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및 스마트폰 시대에 데이터는 사용자가 검색으로 데이터를 찾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본격적인 웨어러블 AI 2차전 시대에서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24시간 데이터가 수집된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와 시선, 음성, 걸음걸이 등을 기록하며 개인의 삶을 항상 감시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진보한 웨어러블 AI를 ‘투명감옥’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24시간 데이터 수집이 사용자에 편의성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입력에서 감지로, 데이터 수집 패러다임 변화
과거 빅테크 기업의 주된 데이터 수집원은 '검색창'이었다.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입력한 키워드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띄우고 쇼핑 결제로 유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웨어러블 AI 시대의 문법은 전혀 다르다.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기기가 스스로 데이터를 ‘감지’하고 수집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스마트워치, 밴드, 링 등은 착용만으로도 혈중 산소 농도와 심박수, 걸음수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수면 중 맥박과 코골이 패턴을 분석해 컨디션을 예측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스마트 글래스는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과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이렇게 축적된 개인 데이터는 시장의 흐름을 대변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개인의 24시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도출한 데이터는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정밀한 ‘방향타’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웨어러블 AI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결국 ‘데이터가 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개인 비서 기능에 민감한 헬스케어 정보까지 결합하면 수익 모델은 무궁무진해진다.
결국 본격적인 웨어러블 AI 시대의 승부처는 기기 자체의 성능보다 '수집한 데이터를 얼마나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시대, 우리의 일상이 빅테크 기업의 영리 활동을 위한 자산으로 치환되는 셈이다.
투명감옥 변질 막을 제도적 정책 시급
웨어러블 AI를 통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은 일상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24시간 사용자와 밀착해 개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신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서다.
그러나 이면에는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위협이 있다. 특히 생체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보험 가입이나 취업 등 사회적 활동에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기기 안에서 데이터를 판별해 예민한 정보의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AI를 통한 대규모 학습이 필수적인 만큼, 개인정보를 100% 보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에서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참고해 강력한 데이터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U는 생체인식 정보 확장에 따른 위험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엄격한 제약을 가하는 ‘인공지능 규제법(AI Act)’을 제정해 무분별한 데이터 가공을 막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화 움직임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인정보 공유의 범위와 데이터 가공 과정에서의 왜곡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의료 정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흐름은 웨어러블 AI를 통한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을 견제한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기술 속도에 걸맞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데이터 왜곡 가능성과 공유 범위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마련돼야할 시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 데이터가 영리 활동의 도구로 전락할지 진정한 삶의 가치로 환원될지는 제도적 안전장치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며 “편리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빠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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