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읍·면 전체 농협으로 넓히자”
슈퍼·편의점 아예 없어야 가능
“농촌 상권 현실 반영 안돼” 지적
슈퍼 있어도 상품 적어 활용도↓
한 농협인데도 면별로 가부 갈려
현장 혼란 가중 우려 목소리도


행정안전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사업 종합지침’을 개정해 일부 면(面) 단위 농협 매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허용했다. 현장에선 이같은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바뀐 지침이 상품권 사용 확대와 소비진작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보이는 분위기다.
행안부는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슈퍼·편의점 또는 농자재판매장이 아예 없는 면 지역 농협으로 사용처 범위를 조정했는데, 면 단위에 슈퍼·농자재판매장이 있더라도 규모가 작고 취급상품이 적어 주민들이 상품권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명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관련 지침 개정도 첫발을 뗀 만큼 농촌지역 읍·면에서만큼은 사용처를 더 넓혀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행안부는 앞서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을 개정해 ‘연매출 30억원 초과’ 법인의 사업장에서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았다. 골목상권 활성화 등이 이유였으나 유탄은 상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지역 주민들이 맞았다. 금융·경제사업을 영위하는 전국 모든 농축협이 사용처에서 제외됐고, 농촌 주민들은 상품권의 주요 사용처를 잃어버린 것이다. 행안부의 이번 개정 지침은 농협 판매장을 다시 상품권 사용처로 허용해달라는 농촌 주민들의 요구가 끈질기게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지침을 받아든 농촌 현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행안부는 이번 지침 개정으로 농협 매장 몇곳이 사용처로 허용될지는 각 시·군의 등록 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농협 내부적으로는 전국 약 130곳의 면 지역 농협 매장이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산이 맞다면 전국 면 1168곳 중 약 11% 수준이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대다수 면 지역에서 농촌 상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지침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예로 전북 순창군 동계면의 경우 지역 내에 슈퍼 한곳과 일반 농자재판매장 두곳이 있지만 육류 등 신선식품과 비료는 취급하지 않아 농민들의 지역사랑상품권 활용도가 떨어진다. 양준섭 동계농협 조합장은 “주민들이 상품권을 쓰기 위해 기름값을 부담해가며 수십㎞ 떨어진 읍내로 나가느니 사용 자체를 포기하고, 농협 매장에서 현금을 주고 쇼핑한다”며 “면 단위에서는 사용처를 더 넓게 풀어주면 주민들이 상품권으로 유류나 비료·생필품을 더 다양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1조원의 상품권 발행 지원액을 확보한 만큼 사용처를 늘려 농촌지역 소비를 확실하게 진작시켜달라는 의견도 있다. 노종진 전남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새 정부 출범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이 활성화되고, 읍·면 전체로 사용처 제한이 풀린다는 이야기도 있어 기대가 컸는데 이번 지침 개정은 아쉽다”며 “농자재 가격이 올라 힘든 상황에서 농민들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농자재를 가까운 곳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접근해달라”고 요구했다.
지침 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개정 지침대로라면 A농협이 여러 면에서 하나로마트를 운영할 경우 특정 면 지역의 매장은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을 수가 있다.
김천덕 경북 영천 금호농협 조합장은 “같은 농협이 운영하는 매장인데 어디는 사용이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문제를 농민들이 제기하면 혼선이 빚어질 게 뻔하다”며 “농민들도 사용처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농협의 수익은 지역으로 고스란히 환원되는데 사용처 제한을 못 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 개정은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소상공인 측에서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침 개정으로 정부가 국민 1인당 15만~52만원씩 지급을 예고한 ‘민생 소비쿠폰’ 사용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선불카드 같은 형태로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지역사랑상품권과 마찬가지로 사용처가 제한돼 농촌 주민들이 충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행안부는 아직 지원 형태나 사용처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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