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병원비를 형제들도 부담하게 할 방법이 있을까요?[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그런데 이번엔 아버지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늘 운동하러 가던 공원을 못가 헤매시더니, 늘 조용하던 분이 부쩍 화가 늘은 것도 이상했습니다. 그러다 날짜를 잊고 친숙했던 사람들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십니다.
앞으로 아버지의 치매 증상은 더 심해질텐데 형제들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막내는 힘들면 요양원을 알아보라는데, 할 말을 잃었죠. 지금까지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전적으로 제가 대고 있는데요. 동생들도 내게 할 수 없을까요?
저도 사는 게 녹록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앞으로 더 큰돈이 들어갈텐데, 동생들은 남의 일 대하듯 합니다. 제가 아버지로 인해 사용한 돈, 앞으로 필요한 돈을 동생들과 함께 부담할 방법이 있을까요?
-자녀들이 부모의 병원비를 부담할 의무, 법적으로 어떤가요?
△민법에는 부부간 부양의무 조항이 있습니다. 또한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에도 부양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는 혼인 관계의 본질적인 의무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 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혼인 공동생활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이것을 법적으로 1차 부양의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는 다릅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는 2차적 의무로 부모가 자력으로 생활 유지가 불가능하고, 자녀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고 경제적 여유가 되는 범위 한도에서 부양의무가 발생합니다.
-모든 자녀들에게 똑같은 부양 의무가 주어지게 되나요?
△2차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 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있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모든 자녀들에게 똑같은 수준의 부양의무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형제들 중에 자력이 있는 자녀는 그 경제적인 능력 범위 안에서 부양 의무를 부담하고, 경제적 여력이 없어 부모를 부양할 여건이 안 된다면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연자는 혼자 부담한 병원비를 다른 형제들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사연자가 부담한 부양료를 지금 와서 형제들에게 달라고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데요. 판례에 따르면, 다수의 부양의무자 중 한 명이 부양의무를 이행했다면 다른 부양의무자들을 상대로 이미 자신이 지출한 과거의 부양료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분담 액수를 정해서 상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형제들 간의 분담 비율은 어떻게 판단되나요?
△형제들 중에는 여건에 따라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부양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형편에 따라서 부양료 액수를 다르게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판례도 분담 비율이나 분담액을 정할 때는 나이, 재산 상황, 서로의 관계 등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분담 비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즉 형제들이 분담하는 액수는 각 형편에 따라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사연자는 앞으로 들어갈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형제들끼리 서로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아버지가 자녀들을 상대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부양료로 청구하는 방법이 있고, 사연자가 아버지 부양료를 지출하고 형제들에게 반환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연에서는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은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치매 정도에 따라서 아버지가 직접 법률행위를 할 수 없을 경우 아버지에 대해 성년후견인을 지정하고, 성년후견인을 통해 동생들을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양료 액수는 어느 정도 인정 될까요?
△일률적으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생활수준이나 형편에 따라 액수가 다른데 부모 자녀 간 인정되는 부양료가 현실적으로 많지는 않습니다. 실무상 15만원, 30만원 정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사례마다 다르지만 부모님이 기초연금 등으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한 경우 부모님이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하더라도 기각되는 예도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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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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