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만 잔뜩 적혀 있길래.." 친구의 마지막 쪽지를 몇 년째 숨긴 이유

저에게는 몇 년째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친구 A가 세상을 떠난 날 밤, 그 호텔방에서 제가 가장 먼저 본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있던 친구 B도 이 이야기를 모릅니다.

매년 7월 6일, 저와 B는 카지노 도시에 있는 한 호텔의 2308호로 갑니다. A가 마지막으로 묵었던 방입니다. A의 부모님도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오십니다. 저희는 그 방에 A가 좋아하던 요거트를 차려 놓고 하룻밤을 보냅니다.

다음 날 뷔페까지 예약해 둔 친구였습니다

저희 셋은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동기입니다. 그중에서도 A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표 선발 시험에 세 시간이나 늦게 와서 "잊어버렸어요" 한마디만 하고 1등을 했습니다. 그 바람에 한 등수 차이로 떨어진 사람이 B였습니다.

졸업 후 셋이 함께 그 도시로 놀러 간 해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카지노에서 돈을 꽤 땄습니다. A는 다음 날 먹을 뷔페에 대기까지 걸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A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시각 B는 아래층에서 블랙잭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으로 먼저 올라간 사람은 저였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그날은 1년 중 그 도시가 가장 붐비는 연휴였습니다. 그 날짜에 여행을 가자고 한 사람도 A였습니다.

쪽지에는 있어야 할 한 줄이 없었습니다

방 안 전기 포트 밑에 호텔 메모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친구들에게 고맙다,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 드리는 인사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힘들었다는 말도, 누구를 원망하는 말도 없었습니다. 쪽지는 곧 경찰이 가져갔습니다. 저는 그 쪽지를 봤다는 사실을 몇 년 동안 B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입을 다문 데에는 B가 모르는 일이 얽혀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A를 좋아하던 여자 동기가 있었습니다. 대회 성적을 올리려고 그 동기가 약에 손을 댔을 때, 계속 먹으라고 부추긴 사람이 저였습니다. A는 그 사실을 알고 저를 찾아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얼마 뒤 그 동기는 학과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A와 단둘이 바로 그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저는 A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한마디를 했습니다. A는 아무 표정 없이 그 말을 들었습니다.

올해는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올해도 B의 차를 타고 그 도시로 향했습니다. 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차가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속 페달도, 브레이크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경고등은 하나도 켜지지 않았습니다. B는 바로 지난주에 정기 점검을 받았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견인차를 기다리던 캄캄한 차 안에서 저는 처음으로 쪽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도시에 있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A가 죽기를 바란 적 없어." B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이상한 일은 이어졌습니다. A의 몫으로 딴 돈을 전부 쓰고 가는 것이 저희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장 질 확률이 높은 곳에만 돈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 판도 지지 않았습니다. 돈은 오히려 계속 불어났습니다. B가 중얼거렸습니다. "A 이 녀석, 우리 돈은 받기도 싫다는 거냐."

A는 왜 이유 한 줄 없이 고맙다는 말만 남겼을까요. 그날 옥상에서 들은 말을 A는 몇 년 동안 어떻게 품고 살았을까요. 그리고 올해 저희를 그 도시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정말 우연이었을까요.

이 이야기는 소설 《탄흔》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A가 이유 한 줄 없이 고맙다는 말만 남긴 까닭, 그날 옥상에서 오간 말, 그리고 쪽지를 처음 본 '나'가 끝까지 숨겨온 진실이 궁금하시다면 《탄흔》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