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슐랭 스타들] ⑦미토우, ‘완전(完全)’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진의 길
장인 정신으로 빚어낸 미완의 아름다움
완벽한 음식을 설명하라고 하면 과연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저마다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자는 음식을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맛이라는 주관의 영역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답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완벽하진 않을지언정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끊임없이 더 좋은 맛을 고민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비록 100에 닿지 못하더라도 99, 이후 99.9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 완전한 음식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단순히 요리사가 아닌 ‘장인(匠人)’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우직함을 잘 보여주는 곳이 권영운, 김보미 셰프가 이끌고 있는 ‘미토우(未到)’다. 미토우는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미슐랭 투스타에까지 올랐지만 그들은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식 앞에서 겸손하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을 믿는 두 셰프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업장 이름을 미토우로 지었다고 한다.
완전해지기 위해 미토우의 두 셰프는 많은 것들을 고민한다. 업장의 크기도 물론이거니와 서빙 방법, 식재료까지 그들의 손이 안 닿는 곳은 없다. 이러한 장인 정신이 알려져서일까. 미토우는 국내 파인 다이닝 업장 중 가장 예약하기 힘들기로도 유명하다.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은 예사다.
미토우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맛있는 밥’을 짓는 것이다. 미토우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솥밥을 위해서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도 그 밥이 맛없으면 빛나기 어렵다. 따라서 두 셰프는 직접 쌀을 재배하는 방법 등으로 최적의 밥을 개발해왔다. 소식 재배, 고래실 논(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은 논) 등, 쌀의 터전은 물론 온전한 쌀을 얻기 위해 추수 방법까지 직접 챙기는 곳은 미토우가 거의 유일하다.
이 외에도 한국에 ‘꼭 맞는’ 일식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식재료는 그 신선함, 제철감이 중요하기에 한국에서 업장을 운영하면 한국 재료를 써야 그 맛이 제대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한국 만의 식문화에 대한 존중도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난여름엔 보양을 테마로 토종닭, 민어, 전복, 장어 등이 미토우의 메뉴판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가물치를 이용한 튀김은 미토우의 정수가 제대로 녹아 있다. 힘 좋은 가물치를 정성껏 손질 후 안에 마를 넣어서 튀겨낸다. 그 위에 일본 미가타현 향토 조미료 ‘시오노코’를 이용해 만든 어향소스가 올라가는 데 이것이 별미다. 첫입은 짭짤하고 녹진한 소스 속에 마늘, 고추 등이 씹히며 알싸한 향이 퍼진다. 보통 어향소스와 비교하면 보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다. 삼키고 나면 은은한 향만 감돌 뿐 입안에 부담감이 없다. 바삭하게 튀겨낸 가물치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며 안에 든 아삭한 마가 식감을 보충해 준다.
이어 보양이라는 테마에 맞춰 꿩, 전복, 자라, 장어, 흑마늘 등 여러 진귀한 요리들도 선보였다. 이번 가을 코스도 가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재료들이 기다리고 있다. 계절감에 예민한 만큼, 미토우의 요리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중간의 느낌도 살려내는 것 또한 특징이다. 먼저 계절이 달라지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땅의 온도다. 온도감이 달라지며 느껴지는 향긋한 흙 내음을 선사하기 위해 뿌리채소들을 위주로 사용한다. 연근을 이용한 만쥬, 토란 가라아게(일본식 튀김) 등이 이번 메뉴의 주인공들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옥돔을 이용한 요리도 있다. 살짝 말린 옥돔을 숯불에 구워 쫄깃한 식감을 살려낸다. 위에 구수한 향을 듬뿍 담은 밤과, 트러플을 올려 가을의 완연함을 알린다. 또한 껍질을 살려 구워낸 또 다른 옥돔 요리는 마찬가지로 토란과 두유를 넣어 만든 소스로 고소함을 이끌고, 낫토를 곁들여 색다른 맛을 낸다.
음식에 쏟는 정성에 비해 미토우의 바람은 다소 소박하다. 업장을 떠올릴 때 좋은 시간이 떠오르는 곳이 되길 바란다. 친구처럼 새로운 식재료를 알려주고, 경험의 폭을 넓히는 곳이 되는 것이 미토우의 목표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미토우가 오늘도 정진하는 이유다.
―미토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권영운 (이하 권) “미토우는 일본 요리를 우리나라에 맞게 풀이하는 곳이다. 계절마다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요리 관련 일을 하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 거기서 일본 요리사들의 장인 정신에 매료돼 일식의 길을 걷게 됐다.”
김보미 (이하 김) “일본에 2012년 넘어가 4년 정도 경험을 쌓았다. 마찬가지로 일본 장인 정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 생활을 하며 여러 장인들을 만나왔는데, 그런 분들과 함께 일을 하며 그 열정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미토우는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인데, 그렇게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미토우는 어떤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김: “앞서 말했듯 유명 장인들을 보며 그 정신을 배우고 싶었다. 미토우를 시작할 때 그분들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을 그렇게 짓고 싶었다. 또한 이 업장을 지을 때의 마음가짐, 즉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도 있다. 목표나 지향점을 정해 놓으면 그 끝이 도지 않나. 음식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도 있기에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
권: “전인미답이라는 말이 있다.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의미로 누구나 가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음식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완벽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는 분야다. 다만 완벽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존재한다. 닿을 수 없지만 닿으려 노력하는, 일종의 수행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일본 요리를 지향한다고 들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권: “일본 요리를 하지만 결국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 대부분도 한국인이다. 또한 위치하고 있는 장소도 한국이기에 일본 요리를 온전하게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 땅이 다르기에 그에 맞는 조리법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 것이 일본 것보다 무조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엔 좋은 식재료가 나오지만 아직 안 알려진 곳들이 많다. 이분들이 잘 돼야 결국 우리도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좋은 ‘선순환’을 만들고자 지역 생산자분들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 우리 팸플릿에 그들의 이름을 꼭 적어두는 이유다.”
김: “우리나라의 식재료는 매력적인 것들이 많다. 또 절기가 많기에 맛있는 재료들이 짧게 많이 나온다. 올해는 명이와 같은 봄나물이 인상 깊었다. 일본에서도 가끔 명이를 텐푸라(일본식 튀김)로 먹는데, 확실히 한국의 꿀명이로 먹는 게 더 맛있더라. 첨가물이 적어도 원물이 맛있는 재료가 한국엔 많다. 이런 점을 살리고 싶었다.”
―일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권: “계절 제철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요리들이 많다. 또한 식재료 자체를 부각할 수 있는 요리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각 재료들이 섞였을 때 나오는 ‘조화’의 맛이 강점이나 일본 요리는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중요시한다. 미토우는 두 가지 장점을 배합해, 재료의 맛은 살리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궁합을 고민하고 있다.”
김: “서비스 차원에서도 손님과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물리적인 거리도 그렇다. 손님에게 바로 셰프가 음식을 건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리가 가깝기에 손님들의 의견도 더 자주, 많이 들을 수 있다. 손님들과의 좋은 경험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일식의 매력이다.”
―미토우는 직접 재배한 식자재들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권: “맞다. 아버지께서 쌀농사를 직접 하신다. 유기농 쌀농사로 농림부 장관상을 받은 적도 있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미토우는 대전, 충청 지방에서 잘 자라는 쌀 품종을 골라냈다. 이어 소식 재배, 고래실 논, 유기농 재배를 위한 우렁이 농법 등 쌀이 자라는 과정도 고민했다. 쌀의 수분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태양을 이용한 건조,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탈곡과 정미 과정도 직접 챙긴다.”
김: “쌀 외에도 닭과 달걀 등 직접 기르는 것들도 많다. 먼저 토종닭을 기르다가 청계 닭으로 옮겼다. 이어 지금은 일본의 3대 토종닭인 나고야 코친으로 바꿔 기르고 있다. 순혈을 지키기 위해 다른 종의 닭과 혼합 교배하지 않고, 열성 유전자가 생기지 않게 직접 부화 시켜 기르고 있다.”
―이번 가을 시즌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권: “먼저 9월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중간 느낌을 살리려 한다. 특히 땅속에서 자라는 연근, 우엉, 토란 등의 야채와 버섯을 이용해 특유의 흙 내음과 서늘해지는 기운을 주려고 한다. 옥돔, 붕장어 들도 이번 코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토우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좋은 시간이 떠오르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손님들이 편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다.”
김: “손님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셰프로 기억되고 싶다. 생소할 수 있는 식재료로 도전을 해도 믿고 수긍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요리와 주류의 궁합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손님들에게 최적의 요리, 좋은 분위기를 꾸준히 선사하고 싶다.”
☞미토우 권영운, 김보미 셰프는
권영운 ▲미토우 現 오너 셰프 ▲스시효 前 근무 ▲미코 前 근무
김보미 ▲미토우 現 오너 셰프 ▲갓포무로이 前 근무 ▲모즈 前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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