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도 우리만큼 조사하라”
수개월째 멈춘 류 위원장 수사
“신고자들에 대한 색출·탄압만”
의혹 파악한 구체적 정황도 공개
“이동관 ‘엄중 조처’ 발언 날 오후
특정인 중심 다량 민원 들어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심위 직원들이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공익신고에 나선 이유를 증언했다. 이들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색출과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방심위 공익신고자인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장, 지경규 지상파방송팀 차장, 탁동삼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은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을 신고했다. 이들이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와 이를 인용한 보도들에 대해 방심위에 무더기로 민원을 넣은 점을 확인해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류 위원장은 되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공익신고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이들은 올 1월과 9월 두 차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 지부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류 위원장이 심의 시스템을 사적으로 침탈한 업무방해”라며 “불법과 불의를 목격했는데도 이를 지나치면 나중에 부끄러워질 것이 분명해 공익신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탁 연구위원은 “월급을 받아 가족을 건사하는 입장에서 위원장의 비리를 알리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면서도 “직업적 양심과 동료와 회사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20여년 회사에 다니며 누구보다 정당한 원칙과 절차에 기반해 운영되도록 노력해왔는데 민원사주가 이뤄진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는 이들이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파악했던 구체적 정황이 공개됐다. 지 차장은 “지난해 9월4일 오후 5시부터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민원이 방심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특정인을 중심으로 다량의 민원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당일 오전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엄중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직후부터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지 차장은 다음날 류 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언론 관련 단체의 공동대표 박모씨가 민원을 넣은 것을 확인했고, 전화번호와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민원인이 박씨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지 차장은 “류 위원장의 쌍둥이 동생과 아들이 민원을 넣은 것을 동료 직원들에게서 들었다”며 “이런 민원 형태는 업무 경험상 보지 못한 경우였고 민원 신청 배후에 조직적인 역할이 없다면 이런 현상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공익신고자에 대한 탄압만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양심에 따라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하고 외부에 알렸지만 돌아온 대가는 이어진 고발과 경찰 수사, 권익위의 방관”이라면서 “반면 류씨는 민원사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임기를 마친 것은 물론, 3년 임기의 위원장으로 연임됐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월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현재까지 피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지난 7월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다시 방심위로 돌려보냈고, 방심위는 지난 20일 조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권익위에 통보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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