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홀씨처럼 날아 상암에 도착하다[노컷 리뷰]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9. 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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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올해 3월 시작한 월드 투어 '허' 앙코르 공연 21~22일 이틀 동안 개최
'쇼퍼' '홀씨' '쉬‥' '러브 윈즈 올' '관객이 될게'까지 미니 6집 곡 전부 불러
'너랑 나' '셀러브리티' '블루밍' '라일락' '밤편지' '스물셋' 등 대표곡도
신곡 '바이 썸머' 무대에선 일렉 기타 연주 공개
세트 리스트에 없던 '있잖아'와 '여름밤의 꿈'까지 총 26곡 무대 펼쳐
'가을 아침' 발매 7주년, 100번째 단독 콘서트라는 '기록'
가수 아이유는 지난 21~22일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을 열었다. 아이유 공식 트위터

"제 요즘 마음가짐은 최근에 낸 곡 '홀씨' 같은 마음인데요. 뭔가 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원래도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더 홀가분히, 세상 좀 멀리 바라보면서 여기 가면 여기 가고 저기 가면 저기 가고 그냥 오랫동안 생존해 있는 그런 가수가 되는 게 목표거든요. 이번에 좋은 세상 구경 잘하고 왔고요. 이번 투어에서 느낀 감사한 마음이든 무슨 마음이든 또 좋은 음악으로 녹여서 가져오겠습니다. 덕분입니다. 마지막 곡 들려드리고 인사드릴게요. 이만 아이유였습니다."

본인이 부르는 많은 곡의 가사를 직접 쓰는 편이기에, 아이유(IU)가 발표하는 음악에서는 그가 하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 2월 낸 미니 6집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홀씨'도 그렇다. "걔는 홀씨가 됐다구"라는 구절은 새침해 보이지만, "적당히 미끈한 곳에 뿌리내리긴 싫"고, "내가 누울 자린 아마도 한참 더 위"이며 "날 따라, 날아가 꼭대기루"라고 권하고는 "난 기어코 하늘에 필래"라고 하는 구절은 어떤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단단히 박힐 뿌리도, 누군가를 사로잡을 화려한 꽃잎도 없지만, 그만큼 '가벼운 몸'이라서 어디든 자유롭게, 원한다면 드높게 떠오를 수 있는 홀씨. "하늘에 홀홀이 나부끼는 홀씨로 살고자 한다"(미니 6집 소개 글)라고 밝혔고, 5만여 관객 앞에서도 '홀씨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는 답을 내놓은 아이유. 그는 정말로 홀씨처럼 날아올라 마침내 상암에 다다랐다.

아이유는 대규모 댄서, 밴드와 오케스트라, 코러스 등을 적극 활용해 무대를 꾸몄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년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아이유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함으로써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상암 입성'은 아이유에게도 처음이었고, 한국 여성 가수로서도 '최초'였다. 아이유는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으로 21~22일 이틀 동안 10만여 관객을 만났다.

'홀씨'는 22일 마지막 공연의 첫 곡이자, 앙코르에서 한 번 더 불러 유일하게 두 번 부른 곡이었다. 하늘 위로 올라간 홀씨처럼, 그 역시 기구를 타고 공중을 누볐다. 어린이 댄서들의 안무와 해맑은 표정이 인상적이었던 오프닝 이후엔, 세트 리스트에서 가장 끈적이고 관능적인 노래가 아니었을까 싶은 '잼잼'이 등장했다. '어푸' 때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기구의 빠른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고음을 내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삐삐'에선 '경고'의 의미를 나타내는 노란색과 검은색을 대비되게 배치한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은 '힙노틱(Hypnotic) : 최면을 거는 듯한' '에너제틱(Energetic) : 활기찬, 힘이 넘치는' '로맨틱(Romantic) : 연애의, 사랑에 빠진, 정열적인' '익스테틱(Ecstatic) : 황홀경의, 열광적인' '히어로익(Heroic) : 영웅적인'과 '앵앵콜'이라고 부르는 두 번째 앙코르(EN-ENCORE)까지 총 6개의 구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아이유는 '플라잉' 기구를 활용해 관객석 위로 떠올랐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분의 오프닝 기억을 모두 다 모아서 제가 다 지워버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아이유는 '지금부터 기억을 지운다'로 시작하는 '오블리비아테'(Obliviate)로 첫 섹션 '힙노틱'을 마무리했다. '에너제틱'으로 넘어가기 전, 어린이 배우가 1층 객석과 가까이 있는 무대에 나타났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색색깔의 빛이 발자국처럼 남고, 흰 별이 그려진 드론을 좇아 달리는 연기를 펼쳤다.

본무대 쪽으로 길게 이어진 빛은 마치 길 같았고, 아이유는 활기차게 '셀러브리티'(Celebrity)를 불렀다. 꽃으로 장식한 기구를 타고 어린이 배우가 있던 그 자리로 와 한층 더 관객과 가까워진 아이유는 '블루밍'(Blueming) '라일락' '관객이 될게'(I stan U) 무대를 선보였다. '블루밍'은 메시지를 서로 나누는 것 같은 말풍선을 바닥에 띄워 보는 재미를 더했고, '라일락'으로는 가장 정석적인 '댄스 라이브'를 보여줬으며, '관객이 될게'는 가창만큼이나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한 밴드 연주가 백미였다.

앙코르 콘서트에서는 신곡 '바이 썸머'(Bye Summer) 무대도 공개됐다. 노란색 긴 콘페티가 터지면서 시작한 이 곡은 아이유가 일렉(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향긋한 웃음으로 일렁이는 목소리로' '내게 영원 같았던 우리를 닫는다' 등의 낭만적인 가사는 유독 길게 느껴졌던 올여름도 결국 아름답게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게 했다.

아이유는 22일 공연을 '쇼퍼'로 열고 '여름밤의 꿈'으로 닫았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한 아이유는 "이번 투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낸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 여름이 너무 좋았다. 상암에서 공연하면서 타이밍 맞춰서 여름이 떠날 줄은,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다"라며 "인생에서 제게 가장 길었던 여름을 보내며 '바이 썸머, 사랑했다' 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가사를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고 싶었던 또 다른 곡은 정규 2집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 수록곡 '비밀'이었다. 작사가 김이나가 쓴 이 곡은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수록 여간해선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이 많아지는 내용을 담았다. 영어 단어와 표현 없이 모두 한국어로 된 가사여서 더 좋았던 이 곡에선 아이유의 맑은 음색이 특히나 돋보였다.

"제 노래 중에서도 좀 많이 사랑하는 노래"라며 관객들이 따라 불러준다면 "이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맞는 사람 중에 (제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 '밤편지'는 잔잔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씨와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밤에 맞춤한 선곡이었다. 능숙한 완급 조절, 듣기 편한 라이브로 '보컬리스트 아이유'의 강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아이유는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은 '허' 투어 앙코르의 마지막 날이었던 22일 아이유의 목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세트 리스트상 18번째 곡이었던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무대를 앞두고, 아이유는 "항상 이 노래를 부를 때(시점)는 목이 최선의 컨디션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하바나'(Havana)에서는 초반 음정이 살짝 불안했고, 고음이 반복되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의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에서는 일부 고음 처리에서 버거움이 느껴졌다. 여러 멤버가 파트를 나눠 갖는 그룹이 아닌 '솔로'로서 5개월 동안 투어를 진행했기에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유의 목소리는 더 힘차고 단단해졌다.

최대 6만 6천여 석 규모의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인 만큼, 연출도 눈부셨다.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뽐낸 것은 드론 쇼였다. '라스트 판타지'는 7시에 맞춰진 시계 모양에서 시작해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내내 드론 쇼가 계속됐다. 두 번째 '홀씨' 무대에서는 노래의 중요한 오브제로 쓰인 망원경 모양이 하늘에 수놓아졌다. '쉬‥'(Shh‥) 무대에선 아이유가 존경을 표한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의 초상이 대거 등장했다. 곡에 맞게 활약한 밴드, 오케스트라, 코러스, 댄서들의 공도 컸다.

경기장 밖 하늘에 드론 쇼가 펼쳐진 모습.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와 팬들이 함께 부르는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곡인 '너의 의미'에서는 관객석의 열창을 들을 수 있었다. 응원법이 있는 곡에선 거의 빠짐없이 유애나(공식 팬덤명)의 열띤 함성이 함께했다. 또한 팬들은 '기어코 승리를 이룬 그녀에 대하여 살루트(SALUTE)'라고 적힌 슬로건 이벤트를 준비해 장관을 이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었던 22일은 아이유의 '100번째 단독 콘서트' 날이기도 했다. '앙앙코르'에 포함됐던 '가을 아침' 발매 7주년이기도 했고. 이날이 100번째라는 것을 세어준 팬에게 아이유는 "몇백 번을 더해야 이 가수의 인생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세어 주신 그분도 닿는 데까지 세어달라. 언젠가 기념할 만한 숫자의 공연이 다다르면 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잠실에 이어 상암까지, 스타디움에 연달아 입성하며 한국 여성 가수로서 거듭 '최초'의 기록을 쓴 아이유는 관객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여러분의) 그런 기도나 그런 응원이 없었으면 못 할 것"이라며 "관객분들이 사랑으로 쓰다듬어 주셨지만 '정신 차려! 일어나! 공연하러 가야지!' 해 줘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밝혔다.

22일 공연 중 아이유가 관객들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 아이유 공식 트위터


어느덧 아이유 콘서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방석을 비롯해, 관객들은 이날도 여러 선물을 받았다. 그중 망원경도 있었다. 아이유는 "되도록이면 많이 발견하고 되도록이면 많이 쟁취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망원경을 준비했다"라며 "제가 사랑하는 여러분이니까 그냥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고 목표를 응원하고 진짜 많이 발견하시길, 크고 작은 승리를 만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투어였다. 이 투어를 보고 그런 용기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전했다.

앙앙코르에서 아이유는 노래하는 순간에 맞춰 '아침'을 '저녁'으로 개사해 부른 '가을 아침'부터, 화면에 핑크빛 달을 띄운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좋은 날은 갑자기 온다. 행운 없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 그치만 조금 더 행운이 가기를 바라겠다"라는 멘트로 완성됐던 '언럭키'(unlucky)를 불렀다. 사전에 받은 세트 리스트상 마지막 곡은 '언럭키'였으나, 아이유는 '있잖아'와 '여름밤의 꿈'까지 2곡을 추가해 총 26곡 무대를 펼친 후 무대에서 퇴장했다.

▶ 9월 22일 세트 리스트
1. 홀씨
2. 잼잼
3. 어푸
4. 삐삐
5. 오블리비아테
6. 셀러브리티
7. 블루밍
8. 라일락
9. 관객이 될게
10. 바이 썸머
11. 하바나
12. 너의 의미
13. 밤편지
14. 라스트 판타지
15. 쇼퍼
16. 비밀
17. 너랑 나
18. 러브 윈즈 올
(앙코르) 19. 쉬‥
20. 스물셋
21. 홀씨
(앙앙코르) 22. 가을 아침
23. 스트로베리 문
24. 언럭키
(추가) 25. 있잖아
26. 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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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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