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전세 제도’. 월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전세 제도가 있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인도나 볼리비아 등 금융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만 유사하게 유지되고 있죠.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역시 전세 제도를 외면하고, 월세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전세 거래는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KB부동산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금리 인상이 불러온 부동산 트렌드… ”전세 대신 월세 살래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기준,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작년 8월부터 8번에 걸쳐 3%까지 올랐는데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제로금리 시대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높아진 금리 탓에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주택 수요자는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17만5,899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 해 연간 월세 거래량인 97만7,039건보다 20.4% 늘어난 수치입니다.
최근 3년간 월세 거래량은 ▲2019년 82만210건 ▲2020년 88만7,778건 ▲2021년 97만7,032건 등 꾸준하게 증가했지만, 관련 통계 집계 이후로 월세 거래량이 연간 100만건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최초입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월세 거래량은 14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월세의 강세는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제주도가 1만6,651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104.2%)을 보였고, 뒤를 이어 충남(56.5%, 2만6,101건→4만846건)과 세종(45.3%, 7,920건→1만1,510건)의 상승률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픽스 4% 임박… 대출 이자 부담은 꾸준히 상승

한편, 월세 거래량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KOFIX·자금조달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보이면서, 주요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3.4%) 대비 0.58%p 오른 3.98%를 기록하며 2010년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상승폭 역시 최대치로 지난 7월 최대 월간 상승폭(0.52%) 을 넘어섰는데요. 지난달 한국은행이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감행하면서 은행권 수신금리가 동반 상승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금리 인상 기조 탓에 두 자릿수의 대출금리 시대가 다가올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오는 11월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높아진 월세 수요에 가격도 덩달아 상승… 갈 곳 없는 수요자들

이처럼 높아진 월세 수요에 월세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서울 소재의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가격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소형 아파트 중 월세 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것은 8,305건으로 작년 대비(4,997건) 66.1% 상승했습니다. 2년 전인 2020과 비교하면 100만원 넘는 고가 월세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실제로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14단지’의 전용면적 55㎡는 작년 8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5만원에 거래됐는데요. 올해 8월에는 보증금은 동일하지만 월세는 35만원 오른 1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준공된 지 3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래미안옥수리버젠’의 전용면적 59㎡ 역시 전년 대비 월세가 4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8월만 하더라도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8월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290만원에 거래됐죠.
결국 기준 금리가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가 덩달아 상승함에 따라 월세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지속적으로 예고돼 있는 만큼 월세 시장의 규모는 더욱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