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중국산 아니냐고 물어봐요"…전기차 오너 '분통' [이슈+]
소비자 91% "中 전기차 안사겠다"
가장 큰 이유로 배터리 안정성 꼽아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 뚝
"화재 이후 중국산 불신 커졌다" 분석
"가는 곳마다 중국산 배터리 아니냐고 물어봐요."
전기차를 타는 A씨는 최근 발생한 인천 청라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이러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불이 난 차가 중국산 배터리여서 걱정되는 마음에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가는 곳마다 물어보니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인천 청라 지하 주차장 벤츠 EQE 화재 이후로 중국산 배터리나 중국 브랜드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화재 이후 중국 관련 브랜드의 판매량이 감소했는데, 이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29일 자동차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내 신차 구입 의향자 525명을 대상으로 매주 수행하는 신차소비자 초기 초기 반응 결과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91%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배터리 안정성(31%)이었으며, 그 뒤로 배터리 성능·품질이 17%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중국산 배터리 때문이라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구입 의향 차이는 배터리 종류에 따라서도 나타났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됐을 경우 아무리 저렴해도 사지 않겠다는 응답이 36%였던 데 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착됐을 경우 44%로 더 높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배터리로 항속거리가 짧은 대신 안전성은 높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장점이 있고, LFP 배터리의 단점을 빠르게 개선해 가고 있음에도 '중국산'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은 지난 7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화재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화재 모델인 벤츠 EQE에는 중국 현지에서 화재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정부는 전기차 제조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나섰다.
중국산 배터리 기피 현상은 지난 8월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산 전기차나,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알려진 전기차의 판매량이 일제히 고꾸라진 것.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Y는 지난달 1215대가 팔리면서 판매량이 전월 대비 25.1% 줄었다. 테슬라는 미국산보다 약 2000만원 저렴한 중국 생산 모델Y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산하 완성차 브랜드 볼보의 C40이나 XC40은 지난달 각각 6대, 4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월 대비 각각 85%, 20% 줄어든 수준이다. 인천 화재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QE는 지난달 전월 대비 반토막 난(48.7% 감소) 39대 판매에 그쳤다. BMW의 iX1, iX3는 지난 8월 전월 대비 54.3%, 38.1% 줄어든 48대, 120대가 각각 팔렸다. BMW의 iX1, iX3는 중국 배터리 CATL을 사용한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아 레이EV 또한 지난 8월 판매량이 923대를 기록, 전달 판매량보다 34.4% 떨어졌다. 중국 BYD 배터리를 사용하는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전월 대비 51.5% 줄어든 377대가 판매됐다.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BYD 등 중국산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전기 승용차를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적인 메리트를 제외하고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쌓을 수 있을지가 한국 시장에서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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