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크라운과 떠난 골프 여행…‘인천-평창’ 왕복 장거리 연비는?

“골최몇?” 한국 시장에선 중형급 이상 자동차의 트렁크를 평가할 때 ‘골프백’을 기준으로 체크한다. 가로로 몇 개가 들어가는지 따지는 식이다. 아마 ‘OOOL’보단 이 방식이 쉽게 와 닿을 듯하다. 오늘 시승의 주인공은 토요타 크라운. 종류별 클럽으로 가득 찬 두 개의 골프백과 보스턴백, 여행용 캐리어를 싣고 인천-평창 왕복 장거리 연비 체크도 진행했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토요타, 강준기

*참조 : <[히스토리] 16세대에 걸친 진화, 토요타의 기함 크라운 이야기 ‘Since 1955’>
https://v.daum.net/v/4XuRL8iHkH

*참조 : <[테크] 전혀 다른 두 가지 하이브리드, 토요타 신형 크라운 파헤치기>
https://v.daum.net/v/Q7O8wV4IAI

*참조 : <[최초시승] 확실한 구동계 차이…토요타 크라운 하이브리드 시승기>
https://v.daum.net/v/1LXk4ytn7f

신차발표 & 미디어 시승행사 이후, 크라운에 대한 다양한 기사가 매스컴을 탔다.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차에 관심 있는 운전자라면 ‘첫인상’ 판단은 대부분 끝냈을 듯하다. 그러나 사람도 긴 시간 겪어봐야 알듯이, 이 차의 다양한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2.4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와 2.5 일반 HEV 중 볼륨 모델인 2.5 버전을 가져왔다.

색다른 외장 컬러

냉정한 기자들의 외모 판단보단,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인상이 궁금했다. 홈쇼핑 회사 다니는 아내, 옷가게 운영하는 장모님 모두 오묘한 컬러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크라운의 외장 컬러는 여섯 가지로 나눈다. 시승차는 프레셔스 브론즈(Precious Bronze)로, 굉장히 고급스럽다. 보닛 위 왕관 엠블럼에 가장 걸맞은 색상이며, 흔한 무채색이 싫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기왕이면 큰 차 선호하는 우리 취향에 ‘피지컬’ 역시 알맞다. 4,980㎜의 차체 길이는 ‘동생’ 캠리보다 85㎜ 길고, 1,540㎜의 차체 높이는 95㎜나 껑충하다. 지붕은 조약돌처럼 매끈한데, 바닥이 훤한 지상고와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래서 세단, SUV 등 뻔한 장르 분류에 속하지 않는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21인치 휠도 멋스럽다. 참고로 크라운은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이며, 한국에선 캠리와 렉서스 ES의 틈새를 메우는 전략 차종으로 등장했다.

편안한 승하차

보통 신차의 실내를 소개할 때 소재와 장비수준부터 언급하지만, 이 차는 타고 내리는 과정부터 설명하고 싶다. 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이 높아, 차에 탈 때 세단처럼 몸을 수그릴 필요 없이 엉덩이만 ‘슥’ 하고 밀면 된다. 물론 SUV처럼 껑충하진 않기 때문에 아이들 타기에도 어렵지 않다. 실제 운전석에서 확인한 ‘높이’는 소형 SUV와 비슷하다. 그래서 개방감이 좋다.

그 동안 토요타의 주요 라인업은 다소 칙칙한 실내 분위기가 단점이었다. 작은 모니터 사이즈도 그렇고. 반면, 크라운은 최신 양산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골고루 갖춰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옆에 12.3인치 고화질 중앙 디스플레이를 펼쳤다. LG 유플러스 드라이브가 들어가 지니뮤직, 팟빵, 스포츠 뉴스 등의 메뉴를 태블릿 PC처럼 띄운다. 화질도 좋고, 터치 반응속도도 빠르다. 어라운드 뷰 역시 갖췄으며, 유무선 애플 카플레이 &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도 챙겼다. 여름철 요긴한 1열 통풍시트도 기본.

프로마쥬 천연 가죽(옅은 베이지)

인테리어 컬러는 프로마쥬 천연 가죽(옅은 베이지), 블랙 다크 체스크넛 천연 가죽, 블랙 천연 가죽 등 세 가지로 나눈다. 시승차는 블랙으로 대시보드와 송풍구, 기어레버, 시트 주변에 외장 컬러와 같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살렸다. 덕분에 캠리와 RAV4 등 기존 토요타 라인업과 비교해 한층 고급스럽고 감각적이다. 스티어링 휠 중앙의 왕관 엠블럼도 신선하다.

2열은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다리 공간은 캠리와 비슷하지만 시트의 착좌감이 편안하고, 헤드레스트는 양끝을 접어 장거리 갈 때 머리를 포근하게 감싸는 점도 좋다. 또한, 패스트백 실루엣을 지녔지만, 앉은키가 큰 남자 성인이 앉아도 머리 공간이 답답하지 않다. 2열 송풍구와 2개의 USB-C포트, 열선 기능 등 편의장비도 빠짐없이 담았다.

캐디백 가로로 2개, 보스턴백과 캐리어까지 충분해

골프백 2개를 가로로 실어도 여유가 있다.

가장 궁금했던 적재공간의 활용도. 드라이버와 아이언 풀세트가 담긴 캐디백 2개를 가로로 나란히 실을 수 있었다. 특히 위아래 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보스턴백 1개와 기내용 작은 캐리어 1개도 무리 없이 넣을 수 있다. 길이가 긴 짐은 2열 시트를 접어 적재할 수도 있다. 특히 트렁크 천장 안쪽까지 흡음재로 마감하는 등 꼼꼼한 방음 설계도 돋보였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트렁크 개폐 버튼을 눌렀을 때 해치가 ‘한 방’에 열리지 않고 손으로 한 번 더 잡고 들어 올려야 한다. 전동 트렁크 옵션이 없다면, 개폐 방식이라도 편하면 좋은데 다소 아쉽다. 또한, 패스트백 크로스오버 장르인 만큼, 폭스바겐 아테온이나 푸조 408처럼 뒷유리까지 함께 열리는 해치백으로 설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공인연비 이상의 실연비…고속보단 도심에서 더 좋아

금요일 저녁, 트림컴퓨터를 리셋하고 인천 계양에서 출발해 목적지인 강원도 평창으로 출발했다. 거리는 약 200㎞. 제2경인고속도로와 광주원주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거치는 경로이며, 성인 2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주행모드는 노멀, 실내 온도는 23°C에 두고 출발했다.

시승차엔 토요타 & 렉서스 라인업이 즐겨 쓰는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들어갔다. 우월한 부분이 있다면 전기 모터 3개로 구성한 전기식 사륜구동 E-Four가 모든 크라운에 기본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절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며, 회생제동을 통해 거둬들이는 에너지도 크기 때문에 EV 모드 개입 시간을 늘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이브리드 시너지

크라운의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압축할 때 흡기밸브를 조금 늦게 닫는다. 그러면 피스톤이 상사점을 향해 솟아오를 때 실린더 속 연료와 공기 섞은 혼합기가 조금 빠져 나간다. 그 결과 압축할 때 저항이 줄고 상대적으로 연료도 적게 태운다. 그래서 전기 모터의 도움이 없어도 고속에서 효율이 좋다. 다만, 저속에서는 엔진의 토크가 충분치 않은데, 이를 두 개의 전기 모터가 보완한다(E-Four는 세 개의 전기 모터). 그동안 토요타가 추구해온 하이브리드 시스템 ‘시너지’의 핵심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총 사령관’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들 전기 모터는 동력분할기구와 하나 되어 변속기 역할도 같이 한다. 그래서 ‘e-CVT’라고 부른다. E-Four 모델은 뒤 차축에 세 번째 전기 모터(MGR)가 들어가 뒷바퀴를 굴리고, 감속 또는 제동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 충전도 맡는다.

시원한 야간운전 시야

쿼드빔 헤드램프

야간 고속도로 주행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부분은 헤드램프 성능이었다. 이번 크라운엔 이른바 ‘쿼드 빔 헤드램프’가 들어간다. 램프 하나당 3개의 로우빔 LED와 1개의 하이빔 LED로 구성했다. 전방 도로를 쨍쨍한 빛으로 밝혀, 특히 야간운전 시야가 만족스러웠다. 또한, 오토 하이빔 기능이 있어, 주변이 어두울 땐 자동으로 상향등을 켠다. 물론 전방 또는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자동으로 해제한다. 각 램프 사이를 한 줄기 LED로 구성한 주간주행등도 멋스럽다.

그리고 편안했다. 고속 주행의 대부분을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로 소화했다. 차선 정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도 괜찮았다. 사용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자동 커브 감속 기능 덕분이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맞춰 크루즈 컨트롤의 속도를 설정해도, 곡선 구간이 나타나면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여 통과한다. 그래서 시스템을 해제할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장거리 야간 주행의 피로감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만족스럽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지상고가 높고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지만, 무게중심이 낮은 TNGA-K 플랫폼 덕분에 차분하게 자세를 낮춘다. 무엇보다 방음 대책은 캠리보단 렉서스 ES에 근접하다. 앞서 확인했듯, 트렁크 안쪽 천장까지 꼼꼼하게 흡음재로 마감한 덕분에 고속에서 불쾌한 주행 소음이 실내로 들이치지 않는다. 이는 기존 토요타 라인업과 비교해 확실히 우월한 부분이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고속 위주의 1차 연비계측에서 크라운이 기록한 연비는 17.8㎞/L였다. 골프백 등 각종 짐으로 인해 무게가 증가했지만, 고속도로 공인연비인 16.6㎞/L보다 1.2㎞/L 높게 나왔다. 단, 고속 환경에서 리터당 20㎞ 대 연비를 기록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선 EV 모드의 개입 비중을 줄인다. 효율이 좋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에 주도권을 넘기고, 고속도로 달리며 ‘빵빵하게’ 충전한 배터리는 도심에 진입할 때 아낌없이 사용한다.

다음 날 아침, 목적지 인근 휘닉스CC로 이동했다. 흔치 않은 왕관 엠블럼과 브론즈 컬러 때문인지, 흘깃 쳐다보는 주변 운전자의 시선이 제법 뜨거웠다. 어젯밤 고속도로 달리며 가득 충전한 배터리 덕분에, 클럽하우스까지 이동은 대부분 EV 모드로 할 수 있었다. 계기판에선 EV 모드 사용 비중을 그래프로 체크할 수 있었는데, 80% 수준까지 높였다.

라운딩을 마치고, 평창 시내 이동 역시 대부분 EV 주행으로 소화했다. 흥미로운 건 전기 모터 사용 비중이 높아도,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는 토요타 E-Four 시스템이 주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다. 감속 또는 제동할 때 뒤 차축에 있는 세 번째 전기 모터(MGR)까지 회생제동에 관여한다. 그래서 가다서다 반복하는 중저속 위주의 도심 구간에서 체력 회복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출퇴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최신 E-Four는 한 세대 전 시스템과 비교해 뒷바퀴에 보내는 동력이 한층 크다. 엔진과 힘을 섞어 앞뒤 차축에 100:0에서 20:80까지도 나눌 수 있다. 가속하거나 언덕길을 등판할 때, 빗길이나 눈길 등 미끄러운 노면을 만났을 때, 시스템이 순간적으로 판단해 뒷바퀴를 제어한다. 오토 LSD(차동제한장치)도 있어 험로 탈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참조 : <[시승기] 토요타 RAV4 E-Four가 진흙탕에 빠진다면?>
https://v.daum.net/v/9tJU1MA0HH

고속도로보다 도심 연비가 더 뛰어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강원도 평창에서 인천 계양까지 마지막 연비 계측에 나섰다. 돌아오는 길은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자연스레 EV 모드의 개입 비중을 높일 수 있었다. 이번 2박3일 여정의 최종 기록은 20.6㎞/L. 돌아오는 길 역시 고속도로 위주의 환경이었지만, 가다서다 반복하는 정체구간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첫날 주행보다 기록이 잘 나왔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평일 운전자 혼자 출퇴근 하는 환경에선 20㎞/L 초중반의 연비도 기대할 수 있다.

토요타 크라운. 이번 여정에서 확인한 크라운의 장점은 ①편안한 승차감과 훌륭한 방음 성능 ②흔치 않은 컬러와 엠블럼, 그리고 개성 있는 디자인 ③파워와 경제성을 양립한 하이브리드 구동계 ④기대 이상 실용적인 적재 공간, ⑤통풍시트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편의장비였다. 1955년 시작해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차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5천만 원 중반의 가격으로 ES 수준의 승차감 및 방음 성능,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과 경제성까지 누리고 싶다면 이번 크라운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