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투가 진리” 알면서도 ‘단타’ 낭떠러지 몸 던지는 동학개미들

韓 증시 올해 들어 거래 절반 ‘초단타’…주가악재 안전망 부재 등 신뢰감 하락 원인
[사진=뉴시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약 11조원을 순매도한 반면 미국 주식은 8조원 가량을 매수했다. 예기치 못한 물적 분할, 전환사채발행, 각종 증자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자 장기 투자를 포기한 인원들도 여럿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증시가 투기에 가까운 ‘단타의 소굴’로 변질돼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더불어 밸류업을 위한 보다 확실한 시그널(신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 알고도 단타 집중한 동학개미들…“한국 주식은 악재 많아서 장·투 불안”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미국 주식 60억7148만달러(원화 약 8조37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덕분에 지난 6일 기준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유금액은 821억1849만달러(원화 약 11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 초만 하더라도 91억4971만달러(원화 약 12조원)에 불과했던 미국 주식 보유액은 불과 4년 만에 9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만 11조5142억원을 순매도했다.

직접투자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금융상품도 미국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국내 주식형 ETF의 개인 순 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국내 ETF는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상장기업 대다수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까지 수익률 문제를 들이밀며 향후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딜링룸 전경. [사진=뉴시스]

국내 증시 이탈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자에게 악재나 다름없는 이슈가 끊이지 않다 보니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결정 공시된 전환사채 발행 건수는 148건, 액수는 2조4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건수(121건)와 액수(1조7644억원) 모두 증가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유상증자, 회사채 등과 같이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책 중 하나다. 그러나 투자자에게는 기업 부채를 늘리고 향후 주가의 상승을 억제하는 악재로 인식된다.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빈번하게 이용하는 유상증자 역시 개인 투자자에겐 악재로 지목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이 늘어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상증자 당시 신주발행가가 시중 가격보다 낮을 경우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가 하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개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시장에는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투자자 입장에서 악재로 불릴만한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며 “자연스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국내 기업 주식을 장기간 소유하기가 꺼려진다”고 귀띔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은 개인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낭떠러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데이트레이딩’ 거래량(약 1020억주)은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58%)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트레이딩은 주식을 구입한 날 바로 되파는 초단타 매매법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고려한 투자가 아닌 차트의 기술적 모양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시스]

금융업계에 따르면 투자 기간과 수익률이 정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장기 투자는 단기간의 시장 변동성을 견딜 수 있고 복리효과로 인해 수익 상승폭이 크다. 일례로 지난해 ‘국민 황제주’로 불렸던 에코프로는 2019년 하반기 2만원을 시작으로 6개월 만에 3만원을 돌파하며 50%가 넘는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23년 여름 ‘2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주당 150만원까지 치솟으며 장기 보유자는 7500%라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달성했다. 비트코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소액주주는 “그동안 장기투자라고 주식을 들고 있다가 유상증자, 전환사채발행 등 얼마나 많은 뒤통수를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내년에 금투세까지 시행되면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할 이유가 더욱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미흡해 정부가 확실하게 ‘밸류업’ 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을 주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들은 전부 다 미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해외에 비해 저평가된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이렇다 할 정책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소액주주의 권한을 높이고 지배주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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