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견제구] 최형우도 없고 위즈덤도 없다, 2026 KIA는 ‘건강한 나성범’을 원한다

- '철강왕' 최형우도 떠난 호랑이 굴, 나성범의 '풀타임 우익수' 고집은 통할까?
- 0.268의 타율과 10홈런의 초라한 성적표, KIA 타선의 고립은 나성범의 부재에서 시작됐다
- 수비 안 하면 은퇴라는 절박함, 150억 사나이가 증명해야 할 것은 기록이 아닌 '출장 경기 수'

프로 선수의 몸값은 곧 기대치다.
6년 총액 150억 원. KIA 타이거즈가 2021시즌이 끝난 뒤 나성범에게 안겨준 유니폼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한때 5번이나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던 KBO의 대표적인 ‘금강불괴’.
하지만 지난 3년, 그 화려했던 별명 위에는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덧씌워졌다.
최근 3년간 출장 경기 수는 단 242경기. 팬들의 기대는 걱정으로, 그리고 점차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2025년의 악몽, 그리고 최형우의 빈자리
2025년은 나성범에게 지우고 싶은 해였을 것이다. 종아리 부상 여파로 82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고, 성적표는 더욱 초라했다.
타율 0.268, 10홈런, 36타점, WAR 2.07 (케이비리포트 기준)
리그를 호령하던 OPS는 0.825까지 떨어졌다. 하체 밸런스가 무너지자 특유의 호쾌한 스윙도, 거침없는 주루는 사라진지 오래다.

설상가상인 팀 타선
타선의 두 기둥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35홈런을 때려낸 패트릭 위즈덤은 미국으로 떠났고, 정신적 지주였던 최형우마저 친정 삼성으로 이적했다.
2024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KIA 타선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중심을 잡아야 할 선수는, 냉정하게 말해 나성범 하나뿐이다.

웨이트 내려놓고 선택한 ‘유연성’, 절박함의 증거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나성범은 이번 겨울, 익숙했던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필라테스를 선택했다.
“매년 준비했지만 계속 다쳤다. 그래서 다르게 접근했다”는 그의 말에는 더 이상 다치지 않겠다는, 아니 다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속근육과 유연성을 길러 부상 위험을 낮추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더 흥미로운 건 그의 고집이다.
최형우가 떠난 자리에 지명타자로 들어가 체력을 아낄 법도 하건만, 나성범은 “수비를 안 하는 순간 은퇴에 가까워진다”며 풀타임 우익수 출장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다. 수비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하체 상태에 자신이 있다는 신호이자, 반쪽짜리 선수가 되어 팀에 짐이 되지 않겠다는 책임감의 발로다.

숫자가 아닌 ‘완주’를 꿈꾸며
나성범의 2026시즌 목표는 홈런왕도, 타점왕도 아니다. 바로 ‘전 경기 완주’다.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도영, 새 외국인 타자 카스트로,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오선우 등과 함께 타선을 꾸려가야 하지만, 결국 이 조합의 중심축은 나성범이다.
그가 건강하게 라인업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달라진다.

지난해 8위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KIA. 명가 재건이라는 거창한 목표 이전에, 팬들은 그저 나성범이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150억이라는 돈의 무게를 증명하는 방법은 홈런 개수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팀이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베테랑’ 나성범이 2026년에 보여줘야 할 유일한 해답이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나성범의 프로통산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