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첫날 “단골인데 신분증 검사라니…” 병원 환자도 운영진도 ‘혼선’

별도 절차 없이 평소처럼 진료
직원도 제도 정확히 파악 못해
“환자 대부분 신분증 없이 방문
그냥 돌려보내기도 뭣해서…”
일각 “얼굴 없는 모바일 건보증
정말 실효성 있나” 의문 제기도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진료 등을 받을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신분증, 운전면허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처음 오신 분만 신분증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20일 오전 10시께 대구 달서구의 한 한의원 안내데스크 앞에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신규 환자 A씨가 들어오자 직원은 ‘초진 접수증’ 작성과 함께 신분증 검사를 요구했다.

A씨는 신분증을 대신해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내밀었으나 별도로 QR코드를 찍지는 않았다.

A씨에 이어 들어온 환자들은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평소처럼 진료를 했다. A씨가 직원에게 “왜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냐”고 묻자 직원은 “처음 온 환자만 신분증을 확인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전에 자주 오셨던 환자들에게도 검사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후 2시께 남구의 한 약국의 약사 김모(50대)씨는 “어르신 대부분이 신분증 없이 왔는데 동네 병원은 초진이 드물다 보니 쉽게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받아 왔다”며 “돌려보내기도 뭣해서 ‘다음부터 꼭 가지고 와 달라’고 안내했다”고 했다.

개정된 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날부터 병원이나 약국에서 신분증을 확인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타인의 명의를 대여·도용한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절차로 건강보험증과 주민등록증, 여권, 스마트폰 건강보험증 어플 등으로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시행 첫날부터 이용객과 운영진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이용객들은 제도를 잘 알지 못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는가 하면 병원·약국 관계자들도 제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이날부터 초진·재진 환자 모두 본인확인 필요 대상이 되지만 일부 동네 의원에서는 ‘단골 손님’에게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신분증 없이 진료를 본 환자들은 다시 신분증 없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았다. 기존 환자들에게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 대여·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얼굴 사진이 없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앱스토어의 ‘모바일 건강보험증’ 어플 후기에는 한 의료계 종사자가 “휴대폰이 당사자 것이 아니고 사진도 없이 보험증을 보여주면 본인 확인을 못 한다”며 “이런 신분증 확인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도 “여권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없는 신규 여권은 이용할 수 없다는데 이 보험증으로 신분 확인이 되냐”며 “병원에 QR 리더기가 없는 경우는 정확한 확인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요양기관에 가이드라인과 잦은 질의사항을 지속 제공하고 고객센터 상담원과 직원 상담 역량 강화를 통해 원활한 안착에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