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미집' 김지운 감독 "난 늙어도, 내 영화는 늙지 않길 바라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코미디, 호러, 느와르 등 수많은 흥행작들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김지운 감독은 영화 '거미집'의 김열(송강호)과 꽤 많이 닮아있다.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동료들에게 "나만 좋자고 이러는 거냐"며 답답해하다가도, 원하던 장면을 카메라에 담자마자 환희에 사로잡힌다. 김열은 '조용한 가족' 이후 25년, 김지운 감독이 영화인으로서 살며 떠올린 인물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VIP 시사회 후 뒤풀이를 했는데 어떤 동료 감독이 안 왔다. '왜 안 오냐' 물었더니 '시나리오 쓰러 가야 될 것 같다'고 하더라.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좋은 기운을 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인데도 자기 환멸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 사이에서 나오는 질문으로 만든 영화가 '거미집'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서 혹시라도 식었던 열정, 희미해졌던 꿈을 다시 회복하길 바랐던 거예요. 흥행이야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거미집'의 주인공 김열은 걸작을 향한 집착에 휩싸인 감독이다. 성공적이었던 데뷔작조차 스승의 유작이라는 의심을 받고 이후 형편없는 치정극만 만든다는 혹평에 시달린다. 적나라한 악평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그의 모습 뒤로 흐르는 '평론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 자들의 예술에 대한 복수다'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감독들은 평론, 리뷰 하나에 기분이 변해요. 정확한 비평이면 받아들이지만, 너무 잘못 본 것 같다 싶을 때는 '지들이 뭘 안다고?' 발끈하게 되죠.(웃음) 근데 이젠 안 그래요. 지금은 비평의 힘이 필요한 때 같아요. 난 그 힘을 다시 원해요. 옛날엔 한 달에 잡지만 5~6개씩 나오던 때가 있었어요. 1년 내내 어떤 잡지에서든 내 이름이 나왔고, 혹평이든 호평이든 계속 받으면서 자극받고 텐션을 유지했었어요. 언론의 리뷰와 비평이 작품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에너지가 있고, 영화시장을 선도하는 힘이 돼요. 그게 지금 왜 필요하냐면, 팬데믹 이후 모든 영화 산업 지표들이 네거티브해진 상황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한테 '너를 지켜보고 있고, 계속 응원하고 또 지적할 거야'라는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게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영화 산업 전체가 같이 큰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거미집'은 모든 예술이 검열당했던 1970년대, 한국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영화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양한 군상을 그린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김열은 환희와 자학, 자본의 논리 사이에서 자신을 믿고 나아간다. 촬영장에서 시시각각 수많은 감정에 휩쓸리는 그의 모습은 이 땅 위 모든 예술가들의 얼굴과 닮아있다.
"박찬욱 감독이 그런 말을 했어요. 하루는 자기가 너무 천재 같은데 또 어떤 날은 너무 쓰레기 같다고요. 저도 일상에서는 쿨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인데 영화 현장만 가면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온갖 비탄과 자기혐오에 빠지곤 해요. 그러다 일사불란하게 모든 게 맞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래 이게 다 내 역량이야!' 하면서 감동하기도 하고요.(웃음) '영화가 무엇이기에 이럴까, 나는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김열은 제 모습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 인물이에요. 아마 감독 공동의 심상일 거예요."

김지운 감독이 '인랑' 이후 약 5년 만의 신작 '거미집'을 선보이기까지 영화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팬데믹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성장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적어지면서 투자시장은 위축됐고 제작 편수마저 줄어들며 영화 산업 전체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지운 감독 역시 "정말 이렇게 영화가 사라지는 건가 싶었다"고 고백했다.
"현대성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는 영화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근접한 형태로 묘사하는 매체인데, 이게 덧없이 사라지나 그런 상념에 빠졌었어요. OTT의 장점을 찾기도 했어요. 지금 영화가 못하는 걸 OTT가 하고 있고 영화는 상태가 나빠지면서 보수적으로 변해가는데, OTT는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으니까 큰 시네마틱이라는 것만 포기하면 OTT도 좋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사실 '거미집'도 OTT로 풀어야 하나 했어요. 근데 '이건 영화 얘긴데, 이것마저 OTT로 풀면 그게 맞나?' 싶더라고요. 영화 얘기를 영화 안에서 했다는 것, 그걸로 자존심을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1998년 '조용한 가족' 이후 기존의 관습이나 틀에서 벗어난 상상력과 개성 강한 캐릭터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연출자로 꼽힌다.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수많은 흥행작들을 통해 극한의 서스펜스 속에서도 진하게 묻어나는 인간애를 표현하며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10번째 장편영화 '거미집'으로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혁명적으로 새로울 수는 없어도 항상 관객보다 한 보, 아니 반 보 정도 앞서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이 나왔을 때 이미 '김지운식 코미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리고 바로 공포물 '장화 홍련'을 했어요. 머물러 있으면 안 돼요. 그건 아티스트로서 사형 선고와 같아요. 그러다 미국에 간 것도, 한국에서 내가 편히 누리는 게 너무 많고 아무도 나한테 싫은 소리 안 하니까 한번 다 바꿔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할리우드에선 최말단일테니, 신인감독 같은 느낌으로 또 어려운 상황에 놓여보려 했죠. 그렇게 새로운 걸 할 때마다 영화적 에너지가 생겨요.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인데 자연인 김지운이 늙는 건 상관없지만 내 영화는 안 늙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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