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안 통했다… 외래종이 못 들어온 유일한 생태계

세계가 무너지는 사이, 한국은 달랐다
가물치 자료사진. / Alex Coan-shutterstock.com

세계 곳곳에서 외래종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강은 백년어 유입 이후 토종 어종이 사라졌고, 호주에서는 황소개구리가 퍼지며 파충류와 소형 포유류 개체 수가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블루길이 강과 호수를 장악했고, 캐나다에선 블루크랩 확산으로 어업 기반이 흔들렸다.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농업 단체 콜디레티는 푸른 꽃게(블루크랩)로 인한 어업 피해가 약 1억 유로, 한화로 약 152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래 대서양 서부에 서식하던 이 종은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으로 지중해 연안까지 퍼졌고, 현재는 미국과 한국, 스리랑카 등으로 수출되지만 개체 수 조절에는 실패하고 있다.

외래종은 공통적으로 번식력이 강하고 환경 적응 속도가 빠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착은 실패했지만, 피해가 없진 않았다

이탈리아 바다를 침범하고 있는 블루크랩. / Gianluca Colombi-shutterstock.com

한국도 블루길, 백년어, 블루크랩,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이 도입된 적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고, 정착도 실패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태계가 무너졌지만, 한국에서는 확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피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연간 4230억 달러(약 630조 원)에 달하며, 이 비용은 1970년 이후 10년마다 4배씩 증가해왔다.

국내 사례도 있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잡아먹어 양봉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연간 피해 추정액은 약 1750억 원에 이른다. 국립농업과학원은 퇴치 요령을 따로 배포할 정도로 대응에 나섰다.

해양에서는 아무르불가사리가 문제였다. 배 밑에 붙어 유입된 이 불가사리는 하루에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를 먹어치우며 양식장 생물을 위협한다. 한 번은 다이버들이 직접 퇴치 작업에 나섰고, 하루에 수거된 무게만 700킬로그램에 달한 사례도 있다.

외래종 침투를 막은 건 기술이 아니라 자연

어린 가물치가 수면에 떼를 지어 있다. / ijimino-shutterstock.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종이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환경 자체에 있다. 한국의 하천은 길이가 짧고, 수심은 얕으며, 유속은 빠르다. 여름엔 수온이 급격히 오르고 겨울엔 강이 얼어붙는다. 이런 조건은 알을 낳고 부화해 성장하는 데 매우 불리하다.

장마철에는 물살이 갑자기 세지고, 가뭄에는 수로가 완전히 마르기도 한다. 살아남더라도 쏘가리, 가물치 같은 토종 포식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개체 수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생태계 구조 자체가 외래종 확산을 막는 구조인 셈이다.

정책적 차단 없이도 외래종이 사라진 건 드문 경우다. 미국은 드론과 전기 펜스를 활용하고, 유럽과 호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 반면 한국은 그런 조치 없이도 번식이 차단됐다. 환경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외래종에겐 번식조차 버거운 한국 생태계

한국의 얕은 개울가. / aminkorea-shutterstock.com

외래종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안정된 서식지를 만들 수 없는 구조다. 하루에도 조건이 수차례 바뀌고 계절마다 생존 환경이 달라진다. 서식지는 물론이고 먹이, 온도, 공간까지 모두 불안정하다.

정착이 불가능한 생태계는 침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은 그렇게 걸러냈다. 결국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외래종 번식 불가 생태계’를 가진 나라다. 완전히 피해를 피하진 못했지만, 확산을 차단하고 균형을 회복한 건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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