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아니잖아요” 원내 울타리 치는 친윤, ‘원외 대표’ 권한 어디까지?

구민주 기자 2024. 10.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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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두고 친윤-친한 갈등 격화
‘원외’ 한동훈‧친한 ‘특감’ 요구에 추경호‧이철규 “원내 소관”
61조 vs 25조…‘당헌 해석 논쟁’으로 이어져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왼쪽부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이철규 의원, 한동훈 대표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10월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제천-삼척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통과 및 조기 건설을 위한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입니다. 원내 최고 의사 결정은 의원총회입니다. 그리고 거기 의장은 원내대표고…"(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종혁 최고위원이) 국회의원이신가요? 아니잖아요. (특별감찰관은) 의원들이 합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낼 겁니다. 원래 일은 조용하게 하는 겁니다."(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으로 던진 '특별감찰관'이 당 대표 권한 논쟁, 나아가 '당헌‧당규 해석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감에 부정적인 친윤(親윤석열) 의원들이 "원내서 결정할 일"이라며 '원외' 한동훈 대표와 친한(親한동훈) 인사들에 제동을 걸면서 당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하자,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당 '투톱' 중 한 명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곧장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라며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고 공개적으로 맞섰다.

과거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의원도 한 대표의 행보를 '월권'으로 규정하며 추 원내대표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 대표·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홍준표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서 "2017년 원외 당대표였던 저는 원내대표의 요청이 없으면 의원총회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원내 문제는 원내대표가 전권을 갖고 처리했다"며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건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역시나 당대표·원내대표를 지낸 5선 김기현 의원도 25일 "저의 경험상으로도 원내 업무에 관하여는 원내대표에게 그 지휘 권한과 책임이 있고 최종 결정권은 의원총회가 가진다"며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사실상 한 대표를 직격했다.

원내 친윤 의원들은 특별감찰관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개최를 재촉하는 친한계를 향해 불편한 심기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전날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공개 의총을 열자'고 제안한 데 대해 "그분 국회의원이신가. 아니잖나"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친윤 권성동 의원도 한 대표가 지나치게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권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연동은 우리의 당론이고, 당론을 변경하려면 원내대표와 상의를 사전에 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0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여기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당내 기류에 한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추 원내대표의 '원내 사안' 발언이 나오자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유(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로 미룰 순 없다. 이건 국민과의 약속의 문제"라고도 입장을 견지했다.

한 친한계 인사도 통화에서 "6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당 대표를 원외라는 이유로 주요 결정 사안에서 노골적으로 배제하려 하는 게 옳은 태도인가"라며 "어느 쪽에서 당내 분열을 계속 키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원외 당 대표의 권한을 둘러싼 논쟁은 '아전인수' 식 당헌‧당규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원내 친윤 의원들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가진다'는 당헌 61조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친한계에선 당 대표 역할을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고 규정한 당헌 25조를 내세우고 있다. 한 대표는 취임 초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과정에서도 당헌 25조 속 '당 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관하여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도 원내 인사들은 정책위원회는 '원내기구'이며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해야 한다며 거세게 충돌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입장은 물론, 관련한 의원총회 개최 시기와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친윤계와 친한계는 건건이 부딪치고 있다. 친윤계 일각에선 이번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야당보다 용산 대통령실에 날을 세우며 당정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친윤계에선 용산 대통령실 역시 이러한 한 대표의 리더십 문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제외하고 추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별도로 만찬 자리를 가지면서 '원외 대표 패싱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친한계 인사는 시사저널에 "자꾸 대립각을 세우는 원외 한 대표를 고립시키고 '원내 지도부와만 소통하면 된다'는 용산 대통령실과 당 장악력을 지키고 싶은 친윤 의원들의 '니즈'가 일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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