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 시큐리티스, 블록거래 시장 진출…월가 은행들과 정면 경쟁
개인 투자 거래 기반 기술력 앞세워 기관 시장 확대 시도
인재 영입·데이터·AI 활용으로 사업 영역 다변화 가속
![2026년 4월 7일: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의 짐 에스포지토 사장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붐 벨트: 공공 시장의 기본 원칙으로의 회귀(Boom Belt: A Return to First Principles in Public Markets)'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552778-MxRVZOo/20260422064132697pypz.jpg)
미국 대형 시장조성업체 시타델 시큐리티스(Citadel Securities)가 기관투자자 대상 대규모 주식 블록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월가 대형 은행들과의 경쟁 구도가 한층 격화되고 있다. 기존 소액·대량 거래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하이 터치(high-touch)'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번 움직임은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 주주 서한에서 시타델 시큐리티스를 직접 언급하며 경쟁 심화를 시사한 것과 맞물린다. 월가 최대 은행 수장이 특정 시장조성업체를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주식 거래를 직접 처리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은행들이 장악해온 영역으로, 거래 규모는 크지만 고객 맞춤형 대응이 요구되는 고부가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은행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짐 에스포지토(Jim Esposito) 사장은 "은행이 되는 것은 전혀 목표가 아니다"며 "고객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쟁 심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JP모건은 일부 대형 주식 주문을 시타델 시큐리티스에 배분하던 관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은행 출신 핵심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 구조상 양측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알고리즘 기반 '로우 터치(low-touch)' 거래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주문을 대량 처리하는 방식으로 미국 주식 거래의 약 24%, 개인 투자자 거래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 터치 거래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거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영역으로, 은행들이 오랜 기간 우위를 유지해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 부문은 전체 주식 중개 수수료의 55%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시타델 시큐리티스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펑 자오(Peng Zhao) CEO는 "거래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대규모 거래 시점과 경로를 분석하는 '트레이드 시커(Trade Seeker)' 거래 영향도를 측정하는 '리퀴디티 파인더(Liquidity Finder)' 등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개인 투자자 거래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기관 투자자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 출신 분석가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거시경제 자문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전직 정책 당국자들을 초청해 고객 대상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차별화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정세와 통화정책 영향을 주제로 전직 고위 인사들이 참여한 분석 세션을 열었다.
이 같은 전략은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투 파이낸셜(Virtu Financial Inc.)은 기관 브로커리지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했고,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Group) 역시 블록거래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은행과 비은행 간 공존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은행 트레이딩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타델 시큐리티스 역시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은행의 고객으로 남아 있다.
에스포지토 사장은 "우리는 일부 영역에서는 고객이고, 다른 영역에서는 경쟁자"라며 "시장 규모는 양측 모두를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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