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극장 영화가 1,000원이라고 해서 봤습니다
[영화 알려줌] <밤낚시> (Night Fishing, 2024)
1905년 미국 피츠버그, 해리 베이비스와 존 해리스가 문을 연 '니켈로디언'은 현재의 '영화 산업'에서 필수로 언급되는 극장 이름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긴 '장편 영화'가 아닌 '단편 영화'를 5센트, 10센트라는 적은 비용으로 상영하던 '니켈로디언'은 1910년에 미국 전역에 1만여 곳으로 운영이 되었고, 노동 계층, 이민자 계층이 사랑하는 대표 여가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장편 영화'가 일반화되면서 '니켈로디언'은 역사의 뒤안길로 향했지만, '영화 관람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영화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밤낚시>는 2010년대 정점을 찍고, 현재는 주춤거리는 한국 극장 산업에 '니켈로디언 실험'을 열어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5년 사이 극장 영화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볼 영화만 본다'는 인식이 강해지던 중 10분 초반에 달하는 영화(심지어 일찍 상영관에 들어가면 광고 시간이 영화 본편보다 더 길다)를 1,000원에 볼 수 있다는 선택지는 분명 강렬했다.
에디터가 직접 영화를 본 시간은 토요일 오후였는데,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과 함께 본 단편 영화는 '영화제'가 아닌 이상 볼 일이 없었던 터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관객이 음료수 하나는 들고 있었으니, 극장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터.
그렇다면 <밤낚시>는 어떤 내용일까?
<밤낚시>는 깊은 밤, 홍천강 주변에서 밤새 홀로 텐트를 지키는 한 남자 '로미오'(손석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오랜 기다림은 차 안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무전과 함께 끝나게 되고, 남자는 그 원인을 찾아 미상의 야생 동물의 습격을 받았다는 전기 충전소로 향한다.
'로미오'가 전기 충전소에서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자동차의 시선'으로 담아낸 <밤낚시>는 2013년 단편 <세이프>로 한국 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신작이다.
문병곤 감독은 영화 <밤낚시>의 연출 제안을 받을 당시를 회상하며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들로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깊이 고민했다고.
어려운 전제 아래 시작되었지만, 작업에 몰두할수록 이것은 제약이 아니라 재미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한 그는 "평소에 우리가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는데 자동차의 시점으로는 여러 방향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기술과 예술적 영역이 합해진다는 것이 신선했다"라며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관해 설명했다.
문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마치고 빈 모니터를 바라볼 때마다 막막한 밤바다를 마주한 외로운 낚시꾼의 뒷모습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하면서, 창작이라는 바다에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빈 낚싯대만 걷어 올리는 일이 태반이지만 가끔은 이름 모를 물고기나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건지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이번 작업이 그런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런 순간들 때문에 앞으로도 이 낚싯대 앞을 떠나지 못할 것만 같다"라면서, <밤낚시>의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가 관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밤낚시>의 제작자이기도 한 손석구는 "맨 처음에 '아이오닉 5'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담는 독특한 시선만큼이나 사물이나 상황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연출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문병곤 감독이 생각났다"라면서, 문병곤 감독을 직접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석구는 "앞으로도 극장에서 보는 2시간 전후의 상업 장편 영화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그러나 극장도 이제 변화해야 되는 과도기인 점은 분명하다. 이에 맞게 2시간짜리 전통적인 포맷은 계속 유지가 되면서 더불어 사람들이 갖는 극장에 대한 이미지가 다변화될 수 있게 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손석구는 "내가 직접 제작과 함께 홍보마케팅 회의에 참여를 하면서 팀원들과 끝까지 고민하고 요구했던 것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의 작품의 성격을 한 번에 이제 직관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어떤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오랜 고심 끝에 '스낵무비'라는 단어가 나왔고 단번에 너무 좋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하나의 단어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가 봐 왔던 단편 영화와 다르게 1,000원만 내고 극장에서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상업적인 가치를 지닌 숏폼 콘텐츠 영화이기 때문에 스낵무비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손석구는 "단순히 1,000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고 상업 영화를 본다는 측면에서, 단편 영화가 상업적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사실은 훨씬 더 문학적이고 작가적인 주장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와는 다르게 대중 친화적이고 대중을 위한 상업 영화로서의 기능을 하는 숏폼 영화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영화 업계에서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손석구는 "제2의, 제3의 스낵무비가 나오고, 나나 문병곤 감독 같은 아티스트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과의 또 다른 형태의 협업으로 어떤 또 다른 포맷에 콘텐츠가 극장에서 나오게 되고, 그 결과로 이제 사람들이 극장을 가는 행위가 재미있다고 느껴지게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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