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발견한 패션과 문화 코드

비운의 영국 왕세자비로 알려진 다이애나 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스펜서>는 다이애나 비 역할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로 호평을 받아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요. 특히, 영화 속 다이애나 비를 비롯한 찰스 왕세자와 왕실 가족들의 패션은 당시 영국 왕실 패션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죠.

*출처: 영화 <스펜서> 스틸컷

그런데 영화 <스펜서>의 찰스 왕세자(배우 잭 파딩) 의상 제작자는 우리나라 사람인데요. 의상을 제작한 김동현 테일러는 영국 런던 세빌로에 위치한 영국 정통 양복점에서 한국인 최초로 일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국 문화가 담긴 정통 양복을 제작하는 트란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김동현 테일러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눈 영화 <스펜서>에서 발견하지 못한 영국 패션과 문화 코드를 확인해보세요!

Q. 영화 스크린에서 내가 만든 옷을 입은 배우가 등장하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본인이 제작한 양복이 등장했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왼쪽 영화 스틸컷 내 찰스 왕세자 역(배우 잭 파딩)의 의상 작업물

영화 속에서 찰스 왕세자 역을 맡은 배우 잭 파딩이 양복을 입고 나온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잘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영화 의상을 의뢰받아 제작한 과정이 모두 기억이 나는데 긴장을 많이 해 최고의 역량으로 양복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영화에서 영화 의상 제작 의뢰가 왔을 때, 해당 옷을 재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셨을 텐데요. 그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사회엔 아직 사회적 계층이 남아있는데요. 투 버튼 자켓은 왕실과 대중이 모두 입는 옷 스타일로, 양복 분위기만으로 차이를 만들어야 해 어려웠죠. 특히나 영국은 옷과 역사가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어서 왕실 복장 문화를 잘 알아야 했고요.

Q. 실제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 왕실이나 상류층들은 행사마다 옷을 바꿔 입을 만큼 옷에 진심인가요?

*영화 <스펜서>에서 볼 수 있는 다이애나 비(배우 크린스틴 스튜어트)의 패션

영국 정통 양복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영국 역사와 국민성이 집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옷은 역사와 문화의 포장지로, 시대적인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죠. 영국 왕실은 패션을 대중에게 왕실의 보수성을 보여주고 안내하는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는데요. 이를 통해 대중은 왕실 패션을 따라하기도 하고요.

Q. 영국 런던 새빌로에서 일하면서 직접 느꼈던 영국 상류층 문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영국 대중문화와 어떻게 다른가요?

보통 영국하면 축구를 많이 떠올리시는데요. 영국 상류층은 축구에 관심이 없고 럭비를 보러 가거나 귀족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크리켓을 즐기더라고요. 또 영화에서 찰스 왕세자와 왕자들이 함께 꿩을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일했던 양복점의 사장도 영국 상류층 고객들과 어울리면서 실제 자동차를 몰고 트위드로 맞춘 사냥용 양복을 입으며 꿩을 사냥하기도 했죠.

Q. 양복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이것’만 잘 챙기면 센스 있어 보이고 의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울 앞에서 최선을 다해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옷을 잊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꾸미면 멋이 안 나죠.
*김동현 테일러가 직접 디자인한 영국 정통 양복

양복엔 ‘Must-Have-Item(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양복은 오랜 세월을 걸쳐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가 나타나는데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체화가 되면 어떤 걸 걸쳐도 멋이 나죠. 또 양복의 본질과 역사를 알면 어느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겨요. 결국 이런 포인트들이 멋과 우아함을 만드는 방법인데요.

Q. 우리나라 2030대의 패션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튜브를 통해 2030대의 패션 문화를 보면서 공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바버 자켓이라고 검색하면 백이면 백 똑같이 입는데요. 본래 바버 자켓은 교외 사냥에서 더럽게 입고 헛간에 보관하는 옷인데 말이죠. 또 최근 20대 남성들 사이에선 시티보이룩이 유행해 똑같은 패션 스타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패션을 모방하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고 최종적으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마지막으로 테일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이 직업을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단순 끈기의 문제보다 내가 살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면서 살아가게 될까? 라는 소명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질과 명성 이외에 자신의 내면에서 이끄는 무언가가 바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테일러뿐만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소명 의식을 찾으셨으면 해요.

인생, 하나의 여정에 불과해요.
- 다이애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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