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람들이 사랑하는 스페셜티커피 카페 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좋아하는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이다. 여름이 오기 직전인 얼마 전 싸모님, 딸 아이와 함께 경춘선 기차를 타고 춘천 여행을 다녀왔다. 춘천이라는 지명은 한자로 봄 춘, 내 천을 쓴다. 그래서인지 봄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여름에도 쾌적했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호반 도시, 춘천 시민들이 사랑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을 엄선에 엄선을 거쳐 정리했다.
카페 모요
moyo
춘천 로컬 카페를 상징하는 카페 모요는 오픈 3년 차의 작고 아담한 로컬 커피 매장이다. 매장 위치는 강원도청 조양루 건너편 2차선 도로 옆이다. 오래된 닭갈비 집을 카페로 개조했다. 강원도청의 아름다운 정원을 거쳐 내려가는 길 소박한 2층집의 옥상(주택가에서는 옥상, 도로변에서 보았을 때는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스와힐리어로 마음이라는 의미의 카페 모요의 외관은 깔끔하고 정갈하다. 입구에 위치한 화분이 정갈하고, 내부가 넓지 않지만, 쾌적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의 가장 인기 있는 리네아, 그라인더는 단맛을 잘 발현하는 말코닉 계열이다. 카페 모요는 전국 방방곡곡의 스페셜티커피 로스터리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편집매장이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는 송파의 위딘커피, 최근에 방문했을 때 프롤로그의 싱글오리진 커피를 소개하고 있었다. 춘천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싱글오리진을 소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마셔도 부담 없는 편안한 커피,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의 커피를 정성껏 소개하고 있다.
카페 모요의 추천 커피는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와 모요라테. 두 번째 방문에서 마셨던 케냐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가 맛있었다. 자몽과 스파클링 와인을 연상시키는 청량감에 산뜻하고 우아한 산미가 인상적이었다. 이외에 모요라테는 기본 블렌딩 에스프레소 아이스, 밀크 이외에 7가지 곡물 성분을 혼합한 크림을 부드럽게 띄워 제공한다. 기본 커피의 진득한 단맛에 곡물 느낌의 고소함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일곱가지 맛들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카페 모요의 또 다른 특징은 휘낭시에를 포함한 각종 구움과자와 에그타르트. 일반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과 다르게 모요의 구움과자는 서울 최고 파티세리 매장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다. 고메 버터를 아낌없이 사용해 감칠맛이 훌륭하고 단맛과 질감의 밸런스도 인상적이다.
주소 | 강원 춘천시 모수물길 7-1 1층
영업시간 | 월-금 8:00~18:00, 토 10:00~18:00(일요일 정기휴무)
@cafe_moyo (https://www.instagram.com/cafe_moyo/)
로다운컵
LOW DOWN CUP
두 번째 추천 매장은 춘천 스페셜티커피 터줏대감, 로다운컵이다. 로다운컵은 오랫동안 춘천의 공무원들이 애정하는 카페이자 춘천을 상징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 매장 위치는 춘천 시청 앞. 도청 앞을 상징하는 곳이 모요라면, 시청 앞을 상징하는 곳은 로다운컵이다.
형형색색의 의자들이 놓여있는 외관은 매우 소박하다. 담뱃가게 규모의 작은 매장이지만, 의외로 내부는 다양한 포스터와 오너 바리스타가 오랫동안 모아온 LP 레코드, 서브컬쳐 브랜드 굿즈로 꾸며져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가치, 본질적인 품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느낌이다.
로다운컵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쫄깃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페이마머신, 그라인더는 향미와 단맛을 골고루 표현하는 머신이다. 로다운컵은 흔치 않게 에어로프레스를 이용해 브루잉 커피를 내린다. 에어로프레스는 장난감처럼 생긴 비주얼이지만, 의외로 강렬한 커피 향미와 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추출 도구다. 로다운컵의 김민호 바리스타는 에어로프레스 국가대표 선발전 파이널까지 진출한 에어로프레스커피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에티오피아 첼베사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와 카페라테를 마셨는데, 올해 에티오피아 첼베사 커피는 파나마 게이샤의 향미가 연상될 정도로 커피 향미가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부드럽고 아름답다. 아이스 커피로도 전혀 향미가 부족함이 없이 섬세하게 아름답다. 라테도 추천한다. 지역 매장일수록 라테를 잘하는 매장을 찾기가 힘든데, 질 좋은 커피와 섬세한 스팀이 조화롭다.
이외에도 로다운컵은 커피만큼이나 음악에 진심인 곳이다. 오너가 정성껏 선곡한 음악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새소년의 음악을 신청했는데, 날씨에 맞춰서 완벽한 선곡으로 새롭게 추천해 주었다. 매장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커피, 음악까지 모든 디테일이 섬세하고 훌륭하다.
주소 | 강원 춘천시 중앙로 41-3 1층
영업시간 | 월-금 8:00~20:00, 토 12:00~20:00(일요일 정기휴무)
@lowdown_cup (https://www.instagram.com/lowdown_cup/)
레인코브
LANECOVE
레인코브는 호주 시드니 북부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레인코브 카페의 유연규 바리스타는 워킹홀리데이를 레인코브 마을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보냈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와 호주의 향수를 전하고 싶어서 레인코브 카페를 오픈했다고 한다. 레인코브의 위치는 춘천역 주변 오래된 구시가. 춘천도청과 시청의 공무원들이 모요와 로다운컵을 사랑한다면, 레인코브는 오래된 춘천 구시가를 상징하는 카페다.
레인코브 매장 외관은 단정한 모요, 차분한 로다운컵과 달리, 활발하고 개성있으면서 박력 있다. 내부에는 시드니의 풍경을 프린트한 사진들이 가득하고 실내의 구성도 차분하면서 강렬하다. 매장입구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그라인더는 안정적이고 섬세한 커피를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제품이다. 매장 한곳에 걸려있는 시드니의 추억을 기록하는 사진들과 꽃다발이 섬세한 매장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레인코브는 서울 카모플라주 로스터의 커피를 사용하고, 호주식 밀크커피를 지향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피콜로, 플랫화이트, 카페라테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밀크커피를 즐겨 마신다. 레인코브의 추천 커피는 플랫화이트와 피콜로. 피콜로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1대1로 혼합한, 작고 진득한 밀크커피다. 커피의 개성과 우유의 조합이 입체적이다. 이외에도 정통 호주식의 1샷 에스프레소를 사용한 플랫화이트도 추천한다. 섬세한 커피와 우유의 고소함이 조화롭다.
주소 | 강원 춘천시 소양고개길 17-1
영업시간 | 월-금 8:00~18:00, 주말 12:00~18:00(매주 첫번째 토요일 정기휴무)
@lanecove.coffee (https://www.instagram.com/lanecove.coffee)
레인코브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는 길. 춘천의 실비막국수에서 점심을 먹었다. 춘천의 막국수는 소양강 주변 샘밭 막국수와 실비막국수가 양대 산맥이다. 춘천의 막국수는 양념이 과하지 않지만, 평냉과 함흥냉면의 중간지대처럼 메밀의 부드러움과 양념의 감칠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혹시라도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가 생각난다면, 강원대 주변 1.5닭갈비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맛있는 재료와 양념, 친절한 직원까지 삼박자가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남춘천의 대원당 제과점은 춘천의 성심당으로 일컬을 정도로 춘천 최고 올드스쿨 제과점이다. 싸모님은 대원당의 크림빵을 좋아하는데, 뭔가 오래된 듯한 느낌과 중독성 있는 맛이 잘 어울린다. 춘천행 기차와 맛있는 커피, 막국수와 닭갈비, 대원당까지 함께 하면 완벽한 여행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