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대표 준대형 세단 K8이 풀체인지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그랜저를 정조준하고 있다. K8은 출시 당시 유려한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 구성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민 세단’ 그랜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브랜드 신뢰도, 실내 완성도, 파워트레인 다양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랜저가 앞서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차세대 K8이 반격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상품 개선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존재감이다. 상상도에서 그려낸 풀체인지 K8은 EV9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맵 시그니처 조명’, 새로운 엠블럼, 더 긴 휠베이스와 쿠페형 루프라인을 통해 시각적 임팩트를 강화한 모습이다. 특히 일체형 리어램프는 고급감을 배가시켜, K8만의 고유한 디자인 정체성을 완성하고자 한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세부 튜닝을 통한 연비 향상과 주행 효율 개선이 요구된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경쟁 모델 대비 경쟁력이 부족했던 만큼 보완이 필수이며, LPG 모델은 택시 수요까지 고려한 유지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K8 EV 트림 추가를 통해 준대형 전동화 시장에서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과 파워트레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들이 그랜저를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실내 경험’이다. K8은 커브드 디지털 디스플레이, 고급 내장재, 앰비언트 라이트 등에서 진보를 보여야 한다. 특히 2열 공간 활용성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립 시트, 시트 각도 조절, 통풍·온열 시스템 등 고급감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결국 K8이 그랜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닌 전면적인 상품 재정비와 브랜드 포지셔닝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진짜 혁신’이 전제될 때, K8은 현대차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산 세단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