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 트럼프 지지 연설에 푸에르토리코계 분노…펜실베이니아 표심 영향 주목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나온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에 빗댄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특히 미 대선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 많은 푸에르토리코계를 포함한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고 폴리티코 등 미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찬조 연설을 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섬”이라고 말했다. 무단 입국자들로 미국이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에 동조하면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곧바로 푸에르토리코와 주민들을 비하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캠프가 즉각 “이 농담은 후보나 캠프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 비중이 높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폴리티코 등은 전했다. 해당 발언 이후 한 무당파 푸에르토리코계 단체는 회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 초안을 마련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푸에르토리코계 주민들은 29일 앨런타운에서 열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회에 참석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는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 약 60만명 중 80%인 47만명에 이른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약 8만표 차(1.17%포인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는 점에서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유권자 집단인 셈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는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간 등 박빙 대결이 예상되는 다른 경합주에도 적잖은 수가 거주하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트럼프 캠프를 향해 공세에 나섰다. 해리스 캠프는 히스패닉 유권자를 겨냥한 디지털 광고를 새로 제작했다. 광고에는 전날 필라델피아의 푸에르토리코 식당을 방문한 해리스 부통령이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당시 “트럼프는 섬을 내동댕이 쳤고 화장지와 모욕 외에는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주 유세를 위해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트럼프는 증오와 분열을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델라웨어주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부끄럽다” “어떤 대통령보다도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유세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해당 발언을 강력 비판하며 “누군가가 당신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그가 당신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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