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일 할 권리…장애인 일자리, 가까이 있어요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④]

박채령 기자 2024. 10. 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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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장애인들은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취업 장애인들마저 일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층 안정적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일터 내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경기도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종사하는 발달장애인 김기태 씨(40)가 자신의 업무를 한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채령기자

#1. “저의 직업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발달장애인 김기태 씨(40)는 일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그의 업무는 길거리에 나가 저상버스를 타고, 시장에서 장을 보는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이른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이 일자리는 지난 2020년 서울시가 최초로 시도했고, 경기도는 이듬해(2021년)부터 도입했다.

경기도 내에서는 2021년 26명, 2022년 197명, 2023년 536명의 장애인이 채용됐으며 올해의 경우 7월 기준 671명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에 고용됐다. 해마다 증가 추세다.

김 씨는 “버스에서 종종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며 “처음에는 사람들이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두 번 세 번 마주치며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고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혜선 소담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수도, 그들 때문에 늦어지는 버스 출발에 짜증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에도 익숙해질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황성환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및 다올림장애인권교육센터장(53)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 관련 추억 등을 회상하고 있다. 박채령기자

#2. “내가 장애인이니까 장애인에 대해 더 잘 설명하죠”

지난 2019년, 용인시 기흥구의 다올림장애인권교육센터는 경기도로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으로 공식 지정됐다.

황성환 센터 대표와 10명의 소속 강사들은 매년 300번이 넘게 여러 기업을 다니며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 이들 중 7명이 지체장애인, 그리고 센터와 교류하는 4명의 파트너 강사는 발달장애인이다.

황 대표는 “한 식당에 3년간 강의를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첫 해엔 식당 직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해에 강의하러 갔을 때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더니 세 번째 해에는 휠체어 타는 장애인을 배려한 경사로가 식당에 설치돼 있었다”면서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황 대표는 “인식개선강사를 장애인으로 채용할 경우,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강의를 하다보니 직장 내 사람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3. 제빵, 네일아트…기업들도 장애인 표준작업장 확대 노력

기업 차원에서도 장애인 표준작업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더한다.

과거 장애인 고용률 1%대에 머물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희망별숲’을 개소하고 중증 발달장애인 62명을 고용해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만드는 제과 제품은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들에게 제공된다.

또 SK쉴더스는 지난해 민간기업 최초로 청각장애인 네일케어 서비스 '섬섬옥수' 사업에 참여해 장애인 인식개선 및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고용신뢰기업 관련 시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는 이색적인 전시를 개최하며, 시각장애인을 전시 체험 방문자를 인도하는 큐레이터로 고용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맞췄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4. 장애인이 장애 느끼지 못하게…일터 바꾸는 스웨덴

스웨덴은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고용 과정에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인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고용에 관해선 강력한 차별금지법이 시행 중이다.

지난 2008년 제정된 이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사회는 신체적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도록 기업이 설계된 것 또한 차별이라고 보고, 기업들에게 장애인이 일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건물과 시설 등을 개·보수하게끔 했다. 그 결과 올해 스웨덴의 장애인고용률은 63%에 달한다.

이혜선 소담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앞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터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도 “장애인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됐을 때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 또한 취업을 포기하기보다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내가 장애인이라 안 되는 거였구나"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926580354

장애인 고용의무 위반... 돈으로 때우는 기업들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929580235

10명 중 9명 ‘구직 포기’…스스로 '일자리' 놓는 장애인 [일터의 문턱, 장애를 넘어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01580264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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