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선 게 소문난 맛집인지, 아니면 한정판 신상이라도 출시한 건지 싶은데, 자세히 보니 협의이혼접수?! 줄을 길게 선 이곳은 다름 아닌 한 가정법원의 이혼접수처다. 유튜브 댓글로 “요즘은 이혼도 오픈런 한다는데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취재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이혼 웨이팅 그리고 오픈런까지. 정말 사실인지 물어보니,
가정법원 가족관계등록처 관계자
“가정법원으로 오시게 되면 의무 면담을 먼저 받으셔야 접수를 하실 수가 있는데요. 의무 면담이나 비디오 시청하시는 거 이런 것이 있기 때문에 서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혼을 주관하는 가정법원에서는, 이혼 절차가 오래 걸리는데 요즘 사람이 몰려 자주 대기 줄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특히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건 협의이혼 접수처라고 하는데,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이혼전문변호사
"협의이혼 신청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왜냐면 주소지 법원에서 평일에 하니까 그거는 아무래도 줄을 설 수밖에 없죠. 저희가 체감하는 거는 요새 이제 경기가 좀 안 좋아지다 보니까,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정의 불화도 비례적으로 커지니까....”

이혼은 크게 두 가지인데, 양측이 서로 이혼에 동의한 ‘협의이혼’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재판상 이혼’이 있다. 최근 늘어난 이혼 건수 중 무려 80%에 달하는 이혼이 협의이혼인데, 협의이혼이면 서로 합의했으니 간단하게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 재판상 이혼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각종 서류 제출과 전문가와의 상담, 관련 영상 시청, 통상 한달간의 숙려기간 등이 있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게다가 협의이혼은 당사자가 각자 이혼 서류를 제출할 수 없고, 반드시 함께 출석해 접수하는 게 원칙이라서 대기 줄이 길어진 현시점에서는 소위 “그 웬수랑 줄 오래 서기 싫어서 오픈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혼 당사자 중 일부에서는 협의이혼인 만큼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데, 사실 이런 절차가 생긴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협의이혼의 경우, 국가가 개입하여 당사자 서로가 정말 이혼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는데, 그래서 잦은 이혼 취하, 자녀를 고려치 않은 경솔한 이혼 등이 문제가 되었다.

가장 심각한 건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경제적 기반이 없는 아내를 내쫓는 일명 ‘축출이혼’의 수단으로 협의이혼이 악용되기도 했다는 거다. 그래서 현재는 협의이혼이라 할지라도 2~3번의 면담과 숙려기간, 합의 사실 확인 등의 꼼꼼한 과정이 생긴 거다.
그런데 정말 웨이팅을 넘어서 오픈런을 해야할 만큼 이혼은 흔한 일이 된 걸까? 작년 기준으로 혼인은 19만 4000건, 이혼은 9만 2000건으로 혼인 대비 이혼율은 이제 50%에 육박한다. 전체 이혼 중 8할이 협의이혼이니 작년 한 해만 7만3600건 정도라는 건데, 평일에만 접수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최소 300건 이상의 협의이혼 서류가 접수됐다는 말이니 정말 웨이팅이 생길 만도 하다.
전문가는 전 연령에서 이혼이 흔한 일이 됐지만, 3년 차 이하 신혼부부나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오래 유지한 부부가 이혼하는 통계가 요즘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영희 한국성서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가장 최근 통계에서는 경향은 전반적으로 이제 (증가)하긴 했는데 두드러진 게 25년 30년 그쪽이 더 증가한 걸로 나와있더라고요 졸혼 같은 그런 형태로... 그리고 젊은 사람 같은 경우도 동거를 하다가 헤어지는 그런 경우도 많으니까.”
3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는 이제 결혼생활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이나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양상이고, 젊은 층에서는 이혼이 워낙 잦다보니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것도 트렌드처럼 자리잡았다고 한다.

또 요즘은 엑셀결혼 엑셀이혼이라는 말이 뜨고 있다는데, 결혼에 드는 비용을 각자 얼마나 지불했는지부터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수입과 생활비, 가사노동 기여도까지 기록하고 이혼 때도 철저히 계산하는 거다. 서로 한치도 손해도 보지 않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데, 이쯤되니 합리성을 가장한 비합리적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