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K-라면·下] 세대별로 보는 ‘농심·삼양·오뚜기’의 3색 전략

한다원 기자 2026. 5.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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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불닭·대중성···라면 3사, 시대별 전략 달라
해외 시장으로 시선···대표 브랜드로 모디슈머 경쟁도
국내 라면 3사가 대표 브랜드를 앞세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 사진=챗GPT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라면 3사(농심·삼양식품·오뚜기) 간 경쟁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기존 스테디셀러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지자,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면 3사는 최근 침체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각 사는 시대별 흐름에 맞춰 트렌드성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농심 신라면 독주 체제 굳힌 2000년대

우선 2000년대(2000~2009년) 라면 업계 대표 기업은 농심이었다. 농심은 기존 국민 라면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건면 시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신라면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웰빙 트렌드에 맞서 비유탕면, 국물 라면을 확장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농심은 지난 2007년 부산 녹산공장을 건립하고 '장수식품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장수식품은 나트륨과 칼로리, 첨가물 등을 줄이고 트랜스지방과 MSG(인공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다. 농심은 대표적인 장수식품으로 '건면 얼큰한 맛'과 '건면 짬뽕' 등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제품들과 둥지냉면, 후루룩국수를 비롯해 어린이용 '아낌없이 담은 라면', 저칼로리 저녁식사용 '녹두국수 봄비' 등을 생산했다.

삼양식품은 장수 브랜드 삼양라면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집중했다. 농심이 '라면=농심 신라면' 체제를 굳힌 상황에서 삼양식품은 수타면, 틈새라면 등 차별화 제품을 앞세워 생존 전략을 이어갔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중심으로 대중형 시장을 공략했다. 농심이 프리미엄, 삼양식품이 매운맛 차별화 전략에 힘을 준 것과 달리 오뚜기는 안정적인 가격 경쟁력과 대중성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2010년대 3사 키워드는 '시장 다변화'

2010년(2010~2019년) 농심은 기존 프리미엄·건면 전략을 넘어 고급화와 글로벌을 동시 강화했다. 특히 2011년 출시한 신라면 블랙은 단순 매운 라면을 넘어 프리미엄 라면 시장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다. 이후 농심은 짜왕과 맛짬뽕 등 프리미엄 짜장·짬뽕 라면을 잇따라 선보였다.

2010년대 중반 국내 라면 시장에서 짜장·짬뽕라면 대전이 벌어지자, 농심은 굵은 면발과 진한 국물 맛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 방어에 집중했다. 이 시기 농심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도 공략했다. 신라면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나섰고, 미국 LA공장 가동 확대, 현지 생산 체계 강화 등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렸다.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수출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했고,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까르보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 차생 제품군을 선보이며 불닭 브랜드화에 집중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유튜브 먹방, SNS 콘텐츠 문화가 확산되면서 불닭볶음면은 매운 라면 중심에 섰다. 최근 몇 년 사이 불닭볶음면은 동남아시아와 미국, 중국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으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고, 수출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오뚜기는 진라면 매운맛·순한맛 라인으로 국민 라면 이미지를 키우는 동시에 참깨라면과 열라면, 진짬뽕 등 차별화 제품도 선보이며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 오뚜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가격 인상 자제와 사회공헌 활동 등이 주목받으며 '갓뚜기' 이미지를 굳혔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최근 농심이 출시한 신라면 로제 광고 영상 스틸컷. / 사진=농심

◇2020년대에 본격적으로 열린 K-라면 시대

2020년대 들어서자 라면 3사는 K-라면 글로벌 시대를 맞았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해외 수출과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이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과 월마트·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망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틱톡과 유튜브 숏폼 콘텐츠를 타고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불닭 시대를 열었고, 오뚜기는 대중성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냈다.

최근에는 모디슈머(Modisumer·수정하다+소비자 합성어)에 힘입어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신라면 로제와 로열라면(열라면 로제)을 동시 출시하며 로제라면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양사는 대표 제품을 앞세워 부드러운 매운맛으로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라면 로제는 신라면 매운맛에 토마토·크림·고추장을 결합한 것이 특징으로,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먹던 신라면 로제 레시피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오뚜기의 로열라면은 열라면을 우유에 끓이고 체다치즈를 넣어 먹는 SNS 인기 레시피를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마스카포네 치즈와 크림을 더해 꾸덕하고 고소한 풍미를 강조했다.

농심은 신라면 로제를 단순 국내 신제품이 아닌 글로벌 확장의 핵심 카드로 보고 있다. 제품은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시됐고, 앞으로 신라면이 판매되는 100개국 이상으로 빠르게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일본·중국 등 생산법인이 있는 국가에서는 현지 생산도 병행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 확대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단순 매운맛 경쟁을 넘어 현지 소비자 취향과 콘텐츠 트렌드에 맞춘 제품 다변화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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