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비 삭감과 세금 인상, 예산의 끝이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국방 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부가가치세를 20%에서 22%로 인상하며 국민 부담을 키우는 조치를 취했다. 국채도 대규모로 발행할 계획인데, 그 규모가 무려 345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재정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방증이다.

국방비는 그동안 푸틴 정권의 핵심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전쟁을 위한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치는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내부 불만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러시아 재정의 위기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성장률 추락, 경제 전망도 붕괴 직전
러시아 재무부는 2026~2028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세수 부족과 배당 수익 감소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가세뿐 아니라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경제적 압박을 주는 조치이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수가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된다. 성장률 하락은 경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투자 유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붕괴의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회복의 가능성보다는 장기 침체에 대한 전망이 더 많아지고 있다.

에너지 수익 붕괴, 가스프롬의 추락
러시아의 재정은 국영 에너지 기업의 수익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대표 기업인 가스프롬의 실적은 충격적이다. 배당금은 2,464억 루블에서 820억 루블로 67%나 줄었고, 상반기 순이익도 54.2% 급감했다. 이는 정부의 세입에 직격탄이 되었고, 연쇄적으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과 유럽 시장 상실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요 수입원이 붕괴된 만큼, 세금 인상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결국 에너지 수익 붕괴는 국가 재정 전체를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금 축소, 복지 시스템의 붕괴 선언
정부는 세금 인상만으로 부족하자 결국 연금 축소까지 발표했다. 여당 정치인은 연금은 소득이 아니라 복지일 뿐이라며, 수급자들이 자급자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복지 체계의 포기를 의미하며, 국가가 사회적 책임을 내려놓는 선언이다. 소련 시절부터 유지되던 연금 국가주의 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고령층은 물가 상승과 연금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고, 이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금 삭감은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조치다. 생계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회 불만은 급속히 확산된다. 복지 후퇴는 정치적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1991년 소련 붕괴와 놀라운 유사성
현재 러시아의 상황은 1991년 소련 붕괴 직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당시에도 전쟁과 군비 지출이 국가 재정을 갉아먹었고, 세금 폭탄과 연금 축소가 이어졌다. 민심은 이반했고, 결국 정권은 무너졌다. 지금 러시아 역시 전쟁 장기화로 일할 인구는 줄고, 경제는 수축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복지는 줄어들며, 국민 삶의 질은 끝없이 낮아지고 있다. 푸틴 정권은 아직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붕괴의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과거의 붕괴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았다. 숫자와 정책, 민심이라는 경고가 이미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