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그 시절의 정, '덤' 문화에서 그 골프장의 미래를 본다

김인오 기자 2024. 10.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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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NTU(우분투)'라는 말이 있다. 남아프리카 반투족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이를 철학과 윤리 사상처럼 따르고 있다. 이들의 인사가 '우분투'이며, 이 뜻은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이다.

이와 유사한 말이 라틴어에서 나온 패밀리(family) 일 것이다. 패밀리 어원은 하인, 노예, 집, 가축 등 생산 기구를 뜻했다. 농경 사회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파더 앤드 머더 아이 러브 유(Father+And+Mother+I+Love+You)'처럼 패밀리는 아가페와 같은 사랑의 의미가 됐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바로 패일리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우분트'와 '패밀리' 의식은 그저 지나간 세월 속에서만 존재하는 듯 하다. 

그런데 요즘 우분트, 패밀리 의미를 공감하게 만드는 골프장이 있다.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과 내장객 급감하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부분 골프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골프장 이용료를 올리고, 각종 서비스를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곳 골프장은 오히려 골퍼와 더 나누고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아웃, 인 코스 그늘집 2곳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 대비 효율성을 따진다면 밴딩 머신 운영이나 아니면 폐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온 골퍼들에 대한 최선의 서비스와 예의로 집밥과 같은 마음을 전하려고 차마 그늘집을 못 없앴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션 홀을 선정해서 골퍼 2명이 파를 하면 '팔도 비빔면' 1박스(4EA)씩 4명에게 서비스한다. 또 다른 핸디캡 1번 홀에서는 1명만 파를 해도 '윌' 음료수 5병을 준다. 더 놀라운 것은 '5'라는 숫자에 있다. 타 골프장 이벤트에 가보면 골퍼 4명만 서비스한다. 이곳은 캐디까지도 챙기는 '5패밀리' 따듯함 때문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곳이 바로 티클라우드 골프장이다. 이곳을 다녀간 골퍼들은 후한 인심, 덤 문화에 제대로 대접받고 가는 것 같아 기분 좋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반해 수도권 A골프장은 생수를 사서 마시게 하려고 물도 가능한 한 서비스 하지 말라고 한다. 커피도 캐디에게 서비스 하지 말고 최대한 단가가 제일 싼 콩을 쓰며, 주말엔 액상 커피를 물에 타서 빨리 줘야 조금이라도 더 팔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엔 배추 가격이 비싸다고 김치 대신 다른 밑반찬으로 서비스하는 곳도 있다. 가격은 최고로 받고 품질은 최저로 떨어뜨리며 이윤은 최대화하려는 것이다. 과연 골퍼들이 이 것을 모를 것이며 기분 좋게 그 골프장을 찾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티클라우드는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재료비 등이 급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곳까지 오신 손님에게 야박하게 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면서 늘 어머님의 마음으로 맞다 보면 소홀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 옛날 어머님들은 집에 오신 손님에게 절대로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 호박 하나라도 싸서 주려는 훈훈한 덤 문화가 있었다"라고 한다. 

시골 장터에서 손해를 보면서도 넉넉한 인심을 담아 덤을 주는 우리 문화야말로 가장 진보한 기업 운영이라 생각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덤'이란 의미의 단어가 없다. 기껏해야 팁(Tip)이란 말이 있지만 서비스를 보장받고 난 후 지불하는 대가여서 의미가 사뭇 다르다.

김영재 대표가 운영하던 스카이72는 덤 문화의 대표적 골프장이었다. '일파만파' 하면 기념품을 주고, 버디는 '4명 모두 맥주 한 잔'씩 준다. 파 3홀 그늘집에서 붕어빵과 어묵, 오미자 차 등을 말 그대로 공짜로 준다. 이제 많은 사람이 이젠 추억이 된 '스카이72 덤 문화'를 그리워하고 있다.

골퍼들은 옛날을 회상하며 그때의 '정'이 그리워진다고 말한다. 매출 목표만이 있는 골프장에서 더 이상 '덤 문화', '서비스'는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몇 년 전 알싸한 가을 새벽 라운드에 건네는 '생강차' 한 잔과 돌아갈 때 졸지 말라고 '커피' 한 잔을 가득 담아 주던 렉스필드 골프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자녀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행복을 느낀다. 자기 자식이 좋아하는 모습은 어머니의 기쁨이라고 한 플라톤의 말처럼 티클라우드의 어머니 같은 마음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추구만을 위한 골프장 운영의 끝은 보이지만 진정성을 담아 호빵, 꽈배기, 도넛 하나를 건넬 때 골퍼는 커피 몇 잔을 더 마신다는 보편타당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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