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창간 19주년 특별기획
개정 상법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국회가 연달아 처리한 상법개정안 1·2안은 한진칼의 주주총회 지형을 흔들 수 있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안하는 '3%룰'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조원태 회장 체제는 우호지분 연합에 의존하기 어려워진 구조가 됐다. 호반그룹의 보유 지분 변수와 사모펀드 만기 등에 대비한 중·단기 로드맵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졌다.
개정 상법의 골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2명 이상' 확대 △합산 3%룰 전면 적용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배제 금지) 등이다. 최대주주 또는 우호지분이 많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기업 총수를 견제하는 게 목적이다.

미미한 지분…거버넌스 불확실성 확대
조 회장의 개인 지분이 적다는 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 개인 지분은 5.78% 수준이며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이 합산됐다. 반면 2대 주주로 부상한 호반그룹은 18% 이상으로 지분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웠다. 여기에 유진·대신 계열 사모펀드가 들고 있는 숨은 지분 9.06%이 있다. 이 모든 조합이 감사위원 선임·이사 선임 표 대결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그간 한진칼은 KDB산업은행, 델타항공, 대한항공 사우회 등 ‘우호지분’ 연합으로 방어선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3%룰 하에서는 감사위원 표심에서 최대주주 측 합산 의결권이 제한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소수주주가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줄 여지가 커진다. 우호연합의 결속과 의결권 위임 전략이 이전과는 다른 정교함을 요구받는 이유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감사위원 및 이사회 인원 선출과정에서의 '표 전쟁' 점화다. 개정 법제가 직접 적용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호반의 추가 매집, 사모펀드 물량 재편, 백기사 동맹 등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의제별로 찬반 연합이 수시로 바뀌는 ‘유동연합’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변화될 '감사위·이사회' 지형
조 회장 중심으로 상법개정안을 들여다보면 감사위원회와 이사를 선임하는 구조가 변한다. 감사위원은 최소 3인체제가 되고 이 중 2인을 분리선임한다. 이 분리선임에서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각 표결마다 3%로 제한된다. 상법개정안 대상이 되는 한진칼은 감사위원 선임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크게 제한된다.
호반그룹(2대 주주, 18.46%)도 감사위원 분리선임 표결에서 3%만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사 선임에는 보유 지분 전부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호반은 이사회 1석, 감사위원 1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호반은 각각의 후보에 대해 개별 3% 한도로 표를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은 3%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상황에서는 호반이 이사회 1석, 감사위원 2석을 확보한다. 조 회장측은 감사위원 2인 분리선임 각각에서 3%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호반이 사모펀드 또는 기관과 연합할 경우 추가적인 표를 결집할 수 있다. 기관 또는 개인투자자와의 연합·참석률에 따라 가능한 구조다.
조원태 회장 장악력을 시험할 시점은 이르면 2026년 4분기, 늦으면 2027년 정기 주주총회다. 법안 시행 시점이 공포 1년 후 시행 및 시행 후 처음 여는 이사 선임 주총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측은 호반은 자기 지분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이점에 맞서 감사위원 정원(최소 3인) 유지 여부, 이사회 규모·구성, 의결권 위임 중·단기 로드맵을 재설계할 필요가 커졌다.
김덕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