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에 낙하산 인사까지…‘절대권력 친분’ 호소인에 내홍 휩싸인 與

김명환 기자(teroo@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2024. 10.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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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와 관계 부각하며
공천 관여하고 이득 챙겨와
무명 가까운 명태균·김대남
당정관계 파열음 더 키워
연관된 인사들 잇단 손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한주형 기자]
가뜩이나 내부 갈등과 야당 공세에 휘청이던 여권이 이번에는 ‘정치 브로커’와 ‘낙하산 인사’로 인해 내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정치권 인사는 수시로 등장했만 이번 논란은 대통령 부인의 공천 개입설까지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화제성이 크다.

또 보수 정당 역사상 가장 난타전이었던 것으로 평가되는 전당대회가 남긴 상처가 겨우 아무는 상황에서 다시 생채기가 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여권 전체가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다시 한번 한국 정치의 밑바닥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선 전 의원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는 전날 한 종편방송을 통해 지난 2월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의 22대 총선 출마를 도왔던 명 씨가 여러차례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김 여사가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공개된 내용에서 김 여사는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지”라고 한 뒤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 씨는 보도 이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사실이 없다는 걸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을 김 전 의원을 통해 봤다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개입의 완결성이 없어 보인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명 씨를 통해 과거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적 있으며 “윤 대통령이 그를 ‘명 박사’라고 불렀다”고 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당시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서 메신저를 자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명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되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진 명 씨는 과거 경남 지역에서 텔레마케팅 사업을 하다가 2010년대 말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지역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공무원에게 승진을 도와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그는 2022년 대선을 기점으로 중앙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김 전 의원의 5선 당선을 도운 이후 한동안 국회의원 세비의 절반을 매달 건네받았다는 녹취로 인해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정치권에선 그가 공천을 매개로 이권을 챙기는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의 행태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창원지검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김 전 의원과 명씨는 대가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두 사람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권력 주변에서 얻을 게 있으니 정치 브로커가 판 치는 것”이라며 “브로커들의 특징이 ‘자기가 다 했다’인데, 비공식적인 조직들까지 움직여 그 공을 인정 받으면 나중에 자리를 받거나 차후에라도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브로커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사례가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청탁 대가로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2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 전 부총장은 ‘낙하산 논란’도 있었는데 문재인 정권 실세의 도움을 받아 21대 총선 직후 CJ 대한통운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의 상근 고문이 됐다.

비슷한 유형이 최근 또다른 논란 중심에 선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이다. 그는 올해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 하려다가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 공천되면서 뜻을 접은 인물이다. 건설업계 출신인 그는 서울 강남구청장에도 출마하려다 실패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치권 진입을 노렸다.

최근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후보를 공격해 달라”거나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당 대표 후보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했다. 전당대회 직후인 8월 초엔 공기업인 SGI서울보증보험 상근 감사위원이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좌파 유튜브, 아주 극단에 서 있는 상대 편에다가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건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 부부는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장 야당은 개인적 친분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실 직원의 행동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당대회에 나갔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유튜브에 출연해 “김 전 행정관은 나경원 캠프의 참모로, 그의 녹취를 당정 갈등으로 봐선 안된다”며 “번지수를 잘못 찾고 당정 갈등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에 빠지면 문제”라고 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좌파세력 탄핵 시나리오의 김건희 여사 악마화의 일환”이라며 “김 전 행정관의 정보 취득 경위나 기사의뢰 과정, 그 이후 일련의 행위를 보면 개인적 돌출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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