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알람소리에 눈을떴다
어제 일부러 새벽에 일어나 낮에 졸음이 오는걸 참고 밤 10시 취침 7시간 푹 잤다.
작년 제마에서 330을 노린다고 깝죽거리다 턱 섭4로 기어들어왔던걸 오늘은 만회하리라
분명 코로스에서도 3:28 이 가능하다고 했고 런갤 고수님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170/66~67, 마일리지 12월 300k, 1월 300k, 2월 261k,
총 3개월간 54회 운동 LSD35k 3회 M페이스 30k 2회
추운 겨우내 나름 이를 갈며 준비해 와서 자신감이 넘치는 중이였다.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나 때문에 와이프가 깨서 투덜거린다
“저걸 왜 돈주면서 하나 몰라. 난 돈 받아도 안할텐데”
하지만 추운 날씨가 걱정되는지 대회장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6시에 출발하겠다고 하니 20분도 안걸리는데 왜이리 서두르냐고 해서
“오늘 런갤에서 단체사진 찍기로 했어”를 하지 못해서 6시반 출발....
대회장까지 가서 차량 통제 될까봐 독립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했다
짐 맡기고 부랴부랴 이순신 장군동상까지 갔지만.. 단체 사진은 끝났고 우후님과 응원단님을
만나서 사진을 찍고 보급품으로 핫팩과 마그네슘을 수령후
330 동반자를 구하기 위해서 어슬렁 거렸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동반자는 구하지 못하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조깅후 출발선으로 향했다.
꼭 330을 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출발선에 서니 국가대표라도 된 것 같았다.
출발할 때 비옷을 벗으니 뒤에 붙여놓았던 330 동반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없었다...
어디론가 떨어져 버렸나 보다.. 그렇게 동반자를 못구하고 출발
수시로 시계를 확인해서 페이스를 체크하고 약간씩 시간을 더 벌어나갔다.
스무스 하게 레이스를 이어 나간다. 약간은 오버페이스 같아서 좀 걱정스럽지만
나중에 퍼질 시간을 미리 좀 벌어둔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는 괜찮아 하면서 계속 레이스
동대문 역사 공원쯤에서 레이스 페트롤이 응원하는 지인을 보고 갑자기 멈춰서 옆으로 가면서
내발을 차고 지나간다. 뒤에서 서로 어이쿠 형님 이지랄 하는걸 보고 외친다. 야이 개xx야
하지만 계획에 따라 5k마다 급수와 보급을 하고 스펀지도 착실하게 챙겨나간다.
청계천에서는 인도까지 올라가서 달렸다. 날이 추워서 땀이 덜나서 그런가 소변이마렵다.
청계천 구간에 있는 화장실을 보고 잠깐 멈췄다. 줄을 보고 포기하고 그냥 가기로했다.
25k 지점에서 쥐나기전에 크램픽스를 음미한다. 예상대로 사례가 들리고 목은 타는 것 같다
쥐날까봐 그동안 매일 바나나를 챙겨먹었고 전날 액상마그네슘챙겨먹고 오늘도 응원단님 보급품으로 야무지게 한병 받아 마셨다.
제마때 쥐나서 고생한 기억이 있기에 미리 미리 준비했다
30k부터 내가 느려지고 있다는걸 체감한다. 다시 체크 12k 가량 남았고 벌어둔 시간은 1분30초
페이스 10초 정도로 늦어진다고 해도 어찌 되지 않을까 10k는 매일 아침마다 달린 거리야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라고 마음먹고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생각했지만
32k 부터는 제대로 사점을 만난건지 저체온증이 온건지 봉크가 온건지 모르겠다
기억이 흐릿하다 어떻게든 앞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만 있고 주변이 기억나지 않는다.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몸을 앞으로 옮기고 있지만 주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주변이 어땠는지 기억이 없다.
주로 어디선가 주유소가 보여서 화장실을 갔는데 그곳이 어딘지도 지금도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장갑을 벗었는데 그것도 무거워 보여서 다시 끼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 뛰어와서 파스 필요하세요 하는데도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룩거리면서 그냥 몸을 움직였다.
35k에서 먹겠다고 남겨둔 에너지젤은 먹지도 않았다 나중에 벨트를 보니 하나가 남아있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냥 1초라도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굳은 다리를 어거지로 움직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기억나는건 39k 양다리 허벅지 앞뒤 종아리 전체가 쥐가 났고
주로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져서 길가로 기어가서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두분이 펜스를 넘어서 굳은 다리를 풀어주고 파스를 뿌려주며 펜스에 다리를 올리라고 하며
다리를 풀어주며 노력하셨다.
내 나이가 40중반인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그분이
“웃어 웃어 너가 하기로 한거야” 라고 하셨던거 같다. 그리고 내등을 떠밀며 “출발” 이라고 말하신다.
다시 절룩 절룩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도착점이 보인다. 분명 제마때는 도착점을 보고 그나마 힘을 내서 뛰어 들어왔는데
이번엔 정말 절룩거리면서 들어왔다.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다 들어와서 조금 앞에서 라바콘을 발견하고 기대어 눕는다
꼼짝할 기운도 없다. 그제서야 시계 종료버튼이 생각나서 종료를 누른다.
3시간 55분.. 제마때 3시간 59분 그래 5분 줄였다.
파이팅 하는 응원단에게 눈도 안마주치고 달렸다 (난 병x 이다)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도 무시하고 달렸다 (난 병x 이다)
친절히 도와주겠다는 호의도 뿌리치고 달렸다 (난 병x 이다)
그렇게 비장하게 마음먹고 겨우내 그 지x을 하고 단축한 5분이다. (난 병x 이다)
그렇게 기대 있으니 운영요원이 움직일만 하시냐고 계속 묻는다.
그래 끝났다 집에 가야지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고 움직인다
패잔병처럼 축 늘어진 몸을 끌고 짐을 찾으러 간다. 날은 너무나 춥고 바람은 매섭다
몸에는 더 이상 남은 에너지가 없어서 사시나무처럼 경련이 일어난다.
비참하다.. (난 병x 이다)
2만여명이 모여있는 곳에서 아무런 약속도 연락도 없이 서로를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짐 찾으러 가는 도중 난 와이프를 와이프는 나를 마주쳤다
거지꼴이 된 나를 보며 박장대소를 하고 집에서 가져온 패딩을 입혀주었다.(난 병x이 아니다)
짐을 찾고 경련이 심해서 신발끈 조차 풀수 없는 나를 앉히고 신발을 벗겨주고 피가 묻어있는 양말을 갈아 신겨 주었다(난 병x이 아니다)
짐찾는 도중 사람들이 저체온증으로 쓰러지고 주변에서 옷을 덥어주고 구급차에 실려나간다.
나도 와이프를 만나지 못했으면 실려갈뻔했다.
옆에 도착해서 주저않는 여자분은 사타구니양쪽이 다 쓸려서 피가 흐른다.
와이프가 그걸보고 “어휴 왜 저렇게 까지 하는거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다
그래 이렇게 5분 줄였다 5번만 더 줄이면 3:30이다.
앞으로 큰아들 첫 마라톤은 3년 남았다. 다음주부터 다시 뛸거다.
30분더 일찍일어나서 조깅거리를 15k로 늘리고 30k 장거리를 더 자주해보고 늘 다니는 안양천을 벗어나 하늘공원도 가보고
M페이스 지속주를 35K 까지 해보고 그렇게 5분을 더 줄이고 줄여볼꺼다
난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난 병x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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