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긴장? NO, 꿈 이룰 생각에 흥분돼"... 'NPB→WBC 우승' 이젠 MLB 정복하러 간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가을야구를 앞두고 긴장되는지 묻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통역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어도 응답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오타니는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을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 나섰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오타니는 높은 기대와 압박에 대해 낯선 사람이 아니다"라며 "10대 시절 이미 일본에서 나올 위대한 선수로 기대를 받았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그의 커리어 내내 그러한 관심이 따라다녔다. 2018년 MLB에 진출과 동시에 유일한 이도류가 되면서 그 관심은 더 커졌다"고 전했다.
물론 가을야구는 또 이야기가 달랐다. 미국 진출 후 매 시즌 뛰어난 커리어를 썼고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도 두 차례나 수상했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LA 에인절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우승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고 10년 7억 달러(9440억원)를 투자한 우승 후보 1순위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오타니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린 시절부터 중요한 상황에 처하고 중요한 경기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며 "그래서 그 흥분이 제가 느낄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고교시절부터 어느 누구보다도 큰 관심을 받아왔고 NPB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이미 큰 경험을 쌓았다.
니혼햄 파이터스 일원으로서 가을야구에 나섰던 오타니는 2016년 팀을 일본시리즈 챔피언십으로 이끌었다. 이 시리즈에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뒤 마무리 투수로 나서 NPB 역대 최고 구속인 시속 102.5마일(약 165㎞) 강속구를 뿌리며 세이브까지 따냈다. 그해 니혼햄은 결국 정상에 올랐다.
2023년엔 WBC에서 주장을 맡아 '사무라이 재팬'의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미국과 결승전에선 선수들을 모아놓고 긴장하지 말고 경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연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 막판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당시 팀 동료이자 미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세계 야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버킷리스트를 세워 하나씩 현실화시킨 오타니의 다음 스텝은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가을야구의 활약에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커다란 압박감에도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던 오타니다. 올 시즌도 투수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커리어 최다인 54홈런에 무려 59도루를 써내며 야구 역사상 없었던 50홈런-50도루를 넘어 54-54 클럽에 입성했다.
MLB닷컴은 "오타니가 올 시즌 이룬 업적은 다저스가 겨울에 그에게 7억 달러를 쓸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았다"며 "시즌 막판 그는 12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남겼고 그 기간 타율 0.547, 7홈런 22타점 출루율 0.586, 장타율 1.057으로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다저스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디비전 우승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오타니는 습득한 듯 했다. WBC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뛸 때 그걸 봤다"며 "그는 이미 중요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가 포스트시즌에 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그는 많은 큰 경기에서 뛰었고 팬으로서 (가을야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보는 것이 그에겐 새로운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다만 그런 걸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확실히 오타니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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