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심장 대덕특구 50년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날다

조한필 기자(jhp@mk.co.kr) 2023. 3.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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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대전광역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도시다. 사람·교육과 연구개발(R&D) 기반 역량이나 미래 신산업 기반 역량이 모두 다른 도시를 압도한다. 과학기술 인프라스트럭처 집적도만 따진다면 세계 어느 과학기술도시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대전은 지난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과학기술 집약도 부문에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선 일본 가나자와 등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유명한 미국 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4위), 영국 옥스퍼드(5위)는 대전에 밀려 후순위에 있었다. 과학기술 클러스터 순위에서도 대전은 당당히 세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은 최고 수준의 R&D 역량 등으로 산업연구원의 17개 시도 혁신성장 역량 평가 결과에서도 압도적 1위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도시를 모두 제쳤다. 인구 10만명당 창업 기업이 10.3개로 전국 1위이며 서울(7.6개), 울산(2.0) 등이 뒤를 따른다. 대전 R&D 인력(5만2000명)은 서울(19만명)과 경기(25만명)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이처럼 대전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도시다. 과학기술혁신 역량·미래산업 도시 경쟁력 수준이 가히 세계적이다.

그렇다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절대 뒤지지 않는 대전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대전이 한낱 농촌에서 과학도시로 옷을 입게 된 계기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작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11월에 재가한 '대덕연구학원도시'다. 당시 추진되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할 기술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야산과 구릉지, 배밭이 전부였던 충남 대덕군 일원(현 대전시 유성구 일원) 27.8㎢(약 840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 조성됐다. 2005년 R&D특구로 지정되면서 대전 전체 면적 7분의 1 수준인 70.4㎢(약 2130만평) 단지로 더 커졌다. 1978년 3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시작으로 연구기관들이 본격 입주했고, 1992년 말 33개 기관이 문을 열면서 준공을 선포했다. 2005년에는 R&D 성과를 상품화하고 창업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 연구 인력 4만여 명이 모여 있다.

1973년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대덕특구는 반세기 세월을 보내며 대한민국 과학 전진기지로, 미래 혁신 거점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부터 세계이동통신의 표준이 된 CDMA, 달리는 로봇 휴보, 달 궤도선 다누리 등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쏟아졌다.

그동안 대덕특구는 정보통신, 원자력, 바이오메디컬, 항공우주 등 각 분야에서 누적 경제 파급효과 374조원(2019년 기준)을 이끌어 냈다. 각급 정부 출연연구원과 카이스트는 물론 2243개 입주 기업, 기업 부설 1000개 연구소(이상 2020년 기준) 등에서 총매출액 19조2769억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지난 50년간 국내 과학의 요람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대덕특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폐쇄적인 환경에 따른 교류·소통 부족 등은 물론 지역과 호흡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샀고 방치된 면적, 정주여건 부족, 기술 사업화 미흡 등 대덕특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미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대전시는 50년 된 대덕특구를 개방형 혁신 클러스터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사업을 진행한다. 장기과제는 2040년까지 계속해서 추진한다. 사업비로 1조954억원을 투입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와 대덕특구, 카이스트 등이 원팀 체계를 구축해 대덕특구의 기술을 미래산업 먹거리로 만들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실증 테스트베드' 대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우주산업 클러스터 대전 포함 등 대전 발전 기반 구축 성과에 더해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나노·반도체, 우주, 국방, 바이오헬스 등 4대 핵심 전략산업을 육성해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50년의 핵심은 '선순환'이다. 대덕특구의 우수한 과학기술 연구성과가 사업화·창업화로 이어지고 경제 성장까지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총 34개에 달하는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중요성·시급성·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10대 핵심 과제를 짰다. 창업 활성화, 기술 사업화, 정주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특구와 인접한 산단을 특구로 편입해 대덕특구 구역을 확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제2 대덕특구 조성과 맞물려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계치에 다다른 기존 구역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장우 대전시장이 윤 대통령에게 현재 7∼8층인 층수 제한과 용적률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기술·아이디어 창업 활성화를 통해 스타트업 5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카이스트 창업혁신파크'를 만들어 창업 공간을 늘리고 글로벌 진출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개방형 융합혁신 거점인 대덕특구 융합연구혁신센터를 만들고 정보통신기술(ICT) 창업 공간 마중물 플라자 등 출연연 실험실 창업 혁신단지 조성도 이뤄진다.

시민과의 거리도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우선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대덕특구 내 출연연들이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폐쇄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턱을 한층 낮추는 것이다.

대덕특구 내 청년 연구자와 창업가를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 등 정주환경도 개선한다. 자율주행차량 운행 등 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대덕대로, 가정로, 탄동천변을 인접 출연연과 연계한 '과학문화 둘레길'로 만든다. 대전시는 재창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생산 유발 6조1000억원·부가가치 유발 3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얻고, 4300여 개 기업이 창업되며, 9만1000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시장은 "일류 경제도시로 나아가는 대전에 인재가 모이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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