반부의 생 로랑(Saint Laurent), 그리고 현재의 셀린느(Celine)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그가 구축한 미적 세계의 기둥이 되어 왔으며, 그 모든 쇼에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그리고 필딩(Fielding)) 닮은꼴로 가득 차 있었다.
한때는 불꽃처럼 강렬하게 염색한 버즈컷이 코첼라(Coachella) 패션의 최고봉이었다면, 요즘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스타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새로 즉위한 군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고 때문이다. 아직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았다면,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은 당면한 암울한 상황에 대한 무관심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헤어스타일은 심지어 꽤 그럴싸해보이기까지 하다. 로파이(Lo-fi) 식 앵글로매니아(Anglomania)라고 설명할 만한 이 스타일을 수용함으로써 오늘날의 감성충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지만 조소, 아이러니, 약간의 촌스러움에 기댈 수 있었던 지난 시대의 따스함에 안주하며 뻔뻔하게 이 경제적 재난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촬영한 걸레 머리 멋쟁이들의 핏 체크 틱톡 영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심지어 밝은 색 버즈컷의 대표주자인 에반 모크(Evan Mock)도 2006년경의 알렉스 터너(Alex Turner)로 변신했으니 말 다 했다.
물론 버즈컷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변화는 낭만적인 과거에 대한 집단적 향수를 나타낸다. 2015년에 버즈컷은 베트멍(Vetements) 마니아들과 해외에서 베억하인(Berghain)의 문을 두드리는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자리 잡았는데,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의 렌튼(Renton)과 1970년대 스킨헤드(skinhead) 문화에 대한 향수를 결합한 클래식한 군인식 헤어스타일이 이들을 대변했다. 이후 제인 말릭(Zayn Malik)부터 버즈컷 전도사인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사진을 통해 역사에 길이 남을 에메랄드 그린 버즈컷을 선보인 프랭크 오션(Frank Ocean)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경쟁이라도 하듯 총천연색으로 염색하며 버즈컷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플래티넘 버즈컷부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의 호피무늬 버즈컷에 이르기까지 이 스타일은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버즈컷은 하위 문화에서 그 명성을 잃고 마치 미용실 프리셋처럼 수없이 양산되며 탑 노트(topknot) 및 뮬렛(mullet) 스타일과 함께 무덤에 묻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길. 후기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르면 모드 톱(mod top)은 충분히 오랫동안 트렌드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지금쯤 다시 겸손하고 포스트모던한 복귀를 선언할 수 있다. 피트 도허티(Pete Doherty)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스타일은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의 자유분방함, 1990년대 브릿팝, 1970년대 후반 모드(mod)의 부흥, 1960년대 람브레타(Lambretta) 스쿠터를 타던 오리지널 몹헤드(mophead)의 감성을 모두 한 번에 보여준준다.
트렌드를 거스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여전히 탈색한 버즈컷이 마음에 든다면 귀 밑이 드러나는 중간간 길이의 모드 톱과 푹신한 프린지로 렌튼 같은 당신의 스타일을 식 보이(Sick Boy)의 스타일로 바꿔보자. 거기에 셀린느 스키니를 더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트릴비(trilby)를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잊지 말길.
거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밀레니얼 세대의 개성 넘치는 방송인들과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즐기는 스타일인 러그드 코코넛 모드 탑(ragged coconut mod top)을 선택하면 된다(‘스킨스(Skins)’에서 토니 스토넴(Tony Stonem)으로 분한 니콜라스 홀트(Nicholas Hoult) 참조). 그리고 나서 아디다스(Adidas) x 제레미 스콧(Jeremy Scott) 하이톱, 작은 가죽 재킷, 실버 첼시 부츠로 옷장을 구성하자. 빈티지 탑맨(Topman) 의류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혼란스럽다고? 그게 포인트다.
궁극체가 되고 싶다면 부엌 가위로 프린지를 잘라 헬멧 모양으로 만든다. 이제는 윙클피커스(winklepickers) 뾰족 구두와 하운드투스 수트, 얇은 검은색 넥타이만 있으면 된다. 대신 무조건 레이브 파티 대신 밴드 공연장만 가는 것을 잊지 말고, 프레드 페리(Fred Perry) 콜라보 제품이 아니면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거들떠 보지도 말아야 한다.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당신의 찬란한 민머리 시절은 끝났다. 영국에서는 회색빛의 우울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이 새로운 스타일은 지갑에도 부담이 없고, 아름다운 시절 속 과거 영국에 대한 향수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영국은 단 한 번도 위대한 나라였던 적이 없지만, 마크 론슨(Mark Ronson)과 엘프 바 캠든(Elf Bar Camden) 이전의 영광스러운 시절은 행복에 가장 가까운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음에 이발소에 갈 때는 크루즈 베컴(Cruz Beckham)의 3번 푸시아색 염색 헤어가 아닌 디올 옴므 2006년 봄-여름 쇼 화보를 이발사에게 건네보자. 오아시스(Oasis)는 “분노에 휩싸여 뒤를 돌아보지 말라(Don’t look back in anger)”고 말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 말이 맞았다. 뒤돌아보되, 차가운 뻔뻔함과 엉터리로 대충 자른 헤어스타일을 장착한 채 뒤돌아보자자.
에디터 Joseph Bobowicz
번역 Yongsi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