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한동훈의 껄끄러운 청구서, 김 여사 볼모로 "국민의 명령" 압박

은현탁 기자 2024. 10.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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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10·16 재보궐선거 곡성군수 재선거 최봉의 후보의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가 사실상 국민의힘 승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초단체장 4곳을 여야가 두 곳씩 나눠 가졌지만 최대 격전지 부산 금정구청장은 국민의힘이 차지했습니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한동훈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데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재·보선 관전평을 들어보고 한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를 전망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명태균 악재' 속 금정구청장 선거 승리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0·16 재·보선에서 각각 기초단체장 2곳에서 승리해 자신의 텃밭을 지켰습니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와 박용철 후보가 각각 당선됐습니다.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조상래 후보가 각각 승리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양당이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내용면에서는 최대 격전지인 부산 금정구청장을 차지한 여당의 승리입니다. 한 대표가 '명태균 악재' 속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격차의 승리로 이끌었는데요. 그런 점에서 한 대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눌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부산 금정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선거 초반부터 박빙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의료공백 장기화 등 악재가 겹쳤습니다. 그런데다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죠.

한동훈 대표 축하 전화받는 윤일현.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앞서는 곳도 있었는데요. 여론조사꽃이 지난 7-9일 부산 금정구 유권자 504명(무선 전화면접)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 민주당 김경지 후보 40.9%,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37.7%로 나타났습니다.

뉴스피릿과 에브리뉴스가 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부산 금정구 유권자 500명(무선 ARS)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도 민주당 김경지 후보 45.8%,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42.3%로 집계됐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는데요. 선거 결과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얻어 38.96%에 그친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김 여사와 관련한 악재들이 터진 가운데 이룬 값진 승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동훈 '여당 속 야당' 전략 먹혀

금정구청장 선거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한동훈 대표입니다. '여당 내 야당' 전략을 꺼낸 한 대표의 승부수가 먹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면서도 김 여사 문제에 쓴소리를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지만 한 대표의 쇄신 의지를 믿고 표를 몰아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대표는 다음 주에는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하게 되는데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재·보선 '승자의 청구서'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는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쇄신하고 변화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이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명령'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요. 독대 자리에서도 한 대표가 김 여사 라인 정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 대표는 7·23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됐고,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입니다. 그렇지만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에 직면하면서 사사건건 친윤(친 윤석열)계의 견제를 받고 있는데요. 원내에서 친한(친 한동훈) 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전체 108명 중 2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당내 역학 구도 속에서 한 대표는 2027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수파의 수장인 한 대표가 다수파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정면돌파'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대중적인 지지를 쌓아가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 대표의 행보는 과거 민자당 시절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당시 YS는 당내 소수파였지만 다수파인 민정계를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현재 친윤계는 윤 대통령 이후 내세울 만한 간판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담판을 짓고 친윤계를 누를 만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김종혁, "한동훈 개인기 상당히 작동"

10·16 재보선은 한 대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선거가 됐습니다. 그는 지난 4·10총선에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어 그 누구보다도 재·보선 승리가 절박했는데요. 만약 국민의힘이 금정구청장을 내줬다면 한 대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큰 고비를 하나 넘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 캡처

다음은 여권인사들의 재·보선 관전평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지금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각종 조사에서 최저치가 나오면서 민심이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갔는데요. 한동훈 대표가 이른바 여당 내 야당 노선이라 그럴까요. 이런 것들을 아주 공개적으로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을 했는데 그런 자구책에 나름대로 마음을 주신 것 아닌가 이렇게 보고요."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부산 같은 경우는 저희가 22%를 이겼어요. 지난번 총선에서 13%포인트였어요. 그런데 그 거의 더블로 이긴 거 아닙니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런 결과였어요. 한동훈 대표 개인의 개인기가 상당히 작동했다고 볼 수 있는 게 있고요. "(17일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당 대표 자리라는 것은 선거에서 승리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데, 일단은 방어를 잘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약에 패배했으면 또 다른 비판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걸 봉쇄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한 대표한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17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박지원 민주당 의원-"우선 죽어가던 한동훈 대표가 힘이 실렸어요. 만약 한 대표가 선거에 패배를 했다고 하면 독대도 없고 지금 오늘 이미 친윤들 대통령실에서 나가라. 와글와글 할 건데. 그런데 한동훈이 힘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독대를 하건 안 하건 한 번 붙는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용기 민주당 의원-"윤석열 정부의 심판의 성격이 있는 선거고 이번에 재보선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선거가 아니었나 싶었고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서도 전력투구를 했던 것이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많은 포인트 차를 냈기 때문에~."(17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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