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마니아,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 본격화
루마니아가 오랜 기간 지연됐던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의회에 정식 사업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연내 입찰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총 216대의 전차와 파생 지원 차량 11대를 포함해 대규모 규모로 추진된다. 전체 사업 예산은 약 65억 유로, 한화로 약 10조 원에 달한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주력 전차를 대체하고, 자국 내 방산 산업 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루마니아군이 운용 중인 전차는 대부분 구형 모델이다. 구소련제 T-55AM 전차 약 220여 대와 이를 개량한 TR-85, TR-85 M1 전차 약 150여 대가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전차들은 모두 1970~80년대 기술을 기반으로 해 현대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 핵심 조건
루마니아는 이번 도입 사업의 핵심 조건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단순 수입이 아닌, 루마니아 내에서 전차 조립과 무장 시스템, 조준 장비, 포탄 생산까지 모두 이뤄지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루마니아는 단순 구매국을 넘어, 자국 방산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 조건은 사실상 일부 서방 제조사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는 기술 이전이 제한적이며, 중량이 67톤에 달해 루마니아의 지형적 특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루마니아 전역은 하천과 교량이 많아 중량 제한이 엄격한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K2 전차, 현지 조건에 가장 부합
루마니아 언론은 이번 입찰에서 한국의 K2 전차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방산기업 현대로템이 개발한 K2 ‘흑표’ 전차는 이미 폴란드 수출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 경험을 확보했다. 폴란드에 납품된 K2PL 버전은 현지 조립과 부품 생산을 포함한 기술 이전 형태로 진행되며, 이 모델이 루마니아의 조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2 전차는 최신 복합장갑, 자동조준 시스템, 디지털 전투관리체계를 갖춘 3.5세대 전차로 평가된다. 기본 중량은 약 55톤 수준으로, 서방 주력 전차 대비 가벼운 편이다. 루마니아의 지형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기술 이전이 가능한 유연한 생산 구조를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독일과 미국 모델은 불리한 위치
경쟁 모델로는 독일의 레오파르트 2A8 전차가 있다. 그러나 이 전차는 중량이 65톤 이상으로 루마니아의 하천 교량 인프라에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또한 독일 제조사 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KMW)이 제시한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조건이 제한적이며, 단가 역시 K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 역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미 루마니아가 54대의 에이브럼스 전차를 발주했지만, 실제로는 실전 배치 이전부터 여러 실무적 문제가 드러났다. 유지비용이 높고, 연료 소모가 많으며,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루마니아는 에이브럼스 전차 도입과 별도로 신규 차세대 전차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유럽 내 K-방산 확산 흐름
루마니아의 관심이 K2 전차로 쏠리는 이유는 단순히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유럽 각국과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K2 전차 180여 대를 계약했고, 현지 생산 공장 건립까지 진행 중이다. 이러한 ‘K-방산’ 성공 사례는 루마니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기술 이전에 적극적이며, 계약 이후에도 유지보수와 교육훈련 등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서방 경쟁 모델 대비 30~40%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유럽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루마니아 정부 내에서도 K2 전차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0조 원대 대형 수출 기대
루마니아 전차 사업이 최종적으로 K2 전차로 결정될 경우, 한국 방산업계에는 또 한 번의 대형 수출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 규모는 약 10조 원에 달하며, 폴란드에 이어 유럽 내 두 번째 대형 K2 수출 사례가 된다. 특히 루마니아 내 현지 조립 및 생산이 병행될 경우, 부품과 인력 교육, 유지보수 등 추가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정부는 연내 입찰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이전 조건과 현지 생산 체계라는 루마니아의 요구사항이 K2 전차에 최적화되어 있다”며 “별다른 외교적 변수만 없다면 K2가 유력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유럽 내 안보 재편 속에서 새로운 방산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유연한 협력 구조가 다시 한 번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