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홍철 “환율 계속 오른다···WGBI 편입은 달러 매수 기회”

이승용 기자 2026. 1.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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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고공행진 원인은 서학개미 아닌 한국-미국 경제성장률 격차
WGBI 편입은 환율에 미반영···장기상승세 속 일시적 안정화 가능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새해 들어 환율이 다시 고공행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금리와 환율 전망은 주로 채권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여의도 채권 전문가들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이다.

문 팀장은 그의 저서 '투자 디톡스' 및 여러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특히 스스로를 정파(正派)가 아닌 사파(邪派)라고 칭할 정도로 일반적인 시선과 다른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을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대중적 신뢰도는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DB증권 본사에서 그를 만나 최근 환율에 대한 진단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연말에 정부가 눌렀던 환율이 새해 들어 다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정부는 서학개미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데

원인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원인 대신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학개미들의 투자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황이 이렇게 좋은데 서학개미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의 성장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반면 미국의 성장률은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 그것이 고공행진하는 환율의 근본 원인이다.

Q. 성장률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 관세부터 중국과의 경쟁, 지정학적인 문제, 인구구조 등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인구구조 영향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으로 돌아선 이유가 바로 인구구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구구조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자들은 기술과 생산성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말로 하자면 그냥 나는 잘 모르겠다는 말과도 같다. 경제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구성장이다.

우리나라 인구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을 기점으로 미국보다 저성장국가가 돼버렸다. 그래서 환율이 그 이후부터 계속 상승세인 것이다.

Q. 어렸을 적 기억을 되돌려보면 1달러당 700원대였던 시절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꾸준히 올렸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과거 우리나라가 고성장할 때는 그 말이 맞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모두 같은 짓을 했다.

그 증거가 바로 외환보유고다. 외환보유고는 환율조작의 증거물 혹은 찌꺼기로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후반 이후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대로 정체다. 중국은 3조 달러, 일본은 1조 달러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25%밖에 안 된다.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민연금이나 서학개미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외화자산을 늘렸기에 정부가 더 이상 환율조작을 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외환당국은 환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Q.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차이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다. 다른 나라의 경우 그렇게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수출에 집중하는 나라이고 통계상 기준금리 차이가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 금리가 낮은데도 원화가 강세인 시기가 많았다.

Q. 미국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5.5%까지 올렸을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소극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기준금리 차이를 좁힐 수 없어 환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국과 미국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당시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9%에 달하던 시기였다.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은 기준금리의 경제 영향력이 한국보다 훨씬 작다. 대부분의 자금조달 및 채권이 장기금리에 물려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변경해도 장기금리 쪽에 영향을 안 받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받는 경우도 있다. 일관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모든 경제활동이 단기 금리에 연동이 되어 있기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파가 차원이 다르다.

Q. 결국 부동산 때문에 한국은행이 충분히 금리를 못 올렸다는 말로 해석된다.

다른 나라도 부동산을 보면서 통화 정책을 하는 나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세지 않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금리가 전부 단기 금리에 연동돼 있기에 부동산이 통화 정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결정 요소다. 그래서 기준금리를 올려버리면 다 죽는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죽으면 경제가 망하는 구조다.

Q. 그래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높아져야 외국인들이 원화 강세를 기대하고 국내에 들어올 것이 아닌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를 전혀 보지 않는다. 기업만 본다. 그냥 삼성전자가 돈 많이 벌면 투자하는 것이고 삼성전자가 돈을 못 벌면 빠져나가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베트남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몰렸으니까 베트남 통화 가치가 세질 것 같으니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없다.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 나라가 젊은 사람이 많고 소비의 잠재력이 크고 앞으로 성장을 많이 할 거니까 투자하는 거다.

Q. 올해 4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국채 매입을 위해 달러를 원화로 대거 환전하면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WGBI 편입은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주식과 채권은 다르다. 주식은 선반영이 빨리 된다. 예를 들어 한미협상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200억달러를 미국에 송금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환율에 이미 반영된 상태다. 엔비디아 이익이 매년 10%씩 늘어난다면 주가는 매년 10%씩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선반영되는 것과 같다.

WGBI 편입 영향은 아직 외환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조만간 외국인들이 WGBI 편입을 대비해 국채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할 것이다. WGBI 편입으로 2년간 70조 정도 유입될 것이라고 하는데 적지 않은 규모다.

Q. 장기적으로 환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WGBI 편입이 달러 매수 기회일까

그렇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마땅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해외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고 환율은 계속 오를 것이다. 하지만 WGBI 편입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수급상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5년, 10년 이렇게 길게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Q.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파월이랑 트럼프랑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왜 파월이 금리를 낮추지 않겠다고 버틸까? 미국 고용지표는 악화하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물가지수도 안정화되고 있다.

정치적 이유라고 본다. 트럼프와 갈등을 일으키면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

논리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연준의 입장은 이런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취업자 통계를 비교적 정확히 낼 수가 있는데 미국은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추정을 한다.

트럼프 정부 이후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내고 막으면서 노동가능인구 증가 속도가 급감했고 그래서 고용 지표가 악화되는 것이지 경기 부진이 아니라고 연준은 보고 있다.

지금 미국 경제는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다. 교과서적으로는 기준금리를 변경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맞다. 경제학자로서도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Q. 그런데 미국 연준은 최근 채권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풀고 있다. 양적 완화라는 단어는 부인하지만 사실상 양적 완화다. 모순된 행동 아닌가.

연준은 최근 몇 년간 유동성 조절 정책 관련해 금리와 채권 매입을 서로 모순된 방향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복잡한 배경이 있지만 요약하자면 미국 정부 부채가 과도하기에 기준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국채 매입이나 매각을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걸린 상황이다.

Q. 트럼프가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주장일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 성장률과 물가,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같이 비교해 보면 늘 일정한 갭을 유지하면서 같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 상황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좁혀져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에도 정확히 봤다. 반면 미국 연준은 그때도 틀렸다. 정치인들은 경제학자들보다 시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구 사람들로부터 각종 정보들을 들으며 경제상황을 더 잘 알수 있기 때문이다.

Q.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5%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낮출 여력이 생길까?

지금은 환율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낮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5~1.6%고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지 않을 거다. 더하면 3.5% 수준인데 지금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4%고 3년물은 3%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야 정상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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