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수면을 가득 덮은 이 식물들의 정체는 부레옥잠.

아마 어릴 적 과학 교과서에서도 물에 뜨는 이유를 실험한다고 본 적 있을 텐데, 특이하게 잎자루가 볼록하게 부풀어 있어서 물에 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부레옥잠은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해서 우리나라에선 이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외국에서는 그저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부레옥잠은 왜 외국에서 악마의 잡초로 불리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레옥잠이 악마의 잡초로 불리는 이유는 엄청난 번식력 때문이다.

일반 식물과 달리 부레옥잠은 씨앗으로 번식할 뿐만 아니라, 모체의 줄기나 잎에서 뿌리가 다시 자라는무성생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진오 소장 동북아 생물 다양성 연구소]
“뿌리에서 옆으로 뻗는 줄기가 나와서 거기에서 다시 이제 마디마다 뿌리가 내리고 새로운 개체가 생기거든요 이런 걸 이제 무성 생식이라고 하는데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요. 또 종자로도 번식을 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부레옥잠은 번식력뿐만 아니라 생존력도 강한데, 물에 녹아 있는 질소나 인 같은 오염물질은 물론, 납 같은 중금속을 흡수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1ha당 그러니까 가로세로 각각 100m(1만㎡) 면적에서 연간 1,700kg의 질소와 300kg의 인을 흡수한다고 하는데,

이는 500명의 사람이 사용한 오수를 정화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그러다 보니 관상용 또는 수질 정화용으로 부레옥잠을 많이 심어 왔던 건데, 문제는 번식력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다는 것.

불어난 부레옥잠이 수면을 뒤덮어버리면 햇빛이 물속까지 닿지 못해 다른 수생식물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고, 결국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져 어류나 미생물들도 죽고 만다.

그래서 해외에선 호수를 아예 뒤덮어버려서 물의 흐름을 막아버리거나 수중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부레옥잠 때문에 피해를 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 빅토리아호다.

빅토리아 호수는 따뜻하고 정체된 물이라 부레옥잠이 성장하기 최적의 환경이었고,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호수 표면을 빠르게 덮어버렸다.


심지어 자라나는 크기도 급이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30cm 정도로 자라지만 빅토리아 호수에서는 최대 3m까지도 자란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연합은 지난 2016년부터 부레옥잠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적 골칫거리로 취급받는 부레옥잠의 약점은 추운 날씨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사라져서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한다.

[현진오 소장 동북아 생물 다양성 연구소]
“부레옥잠이 겨울에 영하가 되면 죽거든요. 그렇지만 남부지방은 상대적으로 좀 따뜻하잖아요. 또 하나는 식물이 영하에서 죽는다고 하지만 모두 싸악 죽지 않아요. 뿌리하고 줄기들이 막 엉켜 있거나 이러면 국소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변이가 어떻게 보면 생물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그런 놈들이 이제 버텨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원산지는 남미의 열대 아마존으로 알려져있는 부레옥잠은 꽃이 아름다워서 우리나라에 관상용으로 처음 들어왔다.

화분이나 수조에서 키우는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키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하천이나 저수지 등에 버리면 그때부터 재앙이 시작되는 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 강에 녹조가 심해질 때 부레옥잠 같은 수질 정화 식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결국엔 오히려 물이 더 정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부레옥잠은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 뉴트리아가 좋아하는 먹이라고 한다.

괴물쥐라는 별명이 붙어있지만 물가에 사는 뉴트리아는 한때 활개를 치다가 담즙이 몸에 좋다는 연구가 소문난데다 전설의 뉴트리아 헌터 전홍용님 같은 전사들의 놀라운 활약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꽃이 아름답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등의 여러 역할로 들여온 외래종 부레옥잠이지만 지금은 이미 정착해서 귀화식물로 불리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악마의 잡초라고 악명이 높다니 새삼 놀라운데 80년대 고기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버려져서 생태계를 교란한 뉴트리아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으려면 결국 인간들이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현진오 소장 동북아 생물 다양성 연구소]
“외국에서 들어온 모든 식물은 외래종이고 그중에 우리 풍토에 정착해서 세력을 넓혀가는 걸 귀화식물이라고 하는데 부레옥잠은 이미 귀화 식물이에요. 수질 정화 기능은 있지만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줄 게 예측이 되기 때문에 절대로 대규모로 식재를 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