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지능에 대한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박사까지 심리학을 쭉 전공했고, 모 지방 대학병원에서 인턴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마치고 지금은 병원이 아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인상담이나 부모교육도 하고, 상담자 교육도하고, 다양한 장면에서 학생이나 부모들을 만납니다. 

어제 아이의 지능에 대한 글이 올라왔고, 다양한 댓글들을 보면서 나도 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저랬겠지? 라는 생각과 최근 주변 지인들(특히 우리 첫째와 나이가 비슷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양육하는)의 물음도 비슷한 듯 하여 글을 써 봅니다.

 

사실 인터넷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제의 댓글도 그렇고, 오늘의 글도 그렇고 부모의 마음으로 써 봅니다.

 

# 지능검사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법적 효력이 있는 검사는 웩슬러형 지능검사입니다. 웩슬러는 개발자의 이름이고 웩슬러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연령에 따라 검사도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적장애를 지단하거나 일부 영재교육원 등 영재판별을 위해서도 쓰이는 유일한 검사입니다. 웩슬러형 검사 외에도 카우프만이나 기타 지능검사가 있지만 잘 사용은 하지 않습니다.

 

지능검사의 개발과정은 아주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 검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표준화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표준화된 과정이란, 규준집단(대상자의 만 연령, 개월 수 등)에 대한 자료와 , 검사 실시 매뉴얼에 대한 개발, 그리고 전체 과정에 대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대략적으로 표현해서 강남 주요 구의 국평 아파트 5채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지능검사 결과를 믿을 수 있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 훈련받은 검사자가 매뉴얼 대로 잘 실시했나?

보통 한국임상심리학회나 보건복지부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최소 1년, 그리고 최장 대학원기간 제외 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심리검사와 평가, 상담 등 실무에 필요한 부분을 훈련받고 독립된 임상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현재 주변을 살펴보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자기의 지식의 깊이대로, 혹은 자기 기관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부모의 불안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해주는 것을 아주 자주 보게 됩니다.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검사에 대한 이론과 실제적 이해, 그리고 대상자의 삶에 대한 정보가 통합되어질 때 결과값에 대한 충분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한, 지능검사만 가지고 어떤 진단적인 제언을 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조금 강하게 말해서 사기꾼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이런 경우가 필드에서 엄청 많고 저도 많이 경험해보았습니다. 지능검사 뿐 아니라 그림검사만을 해서 진단명을 내세우고, 빨리 치료 받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자격이 1순위이고, 한국상담심리학회, 조금 넓게 이야기해서 한국상담학회까지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연 1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받게되는 자격입니다.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보통 1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받게 되고, 수련감독자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산업인력공단이나 기타 이외의 민감자격증은 다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위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자격이름과 고유번호(000번)를 제시합니다. 제시하지 않는 경우 물어보시면 좋고, 제시하지 않는 경우 대게 기타 민간자격만을 가지고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2. 지능검사 어떤걸 해야하나?

사실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아래 우리나이 7세의 아이게에 영유아용 웩슬러 지능검사를 실시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일부 댓글에서 아동청소년용 지능검사를 하면 청각적인 자극이 많다느니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어설프게 알아서 하는 말입니다.

영유아용-아동청소년용-성인용으로 구분되는 웩슬러형 지능검사는 각기 실시 가능한 연령 구간이 있습니다.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영유아용과 아동청소년용, 아동쳥소년용과 성인용은 연령 끝자락과 시작부분이 겹칩니다. 이 경우에 특별한 정신의학적 문제로 인해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래 연령의 검사보다는 위 연령의 검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상자의 연령, 그리고 그 연령에서 보통 얼마만큼의 주의력을 기울일 수 있고, 어떤 자극을 제시했을 때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등 심리측정적이면서도 기초 심리학적 고려들이 포함되어 검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지능검사는 능력검사 중 하나로, 1번 문항에서 끝 문항으로 갈수록 난이도(즉, 정답을 맞추는 비율)가 높아집니다. 

그럼 만 6세 이상의 아동이 영유아용을 하게되면 대부분의 문항이 그 연령대보다 어린 연령대를 위해서 만들어진 낮은 난이도의 문항이기 때문에 쉽게 맞히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의 아이들은 높은 점수를 얻게 됩니다.

만 6세의 조금 넘는 아동이 아동청소년용을 하게되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즉 능력의 수준에 대한 부분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아래 글의 댓글에서도 아동청소년용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3. 지능검사를 왜, 언제 해야하나?

지능검사를 개발한 웩슬러는 지능을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할 총체적이고 전반적이 능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단순히 암기력이라거나 주의력만을 보지는 않습니다. 개벌 소검사들이 웩슬러의 정의대로 각각의 능력을 측정하고 그 측정된 능력들이 통합되어서 우리가 흔이 하는 지능지수(IQ)가 산출되게 됩니다. 그리고 지능검사를 진단을 위한 목적이 아닌 앎에 대한 목적이라면, 지능검사를 실시하는 목적은 잘하는 것을 알고 도움주는 것이 아닌, 상대적으로 낮은 능력치를 올려서 골고루 잘하는 능력을 만들어주기 위함으로 사용하셔야 합니다. 좋은 지능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는 평균 이상의 전체 지능지수를 보유하면서, 하위 유형 또한 편차가 크지 않고 골고루 높은 지능이 가장 좋은 지능으로 이야기 됩니다.

 

저희 첫째도 초1입니다. 아직 지능검사 안 시켰습니다. 11월 생이라 이번 겨울 방학 때 시켜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맞는 전략을 짜게 되겠지요. 최근 제 지인들도 자꾸 요청해서 무료로 대여섯면 정도 자녀 검사를 해주고(물론 검사자 초빙해서), 이런 결과라면 어떤 개입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해주면서도 심리검사에 대한 허들이 많이 없어졌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초등학교만 보게되면, 뇌신경발달이 언제 가장 급성장하게 되냐면 3, 4학년 때입니다. 그러니 너는 보통 주변 지인들에게 초1쯤에 한 번 하고, 초5나 6학년 쯤에 한번 더 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부모가 어떤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만들 수 있고, 초1 때의 결과와 비교해서 그 전략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게 됩니다.

 

지능검사를 매년 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 검사도 학습효과가 매우 높은 검사라 안 좋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주변 지인들의 요청, 특히 아내의 지인들..에게 검사를 해줍니다.

제가 직접하지는 않고, 검사자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구해서 검사만 실시하고 해석은 제가 해줍니다.

이런 검사는 사실 검사 실시가 문제가 아니라 검사에 대한 해석자가 얼마만큼의 임상경험과 이론적 지식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으신 부모님들이 심리검사를 통해서 자녀와 우리 가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하신다면 저는 그 생각만으로 충분히 좋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심리검사는 

- 기질 및 성격검사(TCI): 단 자녀만하는 것은 비추천입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 한 번에 해서 가족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 오늘 언급한 웩슬러형 지능검사: 검사자가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매뉴얼대로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검사 결과에 변동이 생깁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정말 이상한 사람들 많습니다. 돈벌이로 하니까요.

- 부모 양육태도 검사(PAT): 부와 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태도 차이를 비교해봅니다. 

- 스트롱 직업흥미, 홀랜드 직업적성에 대한 검사: 이건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직업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을 때 해보는게 좋습니다.

 

뭐 이 정도가 자녀와 우리 가족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가볍게 해볼 수 있는 검사들입니다.

부모의 모든 행동의 실제적 수혜자는 자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나,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의 사람들 이야기 듣지 마시고 전문가 찾아가세요. 

 

글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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