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재 파견·실탄 지원 ‘대우에스티’ 구하기
대우건설 자회사인 대우에스티가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르지오발라드’ 브랜드를 앞세워 소규모 정비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업황 악화에 발목이 잡혔다. 매출 대부분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이다. 모기업인 대우건설은 주택사업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파견하고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수혈에 나섰다.
대우에스티는 대우건설이 진입하기 어려운 소규모 정비사업을 염두에 두고 탄생했다. 지난 2020년 8월 푸르지오서비스를 흡수합병하며 시설물 유지관리공사업을 추가했다. 법인 설립 이후 호실적을 내며 2021년 기업공개(IPO)까지 추진됐으나 2022년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며 제동이 걸렸다.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0년 1479억원, 7억원에서 2021년 2429억원, 29억원으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이후 매출은 점차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 4147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이 61억원이었다. 적자는 올해도 이어져 1분기 매출 914억원에 당기순손실 36억원을 냈다.
푸르지오발라드를 통한 소규모 정비사업 진입 전략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법인 설립 이후 대우건설에서 철골 제작 등으로 수주한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출범 전인 2019년의 49%보다 10%p 이상 매출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흥그룹 편입 이후에는 의존하는 계열사가 더 많아졌다.
푸르지오발라드는 대우건설과 이스턴투자개발이 지분투자한 대치일칠육피에프브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서울 요지인 대치동에서 ‘대치푸르지오발라드’를 분양했지만, 분양률이 저조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했다. 대치푸르지오발라드는 1개동 78가구 전체가 공매로 나왔다. 시공을 맡은 대우에스티는 지난해 말 기준 대치일칠육피에프브이에 대출채권 110억원을 갖고 있다. PF 대출을 해준 대주단에 변제 순위가 밀릴 경우 공사비 회수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우에스티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김해근 주택건축사업본부 상무를 대우에스티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2019년 1월 대우에스티 비상무이사를 맡았다가 2020년 8월 대우건설로 복귀한 지 약 4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김 대표가 주택사업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사업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운영자금은 계열사로부터 950억원을 받았다. 계열사인 한국인프라관리로부터 지난해 12월 100억원, 올해 4월 5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4.6% 이자율로 조달했다. 대우건설은 오는 7월 중 800억원의 운영자금을 3년간 빌리기로 했다.
대우에스티는 수익성이 떨어진 주택사업보다 철골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수요가 불확실한 건축철골보다는 플랜트철골에서 활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철골은 전력수요 증가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해 발주량이 증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았고 분양이 잘되지 않아 실적이 다소 주춤하다”며 “소규모 분양사업을 추진한 대우에스티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워 침체된 시장의 영향을 더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금리 인하 등이 이뤄지면 실적이 차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