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해상 레일건 최초 탑재…‘아스카’함 공개
일본 해상자위대가 초고속 전자기 레일건을 탑재한 실험함 ‘JS 아스카’를 전격 공개했다. 레일건은 기존 화약이 아닌 전자기력을 활용해 금속 탄환을 음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사하는 신개념 무기 체계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은 수년간 개발한 레일건 기술을 기반으로, 이번에 JS 아스카함의 함미 갑판에 포탑형 레일건을 실제 장착했다.
지난 4월 촬영된 사진에서는 포신이 덮개로 가려져 있었지만,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는 완전 노출된 레일건 포탑이 확인되며, 해상 운용을 위한 준비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이 레일건의 실사격을 이르면 7월 중순경 실시할 예정이며,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시험 운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초음속의 금속탄…기존 무기와의 차별점
레일건은 전통적인 포와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화약 대신 두 개의 평행한 금속 레일 사이에 강력한 전류를 흘려 전자기 유도를 통해 탄환을 가속시키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마하 6에서 마하 7 수준, 초속 2,000m 이상으로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다. 기존 대포나 미사일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유도 없이 직진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또한 탄두에 화약이 필요 없어 탄약 저장의 안정성도 높고, 장기 운용 시에도 위험성이 적다. 이론적으로는 200km 이상의 타격이 가능하며, 빠르게 접근하는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수 있다.

일본, 미군과는 다른 선택…레일건 실전화 정조준
일본이 레일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시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이 고도화되면서 일본도 이에 대한 대응 수단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약 20년간 레일건 개발을 진행하다 2021년 중단한 바 있다. 반면 일본은 레이저 무기와 병행하여 레일건을 독자적으로 개발·운용 중이다. 해상에 실전 배치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일본이 성공할 경우 세계 최초의 해상 운용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한계 여전히 존재
레일건 기술이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여전히 많다. 가장 큰 난제는 발사 과정에서 생기는 극도의 열과 마찰로 인해 포신이 급속히 마모된다는 점이다. 일부 실험에서는 수십 발만 쏘아도 포신 교체가 필요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실전 운용에 있어 유지보수 부담을 크게 늘리는 요소다.
또한 고출력 전력을 순간적으로 방출하기 위한 대형 축전기, 냉각 시스템, 발전기 등 부가 장비가 매우 커야 하기 때문에 함정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아스카함에는 이러한 장비가 컨테이너 형태로 다수 설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실사격 성과가 성패 가를 핵심 변수
레일건의 가장 핵심은 실사격에서의 성능이다. 사거리, 정확도, 연속 사격 가능 여부 등 실전에서의 효용성이 입증되어야만 다른 함정으로 확장 배치가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실험에서는 이론상 사거리보다 낮은 수치가 나오기도 했으며, 정밀 유도 기능이 미사일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신 레이더와 센서 기술과 결합해 사격 정확도를 보완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일본 방위산업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레일건의 미래, 해상전의 게임체인저?
레일건이 실전화될 경우, 해상전 양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고속, 고정밀, 저비용의 속성을 바탕으로 기존 미사일 체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격용 무기로 활용된다면, 극초음속 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 한국, 중국, 프랑스, 독일 등도 레일건을 개발 중이지만, 대부분은 지상 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이 해상 배치와 실사격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국제 방산 시장에서도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한국도 레일건 개발 중…기술 격차 줄일 수 있을까
한국도 2010년대 중반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레일건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7년에는 초기형 레일건의 시험 발사 영상이 국방부 국감에서 공개된 바 있으며, 이후로도 시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해상 배치나 실사격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전력 시스템, 냉각 기술, 전자파 차폐 기술 등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레일건의 실전화 시점도 달라질 전망이다. 일본의 성공 여부가 한국의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향후 동아시아 내 군사 기술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