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인공지능(AI) 연산이 더 뛰어난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손잡았다. 단계별로 데이터센터를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산 NPU로 AI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잡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HN클라우드에서 'K-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재한 제3차 AI 최고위 전략대화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클라우드, AI 반도체 기업 등이 참가했다.
이날 정부는 "2030년까지 국산 AI반도체에 총 8262억원을 투자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가 AI반도체에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시장 규모나 성장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생성형 AI가 이슈되면서 세계 AI반도체 시장은 2021년 347억달러에서 2026년 861억달러로 연평균 16%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의 약 50% 수준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집중하는 NPU는 GPU 다음세대의 AI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의 뇌구조와 비슷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갖춰, 대량 연산을 GPU보다 10배 이상 빨리 작업한다. 이를 중앙제어장치(CPU) 처리 속도와 비교하면 100배 빠른 수준이다. 게다가 전력 소모량도 GPU보다 절반 이하로 낮아 효율성이 높다. 다만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특수 목적에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주문형반도체'(ASIC)인만큼,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정부가 AI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기술 생태계가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NPU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칩 설계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회로 테스트 및 패키징하는 후공정(OSAT)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기술생태계를 잘 갖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GPU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시스템(DGX), 소프트웨어(쿠다), 플랫폼(엔비디아AI)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특히 SW와 플랫폼 연계성이 뛰어나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3단계로 진행된다. 그 중 이번에 발표한 1단계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국산 NPU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국산 NPU 데이터센터 구축사업과 기존의 AI·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사업을 연계해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2단계(2026년~2028년)는 저전력 PIM(메모리에 프로세서 기능을 추가한 프로세서) 개발을 진행하고, 3단계(2029년~2030년)는 극저전력 PIM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부터 국산 NPU 데이터센터 구축사업 등에 착수하고 국산 AI반도체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레퍼런스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산 AI반도체의 국내 시장을 조기 창출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도 지원할 예정이다.
'NHN·네이버·KT'...데이터센터 구축하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

1단계 사업을 수행하는 곳은 3개 컨소시엄(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사업 협약을 맺었고 이날 착수보고회를 개최, 사업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우선 국산 NPU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민간과 공공 2개 부문으로 이뤄진다. 당초 계획보다 각 데이터센터 연산 용량이 2배로 확대돼 총 39.9페타플롭스(PF·1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 규모다.
NHN클라우드는 앞서 마친 AI반도체 실증지원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과 공공에 각 11PF, 이번 사업의 50% 이상인 총 22PF 이상 규모를 구축할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민간과 공공에 각 4.5PF로 총 9PF 규모를 구축, 향후 아시아·북미 등 자체 리전으로 실증서비스를 확산할 예정이다. KT클라우드는 민간과 공공에 각 4.45PF로 총 8.9PF 규모를 구축, AI풀스택을 갖춰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도 꾀한다.
사피온은 이번 사업에서 최대 규모인 총 20PF(공공 10PF, 민간 10PF)에 해당하는 칩을 공급할 예정으로, 올해는 'X220'으로 시범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내년 'X330'으로 LLM(초거대언어모델) 등에 활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5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으로 생산돼 국내 유일하게 부동소수점(Floating point) 연산을 지원하는 '아톰'으로 1차년도에 2PF 이상, 3차년도까지 총 8.9PF 이상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퓨리오사AI는 NPU '워보이'와 5나노 공정 기반 차세대 칩 '레니게이드'를 공급, 각종 AI서비스 실증에 쓰이게 된다.
한편, 전략대화 종료 후에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한 산·학·연 협력 공동 선언문 발표도 있었다. 이날 모인 산·학·연 대표들은 AI반도체-클라우드-엣지-AI서비스로 연계되는 신산업 육성과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이 장관은 "초거대 언어모델을 비롯한 AI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려면 상당히 많은 반도체 칩이 작동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AI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AI반도체가 조속히 레퍼런스를 확보하여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