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케 “정말 짜증 나는 일”
심상치 않다. 여론 말이다. 다저스가 몹시 못마땅하다는 시선들이다.
이유는 하나다. 베테랑 2명을 정리한 것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역 언론이 매섭게 추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매체가 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다. 이곳에 오래된 담당 기자가 있다. 빌 플런킷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작심하고 기사 하나를 썼다. 이런 제목의 글이다. ‘오스틴 반스(35)와 크리스 테일러(34)를 내보낸 것이 다저스의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
최근 일련의 행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다. 공격적인 느낌도 강하다. 물론 기자 개인의 생각이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사의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주력 선수 몇 명의 인터뷰가 담겼다는 점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그렇다. 선수는 일개 구성원이다. 막강한 구단 프런트의 권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특히 민감한 인사 문제 아닌가. 그럼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키케 에르난데스(33)의 코멘트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담당이다. 동시에 리더 역할을 자처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짜증 나는 일이다. 잘 가라는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죽는 것도 아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일인데, 제대로 된 작별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 그게 더 열받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냈다.
“(오스틴 반스, 크리스 테일러) 두 사람에게는 전화로만 마음을 전했다. 아쉽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무키 베츠의 경고
그나마 키케는 좀 낫다. 점잖게 표현한 편이다. 무키 베츠(32)는 훨씬 직접적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역시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다.
“오스틴(반스)은 항상 밝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로 팀을 이끌었다. 다들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자연스럽게 그의 대화에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된다는 걸 느낀다.”
테일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억을 꺼내 놓는다.
“반면 CT(크리스)는 항상 조용하다. 하지만 늘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성실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존경하는 훌륭한 롤 모델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둘 모두 좋은 클럽하우스의 리더였다. 그런 선수들을 잃었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다. 젊은 활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베테랑의 정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팀의 케미스트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기서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경고성 멘트도 포함된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런 점에 대해 신중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커쇼, 프리먼도 섭섭한 마음
비슷한 말은 프레디 프리먼(35)의 입에서도 나온다.
“긴 이동 거리에 오스틴(반스)은 언제나 좋은 말벗이었다. 또 카드놀이 때는 가장 재미있는 파트너였다. 그런 친구를 잃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다. 그러고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인간도 아닐 것이다.”
이어 이렇게 마음을 표현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팀은 그렇게 됐다. 불과 1년 사이에 여러 좋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아마 회복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클레이튼 커쇼 역시 비슷했다. 반스의 퇴단에 대해 큰 상실감을 나타냈다.
“(대신 승격한) 달튼 러싱에 대한 무례는 아니다. 다만 나는 오스틴이 여전히 충분한 자격을 갖춘 포수라는 점을 확신한다. 우리가 그 점을 잊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뿐만이 아니다. 비판 여론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다저스 네이션 같은 유력한 매체들이 비슷한 논조로 다룬다.
심지어 LA타임스도 한 목소리다. 한때 ‘크리스 테일러를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매체다.
그런데 최근에는 표정이 바뀐다. ‘오스틴 반스와 크리스 테일러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해, 별도의 일정을 잡아서 이별 의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실었다.

김혜성 본인 잘못은 없지만...
다저스의 세대교체에 대한 뒷말이 많다. ‘매정하다’, ‘속도가 너무 과하다’ 같은 비판이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아침에 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정하고, 쌀쌀맞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이를 의식한 것 같다. 구단 측은 여러 해명을 내놓는다.
“CT에게는 더 많은 출전 기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려운 일이지만, 구단과 본인의 의견이 그렇게 합의된 것으로 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크리스 테일러를 방출하며) 우리 조직에서는 무척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옳은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
아무튼 어수선하다. 뭔가 어색하고, 싱숭생숭한 공기가 가득하다. 다저스 클럽하우스의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
그 중심에 김혜성(26)이 있다. 크리스 테일러의 방출과 직접 연관됐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그를 로스터에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물론 본인 잘못은 전혀 없다. 실력으로 생존했다. 그곳은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비즈니스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다. 가뜩이나 여리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하이 파이브조차, 두 손으로 깎듯이 하는 매너남이다. 그런데, 자꾸 이런 얘기가 들리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것도 다 과정이다. 사실 이것저것 돌아볼 겨를도 없다. 아직 생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